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과 13일 인터넷 공간에 한동안 잊고 있던 이름이 난데없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장본인은 바로 고영욱이다. 그는 뜬금없이 SNS(인스타그램) 계정 개설을 알리면서 "세상과 소통하겠다"고 나서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고영욱은 오랜 기간 인기 연예인으로 활동했지만 미성년자 성폭행과 성추행을 일삼았고 끝내 법의 심판을 받은 성범죄 전과자다.

2015년 교도소를 나온 후 시간이 흘러 그에 따른 전자발찌 착용 및 정보 공개 기간도 경과했지만 고영욱은 사람들의 용서를 받을래야 받을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법적 심판은 받았다지만 사람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이를 어느 누가 환영해주겠는가. 

누구도 그의 이름을 쉽게 꺼낼 리 만무했고 그렇게 고영욱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는 듯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소통 운운하며 SNS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이다.
 
 고영욱이 지난 12일 개설했던 인스타그램 계정

고영욱이 지난 12일 개설했던 인스타그램 계정 ⓒ 인터넷커뮤니티캡쳐

 
"저는 9년 가까이 단절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살아있는 한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기에...
이젠 조심스레 세상과 소통하며 살고자 합니다..."


지난 12일 고씨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내용의 글을 남겼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그는 아직도 본인이 놓인 처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 그가 그동안 단절된 시간을 보낸 건 용서할 수도, 용서 받을 수도 없는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 아니던가.

이런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대중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뜬금없이 그룹 활동 시절 사진까지 함께 게재한 것에 대해 사람들은 "아직도 그 시절 못 잊었나? 연예계 복귀 시도하려고?" 등의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더욱이 '소통'을 강조하며 인스타 계정을 만들어놓고 댓글 기능을 차단해 빈축을 샀다. 타인의 의견 표출은 애당초 막아뒀기에 고씨 본인만 글을 올리는 "일방 통보"의 공간이 형성된 거나 다를 바 없었다. 이에 대해 고영욱은 트위터를 통해 "댓글을 차단한 게 아니고 내가 팔로우 한 사람만 댓글 지정으로 설정했다"라고 해명했다.

성범죄 전과자의 SNS 개설 소식이 알려진 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및 게시판, 기타 사회면 기사 댓글 등에는 고씨의 뻔뻔한 등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가뜩이나 또 다른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세상이 시끄러워진 요즘 상황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즉각 폐쇄된 SNS 계정... 업체 측의 강제 폐쇄 추정
 
 인스타그램은 성범죄자의 서비스 이용을 불허하고 있음을 고객센터를 통해 명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성범죄자의 서비스 이용을 불허하고 있음을 고객센터를 통해 명시하고 있다. ⓒ Instagram

 
그런데 고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개설 이틀째인 13일 돌연 사라졌다. 일부 언론은 예상을 뛰어넘는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자진 폐쇄(일명 '폭파')를 한 게 아니냐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지만 인스타그램 운영 정책을 고려해 볼 때 이는 업체가 마련한 운영 정책에 의거한 강제 차단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고영욱 또한 트위터를 통해 "쪽지가 많이 와서 답장부터 하던 차에 막히게 됐다. 그 후 인스타에 들어갈 수 없던 상황이 됐다. 잠시나마 관심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현재 인스타그램은 성범죄자들의 서비스 이용을 불허하고 있는 SNS 서비스 중 하나다. 고객센터를 통해 "유죄 판결을 받은 성범죄자는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분명히 고지하고 있다. 또한 성범죄자의 계정에 대해선 신고해줄 것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스타그램 측의 방침은 지극히 타당한 선택이다. 건전하게 이용하고 있는 타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각종 성범죄로 악용될 수 있는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업체 측의 의도로 풀이된다. 결국 세상과의 소통을 주장하며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SNS 공간 복귀를 시도했던 고씨의 꿈은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다.

이번 고씨의 인스타그램 계정 등장-폐쇄는 잠깐 동안의 해프닝 정도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지만, 성범죄 전과자의 갑작스런 등장 시도는 큰 충격과 분노를 동시에 안겨줄 뿐이다. 세상은 여전히 '고씨와의 단절'을 원하고 있다는 걸 진정 본인은 모르는 걸까. 
고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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