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가 죽던 날>에서 세진 역할을 맡은 배우 노정의

영화 <내가 죽던 날>에서 세진 역할을 맡은 배우 노정의 ⓒ 워너브러더스(주)

 
"제가 아는 아역 배우들은 다 오디션을 봤던 것 같아요. 처음엔 제가 될 거라는 생각 없이 편하게 했는데 1차, 2차로 올라갈수록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영화 <내가 죽던 날> 속 세진(노정의)은 그렇게 생명력을 얻게 됐다. 아빠와 친오빠의 범죄로 가족과 떨어져 외딴 섬에 살아야 했던 고교생, 그리고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사라져 형사 현수(김혜수)가 애타게 행방을 추적한 그 대상이다. 

세진에 몰입하다

올해로 성인이 된 배우 노정의는 오디션을 통해 영화에 합류했다. 9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벌써 11년 차다. "10대 아이가 중심인 영화들이 사실 별로 없지 않나, 그래서 이 영화가 너무 좋았고 세진이 나이가 저와 비슷했기에 잘 해내고 싶었다"라며 노정의는 캐스팅 당시 느낌부터 전했다. 이 영화로 상업 장편 영화에 데뷔한 박지완 감독은 "노정의를 두고 웃을 때와 웃지 않을 때의 온도 차가 커서 마음에 들었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만큼 표현으로 채울 게 많다는 뜻일 것이다.

미스터리 장르를 표방하는 <내가 죽던 날>에서 세진의 비중이 상당하다. 각 등장인물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인물이다. 대체 왜 그 아이는 그렇게 사라졌을까.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까, 아니면 또 다른 사건이 있던 걸까. 관객 입장에서 주인공 현수와 함께 세진의 행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다. 노정의는 극 중 세진의 심리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들이 보기엔 사소한 일이어도 당사자는 힘들 수도 있다. 세진이에겐 그가 겪은 일이 큰 상처일 것이다. 가족은 사라지고 순식간에 주변에 낯선 사람으로 가득 차고, 제게 뭘 캐내려 하기에 경계심이 커졌을 것이다. 그런 감정이 제게 어렵진 아니었다. 아마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가 세진이어도 역시나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세진의 발자취를 찾아 나가는 설정 자체가 너무 좋았다.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전개라.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계속 이끌어주셨다. 제가 워낙 부족해서 위로도 해주셨다. 잘하고 있어, 지금 그렇게 하는 것도 새로운 매력이야 등등 제 자존감을 북돋아 주시면서 많이 도와주셨다. 이정은 선배님, 김혜수 선배님의 눈빛 하나하나, 그리고 종종 안아주셨는데 큰 위로가 됐다."

 
 <내가 죽던 날> 스틸컷

<내가 죽던 날>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마냥 앳되기만 한 게 아니라 노정의 역시 자신의 경험 안에서 사람과 세상에 대한 나름 분명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지난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찍을 당시 개인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던 그에게 <내가 죽던 날>과의 관계를 물었다. 동시에 모친이 오래전 위탁모 활동을 했던 것이 노정의의 현재 가치관에 미친 영향도 들을 필요가 있었다. 

"고3 입시가 참 힘들었던 것 같다. 준비할수록 불안감이 오더라. 제가 워낙 욕심이 많아서 작품에 집중하면서도 수능도 잘보고 싶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욕심이다(웃음). 걱정과 고민을 안고 있던 시기라 그걸 세진에게 투영시켜 극대화했다. 서로 다른 힘듦이지만 세진을 연기하면서 치유받는 느낌이 들더라. 학창시절을 돌아보니까 친구들이 학원 가거나 서로 같은 시간을 보낼 때 전 촬영이 언제 생길지 몰라 함께 못했더라. 학교에서 학원에 가는 그 길이 부럽더라. 어린 마음에 좀 속상했지만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경험을 전 한 것이지 않나. 시간이 지나니 그것도 좋더라. 

어머니가 위탁모를 하셔서 어릴 때부터 아기들을 보고 자랐다. 좋은 마음으로 아기들을 돌보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이 누가 보면 쉬울 수도 있지만 현실에선 멈칫하게 되기도 하거든. 영화 속 세진에게도 사람에게 상처받았고 사람으로 치유받아야 하는데 과연 누가 위로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사실 믿고 싶진 않지만 저 역시 사람에게 치유 받고 있더라. 세상의 이치인 것 같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치유 받으며 살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노정의의 치유법

이른 나이부터 시작한 사회생활. 여섯 살 무렵부터 TV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부모의 적극 지원으로 연예계 일을 하게 됐다지만 모든 과정이 기쁠 수는 없을 것이다. 노정의는 "힘든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좋지 않은 건 오래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며 자신만의 방식을 말했다. 올해 대학생 새내기가 된 그는 "(성인이 된 만큼)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은데 아직은 제게 주어지는 것에 집중하는 게 좋은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드라마를 하게 돼서 그게 가장 고민이다. 처음으로 대학생 역할을 하는 거라 보시는 분이 어색하지 않게 연기하고 싶다. 혼자 있을 땐 일기를 쓰는 편이다. 짧은 글이라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고 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제가 힘들거나 속상할 때 집까지 달려와 주는 친구들이 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인데 함께 만나서 얼굴 보고 위로를 받는다.

부모님도 항상 절 지지해주셨다. 학창시절에 한 번도 제게 성적표를 보여달라고 하거나 보신 적이 없다. 시험을 잘 보든 아니든 최선을 다했다면 된 거라고 하셨다. 제가 쑥쓰러움이 많아서 감사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 했는데 이 기회에 말씀드리고 싶다(웃음). 부모님 덕으로 스스로도 힘들 때마다 괜찮다는 혼잣말을 한다. 버틸 수 없는 시기가 누구나 있을 텐데 무너져도 괜찮아 그런 말을 떠올린다."


자신만의 치유법으로 10년의 연기자 생활을 걸어왔다. 여전히 그는 자신이 보인 것보다 보일 것이 더 많다. "연기력과 인성 모두 갖춘 배우가 되고 싶다"며 "그래야 선배님들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의 성장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볼 일이다.
 
 영화 <내가 죽던 날>에서 세진 역할을 맡은 배우 노정의

영화 <내가 죽던 날>에서 세진 역할을 맡은 배우 노정의 ⓒ 워너브러더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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