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현대제철, 우승이 보인다  16일 인천 남동경기장에서 열린 여자프로축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인천 현대제철과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축구단의 경기. 후반전 인천 현대제철 선수들이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날 경기에서 2-0으로 승리, 통합 8연패를 달성했다.

▲ 인천 현대제철, 우승이 보인다 16일 인천 남동경기장에서 열린 여자프로축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인천 현대제철과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축구단의 경기. 후반전 인천 현대제철 선수들이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날 경기에서 2-0으로 승리, 통합 8연패를 달성했다. ⓒ 연합뉴스

 
정규리그 세 번의 게임, 그리고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도 인천 현대제철은 경주 한수원을 이기지 못했다. 그런데 2무 2패(2득점 5실점) 끝에 찾아온 마지막 한 번의 기회에서 그녀들은 최고의 게임을 펼치며 완벽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라이벌 경주 한수원을 상대로 이번 시즌 첫 승리 기록을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찍은 것이다.

정성천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가 16일 오후 6시 인천 남동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0 W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 경주 한수원 여자축구팀과의 홈 게임에서 2-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8년 연속 최고의 자리를 굳게 지켜내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었다.

제2의 전성기 만든 골키퍼 '김정미'

2차전 홈 팀 인천 현대제철은 지난 12일(목) 경주 황성 3구장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고도 골대를 네 차례나 때리는 바람에 경주 한수원을 상대로 이번 시즌 첫 승리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안방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래서 2차전은 정말로 마지막 게임이 되고 말았다. 어웨이 팀 경주 한수원은 정규리그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인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게임 초반부터 엄청난 활동량으로 홈 팀을 압박했다.

경주 한수원의 초반 맹공을 막아내야 하는 중책은 역시 골키퍼 김정미에게 돌아왔다. 게임 시작 후 11분만에 경주 한수원이 결정적인 선취골 기회를 잡은 것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전은하가 인천 현대제철 골문 바로 앞에서 180도 돌아서며 밀어넣기를 시도했을 때 각도를 과감히 줄이고 달려나온 김정미 골키퍼가 그 공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김정미가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김정미 골키퍼는 64분에도 놀라운 반사 신경을 자랑하며 경주 한수원 플레이 메이커 아스나의 오른발 강슛을 몸 날려 쳐냈다. 슛 방향을 예측하는 준비 동작부터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려 공을 쳐내는 순간까지 그 어느 선수보다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 것이다.

골대 불운 뛰어넘고 '엘리' 1득점 1도움 활약
 
 16일 인천 남동경기장에서 열린 여자프로축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인천 현대제철과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축구단의 경기. 전반전 경주 전은하(오른쪽)가 인천 골키퍼 김정미에게 맞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16일 인천 남동경기장에서 열린 여자프로축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인천 현대제철과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축구단의 경기. 전반전 경주 전은하(오른쪽)가 인천 골키퍼 김정미에게 맞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리고 마지막 운명의 갈림길이 만들어진 후반전이 이어졌고 홈 팀 인천 현대제철 선수들이 먼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었다. 75분에 귀중한 첫 골을 뽑아낸 것이다. 그 중심에 챔피언 결정 1차전 두 차례나 골대 불운에 탄식을 내뱉었던 스페인 출신 골잡이 엘리가 우뚝 섰다.

경주 한수원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침착하게 공을 소유한 뒤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까지 발휘한 엘리가 직접 슛하지 않고 반대쪽에서 달려드는 정설빈을 겨냥하여 밀어준 공이 빈 골문으로 굴러 들어간 것이다. 

경주 한수원 선수들이 엘리가 공을 빼앗는 순간 밀기 반칙을 저질렀다며 오현정 주심에게 하소연했지만 바로 앞 골 라인 밖 추가 부심까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판정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결정적인 우승 기회를 잡은 인천 현대제철은 후반전 추가 시간이 거의 다 끝날 때까지 밸런스를 잃지 않았고 종료 직전 장슬기가 얻은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까지 쐐기골로 만들며 완벽한 우승 세리머니를 즐겼다. 

왼발잡이 수비형 미드필더 이세은이 날카롭게 감아올린 오른쪽 코너킥이 골문 안으로 휘어날아와 정설빈의 머리에 맞고 골 라인 안쪽에 떨어진 것이다. 경주 한수원 주장이자 골키퍼인 윤영글이 그 공을 쳐내기 위해 정설빈과 함께 뛰어올랐지만 코너킥 높은 공을 미리 쳐내지 못한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이로써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는 2013년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한국 여자축구 최고의 자리를 단 한 번도 내주지 않고 V8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WK리그 역사에 새겨넣었다.

2020 W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 결과(16일 오후 6시, 인천 남동 아시아드 경기장)

인천 현대제철 2-0 경주 한수원 [득점 : 정설빈(75분,도움-엘리), 엘리(90+5분,도움-이세은)]

인천 현대제철 선수들
FW : 정설빈(81분↔강채림), 엘리, 네넴(89분↔한채린)
MF : 장슬기, 이세은, 이민아(90+2분↔김나래)
DF : 심서연, 김도연, 임선주, 김혜리
GK : 김정미

경주 한수원 선수들
FW : 서지연
AMF : 이네스, 전은하, 김인지(57분↔나히)
DMF : 박예은, 아스나
DF : 이은지, 손다슬, 이세진, 박세라
GK : 윤영글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축구 WK리그 인천 현대제철 경주 한수원 우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