영화 <이웃사촌>에서 제1 야당 총재 이의식 역을 맡은 배우 오달수.

영화 <이웃사촌>에서 제1 야당 총재 이의식 역을 맡은 배우 오달수. ⓒ 씨제스

     
배우 오달수는 무겁고 낮은 목소리였다. 칩거 후 약 3년,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걸린 시간이다. 영화 <이웃사촌>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무한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 책임감은 '미투 사건' 당사자로 지목된 이후 자신이 해당 작품과 동료 배우, 스태프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다. 1985년, 국가정보기관이 한 야당 총재를 가택 연금하고 감시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코미디와 가족 드라마로 풀어낸 이번 작품에서 그는 주인공 이의식 역을 맡았다. 자신으로 인해 개봉 자체가 무산될 뻔했던 터에 그는 <이웃사촌> 홍보에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확실하게 복귀라고 말하진 않았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데다 피해자가 공식 고소 절차를 밟지 않아 내사 종결된 이후 오달수는 독립영화 <요시찰> 촬영을 하기도 했으나 본격 활동 계획에 대해선 "아직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두 번 거절했던 <이웃사촌>

영화 속 이의식은 설정으로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리기 쉽다. < 7번 방의 선물 >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이환경 감독은 평소 코믹한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오달수가 깊은 시나리오 독해력을 가진 사실을 알고 이번 작품에 캐스팅했다고 한다. 오달수는 조심스럽게 두 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변호인> < 1987 > 등 독재 정권을 보다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에도 참여했던 그다. 무엇이 가장 부담이었을까.

"초고가 전라도 사투리였다. 사투리 자체에 대한 부담보단 그분의 감성과 철학이 많이 담긴 캐릭터라 부담이 컸다. 그분께 큰 누를 끼치는 것이라서 그 얘길 감독님께 많이 했다. 시나리오를 좀 바꿔주셨다. 안 할 이유가 없었지. 제가 87학번인데 우리 세대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말에 영향받고 지내기도 했다. 그때 한 번쯤 거리에 안 나간 사람이 없을 테고, 최루가스 냄새를 안 맡아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몸으로 직접 느끼며 지내왔기에 역할 자체를 위해 뭔가 공부한다거나 준비할 건 따로 없었다."
 
 <이웃사촌> 스틸컷

<이웃사촌> 스틸컷 ⓒ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오히려 미투 사건 이후가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오달수 역시 그 부분을 분명히 인정했다. "정치인이던 그분을 제가 연기했을 때 관객분들 입장에선 제 모습이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그는 "그 (미투) 사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지워질까 그런 생각도 안 해봤다"고 말을 이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앞으로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그 난리를 쳤고 시끌벅적했는데 안 떠오르면 그것도 이상하지. 전 받아들이겠다. 제가 고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지금까지 웃음을 주는 캐릭터를 많이 했잖나. 근데 (그 사건 이후) 관객이 웃음을 거둘 것이라고 장담 또한 못한다. 웃음을 거둘지 실소를 터뜨릴지는 작품을 통해 판가름 날 것 같다."

가족과 동료들의 마음

오달수는 인터뷰 자리에서 그간 옆에 있어 준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또한 개봉이 밀리며 본의 아니게 7년 만에 차기작을 선보이게 된 이환경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 또한 밝혔다. 지난 3년간 오달수는 서울에서 부산의 모친댁으로, 다시 거제도에 사는 친형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며 지내왔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말을 나눌 수 있는 것도 가족의 힘이다. 24시간 항상 제가 다른 생각을 못 하게 옆에서 돌봐주셨다. 가족이 참 소중한데 그동안 저밖에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건이 불거진) 초반엔 술로 시간을 보냈다. 술이 없으면 단 몇 분도 못 버티겠더라. 술 때문에 잠깐 입원했다가 부산에 내려갔다. 근데 거기도 언론에 노출되는 바람에 거제도로 갔지. 텃밭이 있으니 같이 가꾸면서 무심한 세월을 보내자고 하시더라. 

<이웃사촌>엔 무한책임이 있으니 용기를 내고 뭘 할 게 못되지. 무섭고 두렵지만 제가 해야할 몫이 있다. 감독님은 연기된 기간만큼 영화를 더 만지고 고치겠다고 그러면서 날 챙기라고 했다. 제가 위로받을 처지가 못 되는데 위로해주신다고 거제도까지도 오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영화 <이웃사촌>에서 제1 야당 총재 이의식 역을 맡은 배우 오달수.

영화 <이웃사촌>에서 제1 야당 총재 이의식 역을 맡은 배우 오달수. ⓒ 씨제스

 
인터뷰 말미 오달수는 복귀와 연기 활동에 대한 의지를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활동 중단 시기에 "TV나 영화를 보면서 한국영화가 그립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그간 아주 단순하게 살았다. 정말 아무 생각 안 하고, 제 몸을 움직여서 하는 일을 했다. 3년 정도 싹 비우고 사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연기하고 싶은 생각 당연히 있었지. 1년에 길게 쉬어야 두 달 정도였는데 이렇게 긴 시간 현장을 떠난 적이 없다. 아직 대화를 나눌 차원은 아니지만 현장이 그리웠다. 이젠 다시 배우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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