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새로운 솔루션이 시작됐다. 28번째 골목은 서울 중랑구 사가정 시장이었다. 사가정이라는 지역 명칭은 조선시대 왕조 기틀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문인 서거정의 호(사가정)를 딴 것이라고 한다. 사가정 시장은 용마산으로 가는 길목이라 다양한 손님이 오가지만, 인근에 면목 시장이 들어서고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상권이 침체됐다. 

첫 번째 소개된 식당은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닭한마리집이었다. 아내 사장님은 호프집, 뷔페, 각종 식당 등 요식업 경력만 25년으로 닭한마리집에서 10년을 일하고 직접 창업했다. 남편 사장님은 자동차 부품회사를 운영하다가 폐업 후 가게에 합류했다. 불황이 이어지는 통에 생계유지를 위해 투잡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바람은 그저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닭한마리'가 메뉴 이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김성주와 정인선도 처음 들어본다며 궁금해 했다. 백종원은 닭백숙과 비교하며 설명했는데, 백숙이 닭을 통째로 삶아 찢어먹는 음식이라면 닭한마디는 닭고기를 조각내서 끓인 후 샤브샤브처럼 먹다가 이후 칼국수 등 다양한 재료를 추가해 즐긴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이를테면 맑은 닭볶음탕이라고 할까. 

실망스러웠던 닭한마리 가게의 반전
 
 1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무슨 닭한마리가 이렇지? 무슨 닭한마리가 이렇게 완성된 맛이 나지?"

실제로 닭한마리집은 그 이름과 달리 만둣국이 훨씬 잘 팔렸다. 사장님들은 손이 많이 가서 힘든 만두보다 닭한마리로 인정받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백종원을 설득해야 했다. 하지만 백종원은 닭한마리가 테이블까지 오는데 15분이나 걸린다면서 사장님이 닭한마리라는 음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게 무슨 말일까. 

백종원은 보통 닭한마리를 주문하면 손님 테이블에서 끓여 닭이 익는 동안 국물과 채소를 건져먹도록 하는데 그 과정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그 사이 푹 익은 닭을 즐기고, 우러난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마무리하는 게 닭한마디를 제대로 즐기는 법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맛도 불합격을 받았다. 백종원은 시식하기 전에 마늘 냄새를 지적했고, 실제로 매출 부진으로 오래된 마늘을 사용했음이 확인됐다. 

이렇듯 실망스러웠던 닭한마리의 반전은 '만두'였다. 백종원은 소뼈가 들어가 소고기 국물 같은 맛이 오히려 만두와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사장님들의 표정은 사뭇 어두워졌다. 만두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점점 분위기가 만둣국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돌아가지 말고 실력이 안 되면 닭한마리는 과감히 포기하고 만둣국과 만두전골로 메뉴를 정하라고 제안했다. 

제육볶음에 커피와 카레가 들어가 생긴 참사
 
 1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두 번째 식당인 배달김치찌개집은 대학 선후배로 만난 세 명의 청년 사장님들이 동업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들은 조금씩 다양한 요식업 경력을 갖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조금 서툰 편이었다. 그래도 백종원의 유튜브와 책 등을 보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장사가 제법 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 경쟁업체가 늘어나면서 점점 매출이 떨어졌다고 했다. 

시식을 한 박종원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면서도 평균 이상이라 평가했다. 다만, 뒷맛이 텁텁한 게 아쉽다고 지적했는데, 그 원인은 사골 분말인 것으로 확인됐다. 돼지 비계를 갈아서 넣는데 거기에 사골분말까지 들어가니 국물이 텁텁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제육볶음은 맛이 희한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커피와 카레가 들어가서 생긴 참사였다. 게다가 채소들도 크기가 작아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세 번째 식당인 만원아귀찜집은 혼밥족들을 위한 식당이었다. 가성비와 접근성을 고려한, 언뜻 보기에 괜찮은 아이디어처럼 보였다. 하지만 백종원은 아귀찜 같은 메뉴는 양을 많이 조리해야 맛있다며 우려했다. 콩나물 등의 재료를 듬뿍 넣어 즙을 내서 만들어야 풍미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혼자 먹기 좋은 메뉴가 있고 여럿이 나눠 먹어야 좋은 메뉴가 있는데, 아귀찜은 후자에 속했다. 

실제로 가격을 낮추는 데 집중하다보니 재료가 아쉬웠다. 씹을 거리는 아귀, 콩나물, 미나리뿐이었다. 미더덕 같은 해산물은 보이지 않았다. 가성비와 접근성을 위해 다른 부재료들과의 조화는 포기한 것이다. 과연 만원아귀찜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일 3만 원으로 떨어질 정도로 악화된 매출은 단지 코로나로 인한 불황 때문일까. 다각도로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골목식당> 제작진의 고심이 느껴지는 대목
 
 1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지난 18일 방송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여느 출발과 마찬가지로 골목과 출연 식당에 대한 소개로 채워졌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처음으로 배달전문점(배달김치찌개집)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달라진 외식 형태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1인 가구의 급증 등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문화가 자리잡혔고, 코로나19로 인해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됐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와식업 소비 규모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장에서 사용한 카드 결제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고 한다. 반면, 배달결제액은 75.4% 증가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선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요식업계도 이런 트렌드에 배달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을씨년스러운 골목이 다시 손님들로 북적이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간절하지만, 시대적 흐름이나 사회적 현상을 외면한 채 무작정 고집을 피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코로나19 확진 증가 속도도 갈수록 빨리지는 추세가 아닌가.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이 '배달전문점'을 섭외한 선택은 적절해 보인다. 

다양한 외식 형태를 다루면서 그동안 익숙했던 패턴에서 벗어나는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혼란한 시기를 겪어내고 있는 요식업계의 고충을 담아내기 위한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들의 고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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