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방송된 < SBS스페셜 > '조선 아이돌 이날치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의 한 장면

22일 방송된 < SBS스페셜 > '조선 아이돌 이날치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의 한 장면 ⓒ SBS

 
'범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장림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 
누에 머리 흔들며 전동같은 앞다리.....'


<수궁가>가 토끼가 별주부 거북이의 꾐에 넘어가 용왕전에 불려갔다가 꾀를 내어 도망친 이야기를 판소리로 풀어낸 것이라는 건 대다수가 알 것이다. 하지만 그 <수궁가> 중에 '범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라는 내용의 판소리 곡이 있던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하는 '광고'는 대다수에게 '강제 영상 시청'의 시간이다. 그런데 최근 15분여의 시간 동안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광고 한 편이 등장했다. 갓을 썼지만 한복은 아니고, 한복같은 색감을 갖은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춤을 추며 우리 나라의 곳곳을 종횡무진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바로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이다. 총 조회수 3억을 돌파했고, 35개국 사람들이 봤다는 이 1분여의 짧은 영상에서 춤꾼들의 춤사위에 배경이 되는 음악 <범내려온다>는 얼터너티브 밴드 이날치가 <수궁가>의 한 부분을 재구성한 것이다.
 
 22일 방송된 < SBS스페셜 > '조선 아이돌 이날치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의 한 장면

22일 방송된 < SBS스페셜 > '조선 아이돌 이날치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의 한 장면 ⓒ SBS

 
22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조선 아이돌 이날치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는 요즘 뜨는 판소리 밴드 이날치를 조명했다. 방송은 수궁가의 원곡과 이날치의 트렌디한 음악을 대비하며 판소리 밴드로서의 이날치의 음악적 성취와 의의를 짚어보고자 한다. 

'1일 1범'이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중독성 있는 음악으로 '무한 재생'을 부르는 밴드 이날치의 음악은 듣는 이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만든다. 

이런 '이날치'의 힙한 판소리 음악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 힙합과 붙여놔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힙한' 음악이라 평가하는가 하면, 중독성 있는 '범 내려온다'의 반복 구는 소녀시대의 gee gee gee gee 만큼이나 트렌드하다 정의내린다. 

이렇듯 대중과 전문가 모두로부터 '찬사'와 열띤 호응을 받고 있는 이날치지만, 그들의 오늘은 '그저 어느날 눈을 떠보니 스타가 되었다'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춤 출 수 있는 재밌는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과 전통 음악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고 싶다는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조합이다. 베이스 장영규, 정중엽, 드럼 이철희, 보컬 안이호, 권송희, 이나래, 신유진 등 이들의 음악 경력을 합치면 100년이 넘을 정도다. 그들이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아온 내공이 현재 폭발적인 인기의 바탕이다. 

모두 합쳐 100년이 넘는 음악적 내공 

<전우치>, <타짜>, <좋은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그리고 최근 <보건교사 안은영> 등 100편이 넘는 영화 음악을 비롯하여, 연극, 무용, 광고까지 종횡무진하며 '소리의 해체와 조립에 능한 전무후무한 뮤지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장영규가 바로 이날치의 프로듀서이자 베이시스트다.

사실 그에게 판소리 밴드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7년 미국의 명망있는 음악 프로 <타이니 데스크>를 통해 소개된 바 있는 '씽씽'으로 '판소리와 밴드의 결합을 시도한 적 있는 그는 김광석의 드러머였던 이철희와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베이스를 맡았던 정중업과 함께 기초 공사와 같은 이날치의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

기존 밴드의 기타를 제외하고 두 개의 베이스와 드럼만으로 판소리가 가진 문학적 매력을 한껏 살려내고자 했던 장영규의 시도는 '춤추고 싶게 만드는 세련되고 독특한 리듬'이란 평가를 통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22일 방송된 < SBS스페셜 > '조선 아이돌 이날치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의 한 장면

22일 방송된 < SBS스페셜 > '조선 아이돌 이날치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의 한 장면 ⓒ SBS

 
보컬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경력 27년의 이나래부터 27년 권송희, 16년 신유진, 25년 안이호 등 보컬 대다수가 인생의 반 이상을 소리꾼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쉴 틈 없이 공연을 하는 와중에 판소리의 본향 전주에서 4시간에 이르는 <적벽가> 완창에 도전하는 안이호, 변강쇠 전을 옹녀의 시선으로 해석하여 공연한 바 있는 이나래 등은 수궁가를 바탕으로 한 음악극 <드라곤 킹>을 통해 이날치의 멤버로 거듭나게 되었다. 

소리꾼으로서의 정체성에 있어 한 치도 흔들림이 없는 네 사람이지만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자기 확장과 정체성, 전통 음악의 한계에 도전하고픈 열망이 그들로 하여금 이날치의 멤버가 되게 하였다. 물론 이날치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잠비나이가 전통 음악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전통 악기와 서양 악기의 조합을 시도한 바 있다. 잠비나이가 처음 두 문화의 조합을 시도했을 때만 해도 국악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날치를 향한 대중의 열광적인 반응을 접한 보컬의 스승들은 기꺼이 이날치의 음악을 통한 판소리에 대한 관심을 반긴다. 

듣는 이들에게는 '힙하디 힙한' 음악이지만, 이날치 밴드는 '판소리 가사도 그대로, 사설도 그대로'의 원형을 지키고자 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단지 리듬을 변화시키고 듣기 좋게 가사를 재구성했을 뿐이라고 겸손해 하지만, 그들을 향한 대중 그리고 전 세계적 관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방송된 < SBS스페셜 > '조선 아이돌 이날치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의 한 장면

22일 방송된 < SBS스페셜 > '조선 아이돌 이날치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의 한 장면 ⓒ SB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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