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포스터

<이웃사촌>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 (주)트리니티픽쳐스

 
1985년이라는 시대 배경, 거기에 주인공이 제1 야당 총수인데 가택 구금을 당한 상태다. 이 두 가지 실마리만으로 특정 인물을 떠올리는 관객이 있을 것이다. 서슬 퍼렇던 군부독재의 칼날이 한창일 때 현실에선 시민들이 저항하고 피를 흘렸고, 이 영화는 특정 가족의 가족애와 주인공들 우정을 그렸다.

영화 <이웃 사촌>은 소재만으로 여러 우려가 들 만하다. 민주화 항쟁, 독재 권력 간 대립을 정면으로 다룬 여러 영화들이 있었듯 이 영화 또한 해당 소재를 통해 특정 메시지를 전할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 7번방의 선물 > 이후 7년 만에 복귀하게 된 이환경 감독은 코미디 요소를 강하게 가미하 그런 예상을 반전시키고자 했다. 소재나 실제 영감이 된 사건 자체는 현대사의 아픔이겠지만 거기에 함몰되지 않으려 한 흔적이 강하게 보인다.

국가정보기관의 감시를 받게 된 정치인 이의식(오달수)은 유독 가족에게 따뜻하다. 외부 감시가 심할수록 영화는 이 가족의 화목함을 열거하며 이후 벌어질 사건의 일부를 암시하기 시작한다. 이의식에 대척점에 선 인물은 부지불식 간에 국가정보기관의 부름을 받은 대권(정우)으로 그는 왜곡된 애국심으로 한 개인의 인권을 기꺼이 파괴하려는 인물이다.
 
 영화 <이웃사촌>의 한 장면.

영화 <이웃사촌>의 한 장면. ⓒ 트리니티픽쳐스

 영화 <이웃사촌>의 한 장면.

영화 <이웃사촌>의 한 장면. ⓒ 트리니티픽쳐스

 
대권은 뿌리부터 철저한 반공의식을 가졌다기보단 어쩌다 보니 젖어 든 일종의 생활형 반공주의자에 가깝다. 그런 이유로 의식을 도청하면 할수록 내면에선 묘하게 그에게 끌리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려오는 윗선의 이해 못할 지시로 대권은 내면 갈등을 겪는다. 영화의 중반부까진 자신의 마음과 직업적 의무 사이에서 방황하는 캐틱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환경 감독이 지난 언론 시사회 때 말한 대로 <이웃사촌>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보이는 특정 인물 묘사나 정치적 해석을 경계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도리어 가족애와 우정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각 시퀀스들이 유기적으로 붙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대권의 변화폭이 매우 크기에 그것을 설득시키는 게 관건일 텐데 의식의 가족 사랑이 일종의 촉매제로 작용한다, 다만 이 역시 유기적이라기보단 이미 정해진 결론을 위해 만들어 놓은 장치처럼 느껴진다.

대사를 통해 반복되는 '빨갱이'라는 단어는 곧 지금도 유효한 우리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를 상징하는 말이다. 권력에게 자유를 뺏기고 착취 당하는 개인을 의식에게 투영하고 있는데 문제는 소위 386세대에 대한 재평가와 책임론이 활발했던 지난 흐름을 너무 간과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의식이 품고 있는 가족 사랑, 희생정신은 그 자체로 옳은 가치고 숭고한 가치지만 영화에서 이걸 재현하는 방식은 지극히 신파적이다. 

상황과 맥락에 맞는 신파는 상업영화에서 미덕이 될 수 있지만 <이웃사촌>은 다소 기능적으로 사용한 모양새다. 그렇기에 자칫 386세대의 자기 위로에 적절한 코미디를 섞어놓은 범작처럼 보일 여지가 크다.

오히려 적극 시대정신을 반영해, 그를 감독 나름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면 어땠을까. 무의미한 가정이겠지만 너무도 정치성을 지우려 한 시도가 <이웃사촌>의 약점으로 작용했다. 이런 약점에도 이야기 곳곳에 배치된 주변 캐릭터들이 꽤 인상적이다. 웃음 요소의 대부분을 이들이 책임지고 있는데 코미디 장르만을 기대한다면 무리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한 줄 평: 이미 기성세대가 된 386의 추억팔이가 되지 않길  
평점: ★★★(3/5)

 
영화 <이웃사촌> 관련 정보

감독: 이환경 
출연: 정우, 오달수, 김희원, 김병철, 이유비, 조현철, 김선경, 염혜란, 지승현, 정현준
제공: ㈜트리니티픽쳐스
제작: ㈜시네마허브, ㈜환타지엔터테인먼트
배급: 리틀빅픽처스, ㈜트리니티픽쳐스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0분
개봉: 2020년 11월 25일
 
이웃사촌 오달수 정우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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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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