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사촌>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

영화 <이웃사촌>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 ⓒ 리틀빅픽쳐스

 
국가정보기관에 의해 가택연금을 당한 제 1야당 총재(오달수)와 그를 감시하는 정보 요원(정우) 이야기를 이 감독은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풀었다. 실제 1985년은 독재 권력에 맞선 항쟁의 기운이 강했던 때였다. 이를 이환경 감독은 우정과 가족 사랑의 틀로 바라본 것이다.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영화 <이웃사촌>은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 7번방의 선물 >로 천만 관객 대열에 합류한 그는 전작들에서 그랬듯 눈물과 웃음 코드를 가미해 주제를 전하려 했다. 가택연금 당한 정치인이라는 설정만 보면 분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19일 서울 삼청동의 모처에서 만난 이환경 감독은 "정치적 소재를 먼저 생각하고 영화를 만든 건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휴머니즘 코미디 철학 

"두 남자의 우정과 교감, 가족과의 소통을 먼저 생각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 가택연금 사건을 떠올리게 됐다. < 7번방의 선물 >도 예승(갈소원)이와 용구(류승룡) 이야기를 하려다가 교도소와 사법제도를 끌어온 것이었다.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리는 건 이 영화가 역사적 팩트가 들어간 게 아니기에 혹시나 혼동하실까 우려가 들어서다.

가택연금 사건은 제가 중국으로 떠나기 전부터 생각하던 것이다. 중국에서 <대단한 부녀>라는 작품을 준비하다가 사드(THAAD, 고공 권역 방위미사일)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는 바람에 촬영 시작 15일을 앞두고 무산돼서 서울에 오게됐다. 그때부터 <이웃사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 7번방의 선물 >이 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잖나. 그런 소재에 제가 끌렸던 것 같다. 갇혀 있는 공간에서 나올 수 있는 휴머니즘 코미디에 목마름이 있었고, 그 시대를 겪지 못한 세대에게 이런 일도 있었다는 걸 전달하고픈 생각도 있었다."


이환경 감독은 <이웃사촌>을 관객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영화로 명명했다. 전작의 큰 흥행에 감사한 마음으로 이번 작품 또한 비슷한 공감대를 주고 싶었다는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감독은 "그때의 흥행을 넘겨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고 강조했다.

"제가 영화 감독을 처음 하게된 17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었다. 그간 작품을 해오며 저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문득 정우씨(배우 정우는 이환경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 <그놈은 멋있었다>의 오디션을 봤다. 두 사람의 인연은 그때 시작됐다-기자 말)가 생각나더라. 신인배우로 시작해 스타가 됐고, 저 역시 아무 것도 모르는 감독으로 데뷔한 후 <7번방의 선물>을 찍은 감독이 됐는데 정우씨와 한다면 초심이 생각날 것 같더라."
 
 영화 <이웃사촌>의 한 장면.

영화 <이웃사촌>의 한 장면. ⓒ 트리니티픽쳐스

 
영화 속 주인공이자 극중 야당 총재의 이름은 이의식이다. 이환경 감독의 부친 이름이기도 하다. 전작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감독은 가족의 실제 이름을 따와 캐릭터를 입혔다. "관객분들이 준 사랑을 되갚는다는 의미로 쓴 것"이라며 감독은 현재 영화 감독 지망생인 딸과의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딸이 제 시나리오 비평을 많이 해준다. 전 1985년 당시 학교를 다녔고 눈앞에서 (항쟁을) 지켜봤던 사람이고 딸은 그렇지 않잖나. 가택연금이 진짜 있었는지 제게 묻더라. '그런 일이 있었으니 한번 찾아보세요' 하는 게 이 영화로 제가 할 일인 듯 싶다. 블라인드 시사(제목을 알려주지 않은 채 일반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중간 평가를 받는 것)도 비공식까지 합하면 8번 정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정보요원과 이의식 집 가정부의)숨바꼭질 장면은 제 아들 예준이와 종종 하던 놀이다(웃음). 그런 가족적인면을 잘 살려보려 했다." 

뜻하지 않은 개봉 연기

이렇게 최선을 다해 준비하던 영화에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2018년 개봉을 앞두고 주연 배우 오달수가 이른바 '미투 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30여 년 전 그가 극단후배를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데다 피해자가 공식적으로 고소하지 않아 경찰의 정식 수사로 이어지지 않고 내사 종결됐다. 

이환경 감독은 "개봉  시기가 밀린 건 아쉽긴 하지만 한편으로 제겐 행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었다.

"< 7번방의 선물 > 때도 태풍을 연이어 세 번 맞고 개봉이 밀렸다. 그렇게 개봉했는데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신 거지. 역시 영화 흥행은 사람의 힘으로 되진 않는구나 느꼈다. 3년 전에 개봉했으면 코로나19도 없었을 거고 아쉽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되더라. 하늘이 이 시기에 이 영화가 필요한 것이라 점찍었다고 생각하게 됐다. 겸허하게 받아들여야지. 가장 힘들 때 필요한 영화일 수 있잖나.

당시 사건이 불거졌을 땐 멍했지. 인간 오달수라는 사람은 둘째치고, 저와 함께 <이웃사촌>이라는 배에 탄 식구들이 중요했다. 오달수 선배도 물론 그 중 하나지.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달수 배우를 제작사 대표와 찾아갔다. 이 영화를 잘 연착륙 시켜야 했기에 한 명씩 잘 보듬으며 가는 게 맞다고 봤다.  

제 개인에겐 기다리는 동안 좋은 제안이 오기도 했다. 다른 작품을 촬영할 기회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 덥썩 잡는다면 마치 전 난파된 배를 가장 먼저 떠나는 선장과 다를 바 없겠더라.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무사히 영화를 개봉하게 됐다. 이환경 감독은 "오달수라는 배우가 시나리오를 독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 7번방의 선물 >에 출연했을 때도 캐릭터의 진정성을 보더라. <이웃사촌>에선 정치인이 아닌 아빠, 그리고 도청당하는 사람으로 해석했다. 역시 탁월하다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덧붙였다.
 
 영화 <이웃사촌>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

영화 <이웃사촌>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 ⓒ 리틀빅픽쳐스

 
아름다운 신파

가족애나 연인 관계 등 대중에게 익숙한 관계성을 보이며 눈물과 감동을 유인하는 걸 '신파'라고 정의한다면 이환경 감독의 영화들은 신파성이 짙은 쪽으로 분류할 수 있다. <마음이> <챔프> < 7번방의 선물 > 그리고 <이웃사촌> 또한 그런 신파 코드가 담겨 있다. 이런 지적에 이환경 감독은 어느 관객의 리뷰 하나를 기자에게 소개했다.

"<7번방의 선물>을 찍은 감독이라 큰 기대를 안 했다는 관객분이셨다. 그분이 쓴 리뷰 중에 '<이웃사촌>를 보며 단순히 신파로 해석해야 하지 않아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동안 감독의 신파가 너무 싫었지만 이젠 감독의 신파를 인정하려 한다. 이왕 신파 스타일인 거 진짜 어른들의 신파를 꼭 만들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걸 보고 찡해서 눈물이 났다. 

서양의 커피를 누군가 가져왔다고 치자. 그런 새로운 감각을 들여온 사람은 엄청 인정받고, 익숙한 뭔가를 계속 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전 후자거든. 된장국을 즐겨먹고 거기에 종종 새로운 재료를 넣으며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다. 그 된장국을 신파라고 한다면 이왕이면 좋은 신파를 만들고 싶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