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11일 방영분에서 만난 사람들은 바로 소방관이다. 프로그램 시작 부분에서 MC 조세호의 입을 빌려 설명했지만 소방관은 "존경 받는 직업 1위 vs. 저평가된 직업 1위"라는 양극단의 위치에 놓인 직군이다.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내는 최일선에 선 인물들이지만 그에 대한 합당한 대우와 평가를 받지 못해왔기에 이런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각종 사건 사고 현장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슈퍼맨' 소방관들의 애환은 100분가량의 방송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우리들의 마음을 강하게 때렸다. 

First In, Last Out
 
 지난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나중에 나온다)라는 이번 방영분의 부제는 소방관에게 부여된 사명을 가장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지난 11일 <유퀴즈>가 만난 소방관들의 종사 분야는 생각 이상으로 다양했다.   

현장 최일선에서 화재를 진화하는 소방대원뿐만 아니라 모든 신고가 접수되고 이를 후속 지휘하는 119 종합상황실 요원들, 사고 당한 시민들의 구호를 책임지는 베테랑 구급대원, 등산 중 위험에 처한 등산객들의 안전을 살피는 산악구조대 등 <유퀴즈>에선 단순히 불만 끄는 것으로 인식하기 쉬웠던 소방관들의 수많은 임무를 소개하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119 종합상황실에서 일하는 조진영 소방장은 하루에 전화 접수만 2000건 이상이며 전국에서 가장 많이 신고가 들어오는 서울 종합방제센터의 경우 하루 6000건가량의 전화가 접수된다고 알려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어 허위 장난전화에 대한 어려움도 소개되며 일부 사람들의 부족한 시민의식을 질타하는 내용도 함께 전파를 탔다.   

​두 번째로 등장한 인물은 신미애 구급대원이었다. 그는 과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보고 소방대원이 돼야겠다고 결심했고 20년이 넘은 지금까지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신미애 대원은 근무 3년 차에 겪었던 홍제동 화재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홍제동 화재사건은 여러 명의 소방관이 순직할 만큼 대형 참화였다. 

"본인 생명을 구해줬는데..." 어처구니없는 상황들
 
 지난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이날 방송엔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대목도 등장했다. '북한산 산신령'으로 불리는 김진선 산악구조대원은 15kg 이상의 중장비를 짊어지고 가파른 산기슭을 오르내리며 사고당한 등산객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본인 생명을 구해줬는데..."   

등산객을 구한 후 다음날 구조한 사람에게서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등산 스틱을 잃어버렸으니 찾아달라고 했다는 것. 현장 영상 등을 확인한 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니까 인사도 없이 그대로 끊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를 듣고 있던 MC 유재석도 화를 감추지 못했다. 김진선 구조대원은 "산 지 얼마 안 됐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웃어넘겼지만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유재석과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불쌍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저희 예산 많이 있어요. 복지 잘 되어 있고..."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던 김 구조대원은 뉴스 혹은 SNS 상에서 소개되는 일부 사진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구호 작업 후 컵라면 등으로 간단히 허기를 채우는 모습이 종종 방송과 기사 등을 통해 전해지곤 한다며 "왜 계속 (그런 장면이) 나오는지... 저는 싫어요"라고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그 한 순간의 장면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이들의 시선이 그는 속상하다고 했다.

무거운 장비 만큼의 책임감​
 
 지난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2.7세지만 소방관은 이에 못 미치는 69세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고로 인한 순직뿐만 아니라 각종 스트레스 등 정신적 충격도 클 수밖에 없는 이들의 고단함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하철을 타지 못해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에 투입되었던 김명배 소방관이 들려준 이야기도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의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200여 명의 무고한 승객과 소방관들의 생명을 앗아간 당시 사건 때문에 그는 지금도 지하철을 타지 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무거운 장비를 내려놓지 않은 채 일선 화재 현장을 지키고 있다. ​방송 말미 짧은 인터뷰로 소개된 김주동 소방교는 "앞서가는 동료의 반짝반짝한 불빛을 보면 없던 힘도 난다"며 "저 안에 우리 딸 같은 이들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현장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희생한다는 생각이 없으면 그 불과의 싸움은 이길 수 없다."

이날 방송을 간략히 정리한 유재석의 위 말처럼 그들은 사명감 하나로 자신과 동료,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던 영화 속 슈퍼맨은 알고 보면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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