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회초 2사 만루 상황 NC 나성범 2타점 적시타 때 홈으로 들어온 박민우, 강진성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0.11.20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회초 2사 만루 상황 NC 나성범 2타점 적시타 때 홈으로 들어온 박민우, 강진성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0.11.20 ⓒ 연합뉴스

 
불과 사흘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좋아보였다.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서 선착한 NC 다이노스는 느긋하게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힘겹게 올라온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제압하며 통합우승을 향한 순조로운 첫 발을 내딛었다. 공격이 잘 풀렸고 선수단의 분위기와 자신감도 좋아보였다.

하지만 2차전부터 흐름이 묘하게 바뀌었다. 이상할 정도로 NC 쪽에 악재가 될만한 불운한 상황들이 연달아 이어지기 시작했다. NC는 2차전에서 무려 5개의 병살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2007년 두산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기록했던 역대 PS 최다실책과 타이기록이었다. NC가 딱히 못쳤다기보다는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거나 두산의 인생 수비가 이어지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3차전에서는 수비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NC는 이날 공식적으로 3개의 실책을 기록했는데 하필이면 모두 득점과 연결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NC가 3-2로 앞서가던 3회말 무사 1루 김재환이 중전 안타 때 중견수 애런 알테어의 송구 실책으로 주자들에게 한 베이스를 더 허용하며 무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뒤이어 김재호의 적시타로 역전을 나오면서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NC가 다시 6-5로 재역전에 성공했지만, 5회말에는 김영규의 악송구와 노진혁의 포구 실책이 이어지며 또다시 6-6 동점을 허용했다. 7회말에는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구원투수 임정호의 폭투성 투구와 포수 양의지의 아쉬운 블로킹이 더해지며 내야수비가 흔들린 끝에 결국 김재호의 적시타로 결승전을 허용했다.

NC는 이날 창단 13안타를 몰아치며 타선이 활발하게 터졌지만, 투수와 내야수들의 연이은 실책으로 인하여 계속해서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내준게 뼈 아팠다. 반면 상대인 두산은 한국시리즈 내내 실책이 아직까지 1개도 나오지 않으면서 큰 경기에 강한 '경험의 차이'를 드러났다. 2차전(4-5)과 3차전(6-7) 모두 1점차로 승부가 갈렸기에 NC로서는 더욱 작은 집중력의 차이가 더욱 아쉬운 순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현대 야구는 흔히 데이터 야구라고 한다. 야구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확률과 통계를 바탕으로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에는 데이터로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 요소들도 아직 많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집중력-자신감-컨디션은 물론이고, 감독의 용병술이나 외부의 여론 등이 만들어내는 '흐름'의 변화도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 야구는 기계가 아닌 섬세한 인간이 하는 스포츠이기에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요소'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NC의 집중력이 미묘하게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은 단지 우연은 아니다. 1차전에서는 3점 홈런으로 승리의 수훈갑이 된 알테어가 정작 경기후 뜬금없는 '마스크 게이트'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알테어가 마스크 착용과 선수 인터뷰-사진 촬영을 모두 거부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다음날 알테어와 구단 측에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그가 과거에도 경기장 안팎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혹이 쏟아지며 방역 지침과 한국야구를 무시했다는 비난 여론이 속출했다. 2차전을 앞두고 여론의 관심은 NC의 1차전 승리보다도 알테어 개인에게 집중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졌다. NC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직원들은 전날 승리의 기쁨보다도 알테어나 마스크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지며 진땀을 흘려야했고 이는 팀 분위기에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박석민과 양의지의 활약도 아쉽다. 두 선수는 NC가 우승을 위하여 영입한 '외부 FA'의 상징적인 자원들이자 이전 소속팀에서 삼성-두산 왕조에서 다수의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보유한 베테랑 선수들이었다. 창단 2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이자 첫 우승에 도전하는 NC로서는 누구보다 '우승의 맛'을 아는 선수들의 리더십과 노련미가 필요했다.

하지만 박석민은 1, 2차전 연속 실책에 이어 3차전에서는 역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주루사를 당하며 부상으로 교체되는 등, 지금까지는 시리즈 최악의 X맨 신세로 전락했다. 양의지는 3차전에서 6-6으로 맞선 7회 두 차례 포구 실패로 결승점 허용으로 이어지는 위기를 자초했다. 정규시즌에는 실책이 거의 없었던 양의지였기에 더 아쉬웠던 장면이었다.

이밖에도 NC는 2차전에서 벌어진 권희동의 비매너 팔꿈치 들이대기 논란, 3차전 8회말 두산 정수빈의 타석때 벌어진 스윙 오심 논란,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NC 타자들의 미숙한 주루 플레이나 수비 위치 선정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같이 NC 쪽의 분위기에 더 불리하게 작용했던 사건들이다.

물론 각 장면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그 자체로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복싱의 '펀치 드렁크 증후군'처럼 중요한 큰 경기에서 작은 실수와 불운이 모여서 결국 큰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곧 한국시리즈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NC에게는 심리적인 압박으로 다가오고 조급한 플레이가 나타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을 승리하고 2승 1패가 된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93.3%(14/15)나 된다. 특히 두산같은 노련한 팀에게 한번 흐름을 빼앗기고 다시 되찾아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NC가 진정 정규리그 1위팀이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만한 자격이 있는 팀이라면, 이 고비를 극복해야하는 것도 스스로 증명해야할 몫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실책만 제외하면 NC는 경기력에서 두산에 크게 밀리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타선이 3경기에서 무려 30안타를 몰아쳤고, 약점이었던 불펜진 역시 12.2이닝 4실점(3자책), 자책점 2.13으로 선방하고 있다. 작은 희망의 불씨를 반전의 계기로 이어가는 것은 4차전에서 NC 선수들의 과제다. 과연 NC는 과연 잃어버린 흐름을 되찾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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