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펼쳐지고 있는 2020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실업 팀들도 많이 출전하지만, 이름만 들어봤던 고교 선수들도 꽤나 많이 출전했다. 이번 컬링선수권에 출전한 남자 고교와 여자 고교는 각각 세 팀씩. 알음알음 뉴스에도 몇 번 나왔던 의정부고나 의성여고 등 여섯 학교가 강릉을 밟았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고교 선수들이 어떻게 나오나 싶지만, 이들도 여러 대회를 출전하면서 한국선수권 출전이 가능한 포인트를 적립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교 선수들은 냉정히 우승 전력에는 분류되지 않지만, 국가대표였던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등 언더독의 꿈을 품는 상황.

그 중에서도 이번 대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송현고등학교B(스킵 김지수) 선수들은 물론, 지난 전국동계체전에서 고교부 금메달을 따내며 컬링 명문의 명맥을 잇고 있는 의성여자고등학교(스킵 이은채) 선수들, 연이어 주니어 국가대표를 따내며 강력함을 증명했던 서울체육고등학교(스킵 오규남) 선수들을 차례로 만나보았다.

'팀 민지' 3년 후배... 여자 컬링 미래 송현고 선수들
 
 춘천시청과의 경기를 치르고 있는 송현고등학교 선수들.

춘천시청과의 경기를 치르고 있는 송현고등학교 선수들. ⓒ 박장식

 
경북체육회 김초희 선수, 그리고 현 국가대표인 '컬스데이' 경기도청 선수들 전원이 졸업한 학교인 송현고등학교. 여자 컬링의 명가로 이름을 알리는 송현고등학교인데, 이번 선수권대회에서는 2003년생 선수들이 팬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바로 선배인 경기도청과 춘천시청을 상대로 한 어려운 경기를 대등하게 가져갔던 것.

어려운 경기가 더욱 많았을 춘천시청 선배들도 송현고와의 경기는 진땀을 흘렸다. 춘천시청 김민지 스킵도 송현고 선수들과의 경기가 끝난 후 "우리가 고등학교 다니던 때를 보는 것 같았다"라면서, "경기 중반 후배들에게 역전을 당했을 때는 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긴장했다"고 말하기도.

선수들은 여러 부분에서도 춘천시청 선배들을 닮았다. 회룡중과 민락중에서 함께 모인데다가, 네 명이 동갑에 한 명이 한 살 어린 구성까지도 똑같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성인 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것마저도 비슷하다. 김지수 스킵은 "선배들 못잖게 잘 하려고 노력했다"며 웃었다.

컬링을 시작한 계기도 재미있다. 자신의 언니가 코치님께 스카우트가 되었는데 언니가 싫다고 해서 대신 입부했다는 강나라 세컨드부터, 육상대회 때 운동을 잘 한다고 컬링부에 영입되었던 이은채 리드의 이야기까지. 다들 중학교 때부터 컬링을 시작했다는 선수들은 어느 새 4년차가 되어 종횡무진 아이스 위를 오가고 있다.

송현고등학교 선수들의 롤 모델은 이번 대회에서는 경쟁자로 만나 좋은 승부를 펼쳤던 춘천시청 선수들. 김지수 스킵은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다들 선배님이시다"라면서, "팀워크도 좋은데다 실력도 너무 뛰어나시다.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로 뛰시는 것 역시 존경하고 싶다"며 말했다.

투지만큼은 벌써 선배들을 꼭 닮은 선수들의 목표도 물었다. 정지현 서드는 "이번 대회도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한 뒤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면서, "지난번에 아쉽게 놓쳤던 전국동계체전 우승도 꼭 이루고 싶다"고 소망했다. 

'전국구' 의성여고 선수들, "롤모델은 의성 선배님들"
 
 이슬비 코치(맨 오른쪽)과 함께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의성여자고등학교 선수들.

이슬비 코치(맨 오른쪽)과 함께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의성여자고등학교 선수들. ⓒ 박장식

 
의성여자고등학교는 경북체육회 여자 컬링팀의 김은정 스킵을 비롯한 네 명의 선수와, 많은 전현직 실업 선수들이 나온 학교다. 의성여고는 최근 재정비를 거쳐 2003년생 선수들이 주축이 된 새로운 팀을 짰는데, 지난 2월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의 여자 고등부 우승팀이 되는 성과도 냈다. 지금은 스킵 이은채, 서드 양승희, 세컨드 강민효, 리드 정민재, 핍스 방유진까지 다섯 명이 함께한다.

아직은 실업 선수들을 상대로는 고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 컬링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을 좋은 자원으로 주목되는 의성고 선수들. 팀을 이끌어가는 이은채 스킵은 "강릉에 1년만에 왔다"면서, "오래간만에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어서 긴장도 많이 되었고 설레기도 했다"며 웃었다.

팀 구성도 '전국구'다. 당장 이은채 선수가 경기 의정부 회룡중을 나왔고, 양승희 선수는 강원 남춘천여중을 졸업하고 의성으로 왔다. "기숙사와 숙소에 있다보니 집에 자주 가지 못해 힘들지만, 컬링이 좋고 꿈이 있어서 집이 그리운 것을 달랜다. 같은 동네에서 온 친구와 지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는 것이 양승희 선수의 말.

의성에서 오랫동안 훈련한 선수들이 아무래도 오래간만에 찾는 강릉이다보니 아이스 적응이 쉽지만은 않다. 이은채 스킵은 "아이스 적응을 잘 못했다. 열심히 적응하려 애쓰고 있다"고 아쉬워했고, 양승희 서드도 "우리가 의성에서 했던 것 만큼만 하면 더욱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성여고 선수들은 롤 모델로 누구를 꼽을까. 너나할 것 없이 입을 모아 선수들을 이끄는 이동건, 이슬비 코치를 꼽았다. 이은채 스킵은 "이슬비 코치님은 올림픽 때, 이동건 코치님은 아시안 게임 때 이야기를 해 주시곤 하고, 국가대표로 오래 뛰셔서 우리가 놓쳤던 섬세한 면이나 몰랐던 부분까지 알려주신다"며 웃었다.

양승희 서드도 "경북체육회 선수 분들도 바로 옆에서 훈련하고,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배우곤 한다"며 같은 경기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선배 선수들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선수들의 목표는 조만간 있을 주니어 대표팀 선발전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것. 의성여고 선수들이 주니어 대표 자리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걸레질 하다가 컬링 시작했어요"
 
 경기장 한 바퀴를 두는 러닝 훈련 중에 포즈를 잡아주었던 서울체육고등학교 선수들. 한 가운데가 오규남 스킵.

경기장 한 바퀴를 두는 러닝 훈련 중에 포즈를 잡아주었던 서울체육고등학교 선수들. 한 가운데가 오규남 스킵. ⓒ 박장식

 
이번에 출전한 남자팀 중에서는 서울체육고등학교가 주목할 만 하다. 대회 사흘차인 21일 4경기 종료 시점에서 1승 2패의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주니어 무대에서는 국가대표를 놓치지 않은 팀이다. 서울체고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주니어 국가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2002년생 맏형이자 팀의 세컨드인 이윤우 선수부터 2003년생 오규남 스킵, 그리고 동갑내기 리드 박영호와 핍스 박정환, 그리고 1학년 막내 서드 강민준까지. 다섯 명의 선수들이 함께 경험을 쌓고 있다. 다만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탓에 오래간만에 출전하다보니, 준비기간이 짧았던 아쉬움과 오래간만의 설렘이 뒤섞인다고.

오규남 스킵의 컬링 시작 계기는 스포츠 만화를 닮은 것만 같았다. 소양중에 다니던 시절, 반에서 청소 중 대걸레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가 컬링팀 코치에게 데려갔다고. 오규남 선수는 그렇게 중학교 2학년 때 얼떨결에 컬링을 시작했다가, 지금 이렇게 스킵까지 맡고 있단다.

오규남 선수가 꼽은 '라이벌' 학교는 어디일까. 오규남 스킵은 의성고등학교를 꼽았다. "같은 중학교에서 뛰었던 친구가 그 곳에 가 있어서"라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면서도, "의성고 친구들이 굉장히 잘한다"며 웃었다. 

선수들에게 롤 모델을 물었다. 이윤우 선수는 스웨덴의 남자 선수 니콜라스 에딘을 꼽았다. "컬링 최강자이기도 하고, 어려운 샷을 잘 처리하는 부분도 배우고 싶다"고. 막내 강민준 선수는 "아무리 어렵거나 할 때도 덤덤하게 던지는 믿음의 컬링을 뱅고 싶다"며 경북체육회 남자팀 김창민 스킵을 꼽았다.

'나 자신이 더 후배 선수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오규남 선수의 목표는 크다. "컬링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더욱 높은 곳에 서고 싶다"며, "선수 생활을 끝마치고 난 뒤 '오규남'이라는 이름을 물었을 때 누구나 '그 선수는 참 잘했던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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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스포츠와 여행까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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