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 KOVO 총재 특보(왼쪽)-강주희 FIVB 국제심판... 2019-2020 V리그 운영개선 세미나 (2020.1.6)

조영호 KOVO 총재 특보(왼쪽)-강주희 FIVB 국제심판... 2019-2020 V리그 운영개선 세미나 (2020.1.6) ⓒ 한국배구연맹

 
조원태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의 특보가 강주희(49) 주심 징계 결정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월권'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강 주심에 대한 징계가 국제배구연맹(FIVB) 제 규정과 배치되는 '부당 징계'라는 주장까지 등장한 터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2020-2021시즌 V리그 여자배구 GS칼텍스-흥국생명 경기 5세트 막판, 김연경이 네트를 잡아끌며 분노를 표출하는 '자책성 제스처'를 취했다.

KOVO는 바로 다음 날인 12일 강주희 주심에게 징계를 내렸다. KOVO 측은 "김연경 선수의 행위에 대해 주심인 강주희 심판이 선수를 제재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한 점에 대해 잘못된 규칙 적용이라 판단하고, 해당 심판에게 제재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김연경 선수, 강주희 주심 징계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에는 KOVO 김영일 경기운영본부장, 류근강 심판실장을 비롯 사무국 주요 간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식 기구의 책임자들이기 때문에 회의 참석 문제로 논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자리에 조영호(72) KOVO 총재 특보가 참석해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는 점이다. 조 특보의 공식 직함은 조원태(44) 현 KOVO 총재의 특별보좌역이다. KOVO는 지난 8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영호 한양대학교 명예교수를 총재 직속 특별보좌역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영호 "내가 주심이면 김연경 퇴장"... FIVB 규정과 '틀린 주장'
 
이날 회의에서 강주희 주심의 징계를 주도한 인사들은 김연경의 행위에 대해 "레드 카드 또는 세트 퇴장 제재를 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호 특보, 류근강 심판실장도 지난 19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같은 주장을 했다. 조 특보는 "만약 제가 그 당시 심판을 봤다면 김연경 선수에게 세트 퇴장을 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 실장도 "(FIVB) 규정을 적용했으면 차라리 세트 퇴장이라도 시켰어야 한다. 규정 적용을 못 했기에 징계감이다, 저희 입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런 주장들을 고려할 때 "잘못된 규칙을 적용했다"는 것이 강주희 주심에게 제재금 징계를 내린 핵심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20년판 FIVB 규칙 사례집, FIVB 배구 경기 규칙서 등을 근거로 이는 현재 FIVB 제 규정들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실제로 FIVB 규정을 살펴보면, 강주희 주심의 판정은 FIVB의 제 규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었다. 오히려 규정을 충실하게 적용한 결정이었다. 또한 KOVO는 징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강주희 주심에게 왜 그런 판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일체의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관련 기사 : 강주희 주심에게 소명 기회 안 줘... KOVO '부당 징계' 논란).

회의 참석 자체 '부적절' 지적... 조 특보 "잘 참고하겠다"
 
 조영호 KOVO 총재 특별보좌역

조영호 KOVO 총재 특별보좌역 ⓒ 한국배구연맹

 
기자는 조영호 특보에게 김연경-강주희 징계 회의에 참석한 이유와 월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는 "KOVO 공식 기구의 회의 자리에서 총재 특보가 주도적으로 발언을 하는 건 부적절한 게 맞다"며 "월권을 해서도 안 되고, KOVO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게 제 임무"라고 밝혔다. 이어 "그날 회의는 심판 판정 문제였고, 제가 국제심판을 오래 본 사람이라 저한테 의견을 물어서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제가 그날 회의에서 김연경 선수를 징계하자, 상벌위원회에 올리자고 주장했다면 그건 월권이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만약 김연경 선수에게 경고 등 벌을 줘야 한다면 그건 상벌위원회에 올려야 한다. 경기운영본부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영호 특보가 KOVO 공식 기구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직함이 조원태 KOVO 총재의 특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회의에 총재 특보가 참석해서 의견을 개진하는 순간, 본인의 진의와 상관없이 총재의 뜻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 또한 특보의 언행에서 파생된 논란들은 모두 총재의 부담과 책임으로 돌아간다.

이런 우려와 지적에 대해 조 특보는 "무슨 말씀인지 알겠다, 잘 참고하겠다"고 답변했다.

사실 조영호 특보는 월권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더 있다. 조 특보는 1948년생으로 올해 만 72세다. KOVO 규정상 만 70세가 넘으면 공식적인 기구의 책임자로 선임될 수 없다. 때문에 작년인 2019년 7월 KOVO 정기 인사 때 경기운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1년 만인 올해 8월 총재 특별보좌역으로 다시 복귀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배구계는 '경륜 활용', '위인설관 꼼수'라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조원태 총재의 '침묵'... 언제까지 계속될까
 
 김연경 선수 경기 모습... 2020-2021시즌 V리그 (2020.11.22)

김연경 선수 경기 모습... 2020-2021시즌 V리그 (2020.11.22) ⓒ 한국배구연맹

 
KOVO가 지난 12일 강주희 주심 징계를 발표한 직후, 언론매체와 누리꾼 사이에서는 '주심만 징계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선수를 징계 안 하기로 결정했으면 주심도 안 했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파장은 더 커졌다. 최근 'FIVB 제 규정에 어긋난 부당 징계' 논란까지 발생하면서 KOVO는 더 난처해진 상황이다.

김연경은 논란 이후 "많이 힘들었지만, 최대한 자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그런데 이번 논란을 키운 핵심 당사자로 지적받고 있는 KOVO만 조용하다. 책임 지려는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 

조원태 총재의 침묵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통해 조영호 특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많아지고,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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