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게임의 전환> 포스터

영화 <게임의 전환> 포스터 ⓒ 게임의전환 제작위원회

 
지난 10월 28일, '국가보안법에 갇힌 대한민국'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게임의 전환>이 무료로 공개됐다. 오는 12월 1일로 다가온 국가보안법 제정 72년을 앞두고 제작된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유튜브에서만 조회 수 5700을 훌쩍 넘었다. 

<게임의 전환>은 왜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걸까? 우선, 기존 다큐 영화와는 분위기가 퍽 다르다. 카메라는 도입부부터 긴장감이 맴도는 어두컴컴한 무대를 비춘다. 그리고는 곧바로 서로가 서로를 향해 마피아라며 끝없이 의심하는 '마피아 게임'이 시작된다.

둘째, 접근 방식이 참신하다. 영화는 마피아 게임을 통해 "우리 안에 있는 빨갱이를 사냥하라!"라는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주제 의식을 던진다. 

위 주제 의식을 따라 영화 속 마피아 게임을 보면 자연스레 빨갱이 게임을 부추기는 국가보안법을 떠올리게 된다. 제아무리 "나는 빨갱이가 아니야!"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울부짖어도 그 말을 믿는 사람이 없다. 우리는 영화 속 장면을 통해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게임의 전환>의 한 장면

<게임의 전환>의 한 장면 ⓒ 게임의전환 제작위원회

 
그렇다면 영화의 제목은 왜 <게임의 전환>일까? 국가보안법은 1948년 12월 1일에 제정됐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승만이 일제가 우리 민족을 탄압하던 치안유지법의 간판을 국가보안법으로 슬쩍 바꿔 단 것. 이 때문에 온 국민의 '친일 청산 염원'을 받아 설치된 반민특위도 무력화됐다. 

이승만과 그에 결탁한 반민족 세력은 친일 청산 여론을 빨갱이 몰이로 뒤덮었다. 친일 반민족 행위로 지탄받던 인사들은 '반공 애국' 인사로 둔갑해 뻔뻔스럽게 정치 전면에 나섰다. "친일 잔재를 청산하라. 반민족 행위자를 처벌하라"라는 국민의 열망을 내리누르고, 반민족 행위자가 권력을 쥐도록 '게임의 판'을 억지로 비튼 것. 영화의 제목이 <게임의 전환>인 배경이다. 

우리는 좋든 싫든 모두 빨갱이 게임의 참가자가 됐다. 이승만과 미군정 사령관 하지라는 당시 게임의 설계자들이 떠난 뒤에도 분단 이래 공안 기관은 국가보안법을 마구 휘둘렀다. 그렇게 70년 넘도록 간첩 조작과 '종북·빨갱이 몰이'가 이어져 왔다.

처음부터 승패가 결정된 게임 : 자기 검열과 공포의 내재화 

사전에서 게임의 뜻을 찾아보면 '규칙을 정해 놓고 승부를 겨루는 놀이'라고 나온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규칙 아래 게임의 승부는 이미 결정 나 있다. 국가보안법의 설계자들이 빨갱이 게임이라는 악랄한 규칙을 짜놓았기 때문이다. 

영화에 따르면 빨갱이 게임의 규칙은 '자기 검열'과 '공포의 내재화'로 뒷받침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가보안법 아래에서 입 밖으로 꺼내면 위험할 것 같은 생각을 걸러내 말하는 자기 검열. 자신이 종북·빨갱이로 내몰릴까봐 두려워하는 공포의 내재화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70년이 넘은 게임의 규칙은 우리가 살아가는 2020년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영화에는 대학생, 탈북자, 교사, 사업가, 국회의원 등 국가보안법에 따른 여러 피해자들이 등장한다. 먼저 사학비리 재단의 부정비리를 규탄했다고 종북·빨갱이로 몰린 대학생은 우리 사회 전반에 국가보안법 논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게임의 전환>의 한 장면

<게임의 전환>의 한 장면 ⓒ 게임의전환 제작위원회

 
그 다음으로 공안 기관이 사람들을 직접 탄압한 사례도 있다. 멀쩡히 서울시에서 공무원을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간첩으로 조작당한 탈북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나긴 재판을 겪은 교사, 통일부와 국정원의 허가를 받고 북측 기술자들과 교류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갑작스레 구속된 사업가, 국정 교과서를 추진한 박근혜를 비판한 뒤 국정원에 사찰당한 국회의원 등이다.

피해자들은 자기 검열과 공포의 내재화 사례를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수업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대북 적대적인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하거나, 자신을 종북·빨갱이로 몰며 혐오하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서워 도망치고 싶었다거나, '박근혜 퇴진을 함께 외치자'라고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제안했는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거부당했다는 식이다.

강조하고 싶은 바는 영화 속 피해자들의 사례는 일부에게만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보안법에 따른 피해, 불이익은 누구나 언제라도 받을 수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로 게임을 전환하자

"(국가보안법이 유지되는 세상) 그건 정말 향후 살아갈 세대에 대한 배신 아닐까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 대학생 시절 '종북, 빨갱이'로 몰린 뒤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무섭다며 고통을 토로한 조윤영씨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이다.

이제 국가보안법이 만든 빨갱이 게임을 끝내야 한다. 그러자면 민주주의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들이 종북·빨갱이로 낙인찍히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영화에서 강조하는 '지금 당장 국가보안법 폐지'가 시의적절한 이유다.
   
<게임의 전환>은 우리에게 정면으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국가보안법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내면과 사회 각 분야에 깊은 흉터를 남겼습니다.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둔다면, 이 흉터를 치유하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주권연구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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