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럭키 몬스터> 포스터

영화 <럭키 몬스터> 포스터 ⓒ ㈜영화사 그램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찾아나가는 과정은 성인이 되는 순간 그리고 더 나아가 성인 이후 중년과 노년이 될 때까지 계속해 나가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무언가를 배우고 테스트를 하면서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애쓴다.

그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에서 자신감을 찾는 것은 개인의 능력도 있겠지만 주변의 환경적인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적인 요소가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라면, 자신을 찾아나가기까지 더욱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으며 완전히 주변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돈이 없어 자신감도 없는 주인공 도맹수의 이야기 

영화 <럭키 몬스터>는 주인공 도맹수(김도윤)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굳은 표정과 움츠러든 어깨는 그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지게 만든다. 아내 성리아(장진희)와 함께 살고 있지만 아내의 표정도 무표정하다. 그들의 삶에 웃음과 희망, 사랑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도맹수는 사채 빚이 많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리고, 어렵게 취직한 회사는 녹즙기를 판매하는 다단계 방문판매 업체다. 숫기도 자신감도 없는 그에게 그 일은 매우 버겁게만 보인다. 

돈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그에게 자신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그는 럭키 몬스터(박성준)라는 DJ의 목소리 환청을 종종 듣고,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용각산을 먹으며 이겨내려 한다. 돈이 없어 병원 진료와 상담도 받을 수 없는 그의 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렇게 영화는 초반에 도맹수의 주변 상황과 그가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주며 그가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럭키 몬스터> 장면

영화 <럭키 몬스터> 장면 ⓒ ㈜영화사 그램


아내 성리아를 너무도 사랑하는 도맹수는 아내를 절망적인 상황에서 구해주는 멋진 영웅이 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고 그저 울음만 터뜨린다. 어쩌면 그는 돈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아내를 위해 위장 이혼을 결심한 이후, 럭키 몬스터의 환청은 더욱 심해지고 심지어는 로또 번호까지 알려주는 지경이 이른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그 번호로 시도해본 로또가 1등에 당첨되어 세금을 제외하고 30억 원이 넘는 돈이 한꺼번에 통장에 입금된다. 

영화는 도맹수가 갑자기 목돈이 생긴 이후를 주목한다. 갑자기 일확천금이 생긴 그가 돈을 받고 맨 처음 한 일은 집에서 여러 가지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는 일이었다. 그동안 돈이 없어 마음껏 시켜먹지 못한 그 음식을 아내가 없는 공간에서 욱여넣는 모습은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연락되지 않아 실종된 아내를 찾으려는 그는 돈이 생긴 이후에도 과거의 자신 없는 모습을 여전히 보인다. 아마도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자신감이 아직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거나 버릇처럼 남아 잔상으로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확천금을 얻은 이후 조금씩 변하는 도맹수

하지만 돈의 위력은 영화 중반 이후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돈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도맹수가 아내를 찾고, 주변에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을 찾아 복수를 하나하나 하기 시작했을 때 그의 얼굴엔 생기가 돌고 굽은 몸은 펴지기 시작한다. 영화가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과장되고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주인공 도맹수가 자신의 안에 숨어있던 자신감과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는 과정이 꽤 흥미롭게 그려진다. 또한 아내를 포함한 주변에 등장하는 인물 중 누구 하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영화적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럭키 몬스터> 장면

영화 <럭키 몬스터> 장면 ⓒ ㈜영화사 그램


영화 <럭키 몬스터> 초반부 도맹수의 바보 같은 모습은 피식피식 웃음을 짓게 만든다. 씁쓸하긴 하지만, 돈의 노예처럼 보이는 그의 모습은 약간 모자란 듯 보여 바보 같다는 느낌을 준다. 중반 이후 영화는 분위기를 바꿔 복수극의 형태를 띤다. 실종된 아내를 찾고 구하려는 도맹수의 태도를 보면 돈이 없던 시절과는 차이가 있다. 적극적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조금은 과장된 자신감으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가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그가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에 집중하면서 영화를 본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돈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도맹수가 돈이 있으나 없으나 계속 들려오는 럭키 몬스터의 환청은 아마도 그의 마음 깊숙이 내재된 자신감이 만든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가 어떤 행동을 망설일 때마다 그를 설득하는 것은 그의 주변 인물들이 아니라 바로 럭키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럭키 몬스터가 도맹수에게 돈을 만들어주고 그 이후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만약 영화와 같이 도맹수가 돈의 힘으로 얻은 자신감으로 더욱 폭주한다면 그는 또 다른 포식자가 되어 다른 사람을 괴롭힐 가능성도 있다. 영화는 그가 어떤 방향으로 변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대해 럭키 몬스터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처음 주연을 맡은 배우 김도윤은 여름에 개봉했던 <반도>에서 한정석(강동원)의 매형 역할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반도>에서 아내와 아들을 잃고 움츠러들고 소심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이번 <럭키 몬스터>에서도 어려움에 허덕이는 캐릭터를 맡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럭키몬스터 김도윤 독립영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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