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회 영평상 감독상을 수상한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40회 영평상 감독상을 수상한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 성하훈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 윤희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멈출 수 있도록 하루빨리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해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제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한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의 수상 소감은 성소수자를 향해 있었다. 표현은 다소 우회해 했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 것이었다.
 
임 감독은 주인공 윤희를 연기한 김희애 배우를 향해서도 "시나리오를 알아봐 주시고 기꺼이 윤희가 돼 주신 김희애 선배님 덕분에 영화가 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하면서 "모든 약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이 영화를 통해 내주셨고, 덕분에 세상이 반 뼘이라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치 사회적 의미 담은 영화 수상
 
11일 저녁 서울 중구 KG 하모니홀에서 개최된 '40회 영평상 시상식'은 대작 상업영화와 저예산 독립영화들의 엇비슷한 수상 속에 작품성을 평가하는 영화평론가들의 안목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주요 수상작들이 정치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남산의 부장들>은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그리고 있지만 박정희 유신독재를 끝낸 김재규를 재평가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수상이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병헌 배우는 "영평상에 설 때마다 매번 가장 영화를 아주 디테일하고 예민하게 들여다보시는 평론가들이 뜻을 모아서 주시는 상이라서 어렵고 영광스럽다"면서 "함께 호흡했던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배우가 없었다면 이 상을 못 받았을 것"이라며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우민호 감독도 "영화 인생에 한 번은 받고 싶은 상"이라며 "배우들이 중요했던 영화로 배우들 덕분에 상을 받게 돼 고맙다"고 인사했다.
  
 40회 영평상 배우상 수상자들. 곽민규, 박정민, 이병헌, 정유미, 김미경 배우

40회 영평상 배우상 수상자들. 곽민규, 박정민, 이병헌, 정유미, 김미경 배우 ⓒ 성하훈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고 있는 <윤희에게>는 감독상과 각본상, 음악상까지 수상하며 3관왕이 됐다.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기도 했는데, 감독상 시상자로 나선 정재형 영화평론가(동국대 교수)는 "절제된 미학의 결정판"이라며 "절제된 감정으로 한국영화 쓰기를 다시 하고 있는, 근래에 보기 힘든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여우주연상과 조연상을 수상한 < 82년생 김지영 >은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 문제 등을 조명한 영화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김미경 배우는 "영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 82년생 김지영 >을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개봉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도 너무 따뜻하고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고, 이런 좋은 팀들을 만나서 다시 한 번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또 "연기를 오래 했으나 하면 할수록 어렵다. 정직한 사람으로, 제 진심을 보이기엔 아직 먼 것 같다"면서 "영화에서 우리 딸로 만났던 정유미씨와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함께 하게 돼 두 배로 기쁘고 행복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유미 배우는 "영화 데뷔를 한 뒤 처음 받은 상이 영평상이었다"며 < 82년생 김지영 >을 만나 행복했고 육아와 연출을 병행했던 김도영 감독님, 또 다른 김지영이었던 김미경 선생님과 이 영광 나누고 싶다"고 인사했다.
 
정유미는 2005년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로 영평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자로 나선 민병록 평론가(전 동국대 교수)는 "정유미의 연기는 보이지도 않고 어필되지도 않지만 뇌리에 남는다"며 "절제된 연기를 평온하게 만든다"라고 평가했다.
 
유이로 대변되는 사람들 공들여서 보는 마음으로
 
 40회 영평상 수상자들

40회 영평상 수상자들 ⓒ 성하훈

 
남우조연상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트랜스젠더인 유이 역을 맡은 박정민 배우가 수상했다. 박정민 배우는 수상소감을 통해 "작품을 할 때마다 특히나 조금 조심스럽게, 혹은 소중하게 들여다봐줘야 하는 캐릭터를 만날 때가 있는 것 같다. 제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하고 공부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다가도 보란 듯이 실패하는 캐릭터도 꽤 있었는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유이라는 캐릭터가 저한테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공들여 들여다봐야 하는 인물인데 제가 아무리 노력한들 유이라는 인물의 마음을 완전하게 알 수 있을까 되새겨 봤을 때 안 되겠더라. 그래서 조심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며 "유이로 대변되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공들여서 보자는 마음으로 주신 것 같아서 감사히 받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인상은 독립영화의 몫이었다. 신인여우상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강말금 배우가, 신인남우상은 <이장> 곽민규 배우가 각각 수상했다.
 
촬영 일정으로 인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강말금 배우는 영상을 통해 "수상 소식에 기쁘고 부끄러웠는데, 좋은 영화를 만난 덕분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라며 "현장에서 주인으로서 촬영했고, 편집과 개봉 과정에 함께하면서 이 영화를 통해 겪은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수상이라는 영광을 얻을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곽민규 배우는 "영화 안에서 대사가 열 마디도 채 안 되는데 큰 상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출연했던 배우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항상 신인의 마음으로 연기하겠다"고 다짐했다.
 
독립영화지원상은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김미례 감독과 <아워바디> 한가람 감독이 수상해 차기작을 지원받게 됐다. 공로상은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창립회원으로 회장을 역임한 영화평론계의 산 증인 김종원 평론가가 수상했다. 영화평론가협회가 창립 60주년을 맞고 영평상이 40회를 맞이하는 해에 알맞은 선정이었다. 
 
영평상은 10편의 영화를 영평 10선으로 선정했는데,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백두산>, < 82년생 김지영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상업영화 외에 <윤희에게>, <도망친 여자>, <찬실이는 복도 많지>, <남매의 여름밤>, <프랑스여자> 등 독립영화들이 선정됐다.
 
 40회 영평상 시상식.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들과 수상자들

40회 영평상 시상식.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들과 수상자들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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