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주장' 이소영(26) 선수

'GS칼텍스 주장' 이소영(26) 선수 ⓒ 한국배구연맹

 
김연경(흥국생명)의 비매너 행위에 강하게 항의했던 GS칼텍스가 이번에는 자신의 팀 선수가 다른 팀에게 비매너 행위를 하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

논란의 장면은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현대건설 경기 1세트 8-9 상황에서 벌어졌다. 

GS칼텍스 주장인 이소영(26세)은 공격한 볼이 네트를 넘지 못하고 다시 자신 앞에 떨어면서 점수 잃게 되자, 곧바로 공을 상태팀인 현대건설 코트를 향해 쳐냈다. 공은 현대건설 선수들이 뒤돌아 서서 환호를 하던 방향으로 날아갔다.

물론 악의적이거나 상대팀 선수를 직접 겨냥한 공격적 행위는 아니었다. 또한 다행히 상대팀 선수들이 공에 맞거나 밟는 등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소영의 행위는 배구 경기에서 원칙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비매너 행위'다. 상대팀 코트를 향해 공을 쳐내는 행위는 자칫 공의 방향이 선수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팀 선수 쪽으로 날아가 공에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팀 선수가 굴러온 공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발로 밟을 경우 심각한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이소영이 현대건설 코트로 공을 쳐낼 당시, 일부 현대건설 선수들은 뒤로 돌아서서 점수를 획득한 것에 환호하느라 공이 날아오는 걸 보지 못했다.

한 현역 심판은 "선수들은 데드된 볼을 코트 밖의 볼보이에게 굴려서 보낼 때도 반드시 상대팀 코트 쪽이 아닌, 자신의 코트 쪽으로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대팀 향해 공 쳐내기... '부상 초래 위험' 금기 사항

이소영이 상대팀을 향해 공을 쳐내는 장면을 지켜 본 전영아 주심은 이소영에게 휘슬을 불며 주의를 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이소영도 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주심이 주의를 준다는 자체가 문제가 있는 행위이기 때문다. 그러나 주의는 구두 경고나 옐로 카드 등 경고보다도 낮은 조치이다. 

경기 직후 배구 커뮤니티 등에서 누리꾼들은 이소영의 비매너 행위 영상을 올리며 질타를 쏟아냈다. 특히 지난 11일 GS칼텍스-흥국생명 경기에서 김연경이 네트를 잡아끌며 스스로에게 분노를 표출한 '자책성 제스처'와 비교를 하면서 논란이 거셌다.

김연경이 네트를 잡아끄는 행위를 했을 당시,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주심을 향해 '김연경 선수에게 경고를 주어야 한다'고 강하게 항의를 했다. 경기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도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경고가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해, 김연경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결국 김연경 행위에 대해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수많은 비판과 옹호론이 맞서며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김연경의 행동이 과했다는 비판과 프로 스포츠에서 그 정도는 승부욕의 표현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옹호론이 맞섰다. V리그의 다른 이슈들은 비매너 논란에 매몰되고 말았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12일 "김연경 선수의 행위에 대해 주심인 강주희 심판이 선수를 제재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한 점에 대해 잘못된 규칙 적용이라 판단하고, 해당 심판에게 제재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각 구단들에게도 선수의 과격한 행동 방지와 이를 위한 철저한 재발방지 교육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경고·옐로카드 vs 레드카드·퇴장...성격과 차원이 다르다  
 
 '데드된 볼을 상대팀 코트 향해 쳐내는 이소영'... GS칼텍스 이소영 선수가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V리그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공격 범실 후 상대 코트를 향해 공을 쳐내고 있다. 이는 상대팀 선수들에게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로 원칙적 금기 시항이자 비매너 행위로 간주된다.

'데드된 볼을 상대팀 코트 향해 쳐내는 이소영'... GS칼텍스 이소영 선수가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V리그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공격 범실 후 상대 코트를 향해 공을 쳐내고 있다. 이는 상대팀 선수들에게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로 원칙적 금기 시항이자 비매너 행위로 간주된다. ⓒ SBS Sports 중계화면

 
그러나 GS칼텍스-흥국생명 경기의 주심을 맡았던 강주희(49) 국제배구연맹(FIVB) 국제심판은 해당 징계에 대해 적법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난 13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판정은 정당했고, 당시 상황에선 최선의 조치였다고 설명했다(해당 기사 : 강주희 주심 "김연경 행위, 레드카드 수준 아니었다")

강주희 주심은 국내에서 유일한 '국제배구연맹(FIVB) 공식 A클래스 국제심판'이다. A클래스 국제심판은 전 세계적으로도 30여 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2016 리우 올림픽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주심을 맡아 왔고,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심판으로 배정됐다. 그만큼 국제적 명성이 높은 심판일 뿐만 아니라, 배구 규정에 대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주희 주심이 5세트 막판 김연경의 네트 행위에 대해 추가 제재를 취하지 않은 핵심 이유에는 당시 상황에서 주심이 취할 수 있는 제재 조치가 레드 카드를 주거나, 선수를 퇴장시키는 것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도 있다.

현재 배구 규정상, 구두 경고와 옐로 카드는 한 경기에서 해당 팀 전체에 오직 한 번씩만 줄 수 있다. 예컨대 감독이든 선수든 한 명이 구두 경고나 옐로 카드를 받을 경우, 더 이상 해당 팀에게는 구두 경고나 옐로 카드를 추가로 줄 수 없다.

또한 레드 카드, 선수 퇴장 조치는 구두 경고·옐로 카드와 그 성격과 차원이 크게 다르다. 구두 경고·옐로 카드는 말 그대로 경고일 뿐이다. 해당 팀의 경기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레드 카드나 선수 퇴장 조치는 해당 팀의 경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실상 '형벌'이다. 때문에 그에 걸맞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상대팀을 자극하거나 피해를 줄 수 있는 도발적 행위, 욕설, 심판 판정에 거친 항의, 경고 수준의 행위라 하더라도 수차례 계속 반복적으로 할 경우 등은 주심이 바로 레드 카드나 선수 퇴장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연경의 경우, 그 정도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곧바로 최고 수준의 제재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게 강주희 주심의 설명 요지였다. 그는 "김연경이 긴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공격이 실패하자 스스로 분에 못 이겨서 하는 행위였다"며 "상대팀에게 자극을 주거나 경기에 방해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심판에게 항의하는 것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과태료 수준의 행위에 징역형이나 사형을 선고하는 건, 그 또한 형평성에 어긋난 판정이라는 뜻이다. 경고가 누적된 상태라고 해서 행위의 의도, 당시 상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레드 카드나 퇴장 조치를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경기 막판 치열한 접전 상황에서는 선수의 행위가 심각한 정도가 아닌 경우 주심의 제재 조치로 경기를 끝내는 건 가급적 피하고, 운영의 묘를 살리라는 것이 배구 대회의 국제적 관행이기도 하다. 

"차로남불" vs "가벼운 수준"... 이소영 행위 갑론을박

그런데 이처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그것도 김연경 행위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던 GS칼텍스 팀에서 불과 3일 만에 일부 선수가 다른 팀 선수들을 향해 위험한 비매너 행위를 한 것이다. 또 다른 비판과 논란으로 이어지는 건 당연했다.

누리꾼들은 이소영의 행위와 차상현 감독의 언행에 대해 "상대팀 선수가 그 공을 밟고 부상을 당할 수 있는 비매너", "상대팀 입장에서는 김연경 선수 행위보다 더 위험하다", "논란이 뜨거운 상황에서 눈치가 없다", "차로남불"(차상현 감독이 하면 로맨스 남의 팀이 하면 불륜 뜻) 등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김연경 행위에 대한 심판·KOVO의 조치와 이소영 행위에 대한 조치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김연경의 행위보다 가볍고 귀여운 수준", "김연경도 이소영도 징계를 줄 정도는 아니다" 등 옹호론도 있었다. 

배구계 일각에선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와 좋은 경기력은 묻히고, 비매너 행위만 계속 화제의 중심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OVO도 사태를 정확하게 정리하고 관리해야 할 입장임에도 일부 인사들이 주도해 서둘러 징계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며,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1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