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드라이버(가운데), 케넌 톰슨(오른쪽)과 함께 SNL에 출연한 칸예 웨스트(왼쪽). SNL 예고편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아담 드라이버(가운데), 케넌 톰슨(오른쪽)과 함께 SNL에 출연한 칸예 웨스트(왼쪽). SNL 예고편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유튜브 갈무리

 
46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조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한 여러 경합 주에서 승리하면서 306명의 선거 인단을 확보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32명을 확보하는 데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SNS에 도배하고 있지만, 각국의 정상들은 바이든에게 축하 전화를 하기에 바쁜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 선거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트럼프와 바이든 외에도 많이 있다. 자유당의 조 요르겐센, 녹색당의 단일 후보 하위 호킨스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소수 세력의 정치적 정견을 대표하기 위해 출마했다면, 그 이유를 가늠하기 힘든 후보도 있다. 바로 생일당(The Birthday Party)'의 후보인 래퍼 칸예 웨스트다.

테슬라 모터스의 CEO 엘론 머스크는 칸예 웨스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몇 년 동안 대선 출마 계획을 밝혀왔고, 결국 이것을 현실로 옮겼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아기를 낳는 모든 사람에게 100만 달러(한화 11억여 원)를 지급하겠다'는 비현실적인 공약들을 외쳤다. 최근에 발표한 앨범 < Jesus Is King >에서 그랬듯, 유세 과정에서 성경적인 메시지를 줄곧 강조하기도 했다.
 
래퍼, 프로듀서, 패셔니스타. 왜 선거에 얼굴 내밀었나?
 

칸예 웨스트는 21세기 힙합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제이지(JAY-Z)의 명반 < The Blueprint >에서 프로듀서로 나서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첫 앨범을 발표했다. 다른 래퍼들에 비해 화려한 랩을 들려주는 편은 아니었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프로듀싱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확보했다.

그는 보컬 샘플링을 새로운 재창조의 영역으로 가져왔다. 그가 2010년에 발표한 < My Beautiful Twisted Dark Fantasy >는 최근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500장'에서 17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에미넴, 켄드릭 라마 등과 함께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과시한 힙합 뮤지션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는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명성 역시 높다. 그가 아디다스와 협업해서 만든 운동화 '이지 부스트' 시리즈는 재판매 가격이 100만 원 이상을 호가하기도 했다.
 
최고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 그이지만, 그만큼 악명도 높다. 200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여자 부문 비디오상'을 수상했을 때에는, 갑자기 무대 위로 난입해서 마이크를 가로채더니 '이 상은 비욘세에게 돌아갔어야 한다'고 말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 사건 이후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칸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직접적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그 외에도 논쟁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 '노예제는 400년 동안 지속되었고, 그것은 선택의 문제였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지지를 철회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칸예 웨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트럼프를 만나 '래퍼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라고 추켜세웠으며, 2018년에는 백악관을 찾아 흑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미국 대중음악계에서는 반 트럼프/반 공화당 기조가 강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의 행보는 사뭇 흥미로운 것이었다. 팬들은 물론, 뮤지션들 사이에서 이를 대하는 여론은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 스눕 독(Snoop Dogg)은 칸예 웨스트에게 날을 세운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나 록밴드 The 1975 역시 자신의 노래를 통해 칸예 웨스트를 풍자했던 바 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행보
 
"Love God and our neighbor, as written in Luke"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네, 누가복음에 쓰여진 것처럼
- 'Selah'(칸예 웨스트) 중 

 
칸예 웨스트는 한때 자신을 '신'에 비유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신을 예찬하기에 바쁘다. 가스펠로 이뤄진 앨범을 발표했고, 힙합 음악 자체를 '성경적이지 못한 음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지지, 노예제 발언으로 흑인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던 그지만, 그는 최근에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중요하다)'를 외치며 거리에 나서기도 했다.

그처럼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는 뮤지션 중, 그처럼 일관성 없는 행보를 보이는 이도 없다. 그래서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의 대선 출마 역시 놀랍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자신의 낙선이 확정(?)되자, 칸예 웨스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KANYE 2024'라는 글을 올리며 빠르게 후일을 기약했다. 그의 대선 완주는 6만 표에서 끝났다. 그러나 칸예 웨스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치와 엔터테인먼트의 경계가 열어지는 세상에서, 그는 출마마저 음악과 마케팅의 소재로 삼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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