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는 다양한 모색의 와중에 있다. 그중에서도 두드러지는 특성들은 EBS의 <다큐 it>이나 SBS스페셜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처럼 다큐의 연성화 경향이다.

다큐와 토크 프로그램의 콜라보, 혹은 보다 대중적인 주제와 접근 방식으로의 모색이 올 한 해 다큐 프로그램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런 가운데 또 한 편의 새로운 다큐 한 편이 시작되었다. KBS1이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영하는 KBS1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이다.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 ⓒ kbs1

 
내가 아들 엄마라니!

지난 11월 8일 <김나영의 아들 연구소> 3부작의 1부 <내가 아들 엄마라니>로 첫 선을 보인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는 단정짓지 않고, 정의내리지 않고, 과도하게 요약하지 않고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는 편안한 다큐를 지향한다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내세웠다.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고만고만한 아들 둘 신우와 이준을 키우는 패션 인플루언서 김나영은 '하지마! 하지마! 위험해!'라는 짜증과 호통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말을 안듣는 게 아들의 정체성일까 고민하는 그녀, 요즘 핫한 오은영 정신과 의사를 만나 '아들 키우기'의 고충을 토로한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와의 아들 키우기 상담은 아들과 딸의 언어가 다르다로 시작하여 아들들은 듣는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가로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리고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어리숙해 여자 아이들보다 성장이 늦는다에 방점이 찍힌다.

그렇게 교감이 잘 안 되는 아들 키우기의 난감함에 공감대를 형성하던 다큐는 훌쩍 건너뛰어 어느덧 '열등 종족'이 되어가는 아들의 세상 이야기로 흐른다. 대학 진학률에서도 어느덧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지른 세상, 수학은 남학생이 잘 잘하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여학생의 평균 점수가 더 높은 세상, 아이를 낳을 가임기의 부모들은 한 명만 출산한다면 딸을 원한다는 통계가 66%나 되는 세상이 되었단다.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 ⓒ kbs1

 
남자로 살아가기에 고민되는 세상 

더 이상 여성에게 '예쁘다'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되는 세상, 남학생들끼리만 MT를 가는 게 편한 세상을 살아가는 남학생들은 자신들의 고충을 하소연한다. 

이런 남학생들의 상실감과 불만에 대해 노명우 교수는 같은 시대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라 정의내린다. 현실 인식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 간의 서로 다른 시각 차이가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 중심의 지배관이 더 많이, 더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남자라서 부당하거나 위협적이거나 공포스러운 상황을 맞부딪치지는 않는다며 세상이 더 여성에게 편해질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의 의견에 대해 남성들은 이미 자신들은 변할 만큼 변했으며 더 이상의 변화에 절실하지 않다는데 딜레마가 있다고 다큐는 짚는다. 그리고 이런 남성들의 의식을 '레드퀸 효과'로 정의내린다(<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과 엘리스가 아무리 달려도 주변이 바뀌지 않았던 에피소드에서 유래).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을 쓴 오찬호 교수는 이런 상황을 우리 사회의 딜레마로 본다. 그간 아버지는 가장으로 희생의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그런 희생의 보상으로 가정에서는 군림해 왔었다. 아들들은 그런 아버지에 대한 비판은 받아들이지만 왜 내가 주범처럼 취급받아야 하는가로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아들들이 스스로 변화했다고 말하지만 아직 의식적 변화의 속도는 느리다고 강조한다. 아들들은 여성들도 군대를 가야 한다며 역차별을 주장하지만 취업 시장에선 남성 선호가 여전한 만큼, 이십대 남자들의 역차별 주장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십대 남자들을 중심으로 역차별 이야기가 나오며, 젠더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걸까. 그건 결국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귀결된다. 어른들이 물려준 경쟁 중심의 세상에서 버텨내야 하는 아이들의 아우성이, 그리고 이제 어른들의 세대보다 더 좁아진 경쟁의 문에서 보다 더 냉정해지고 예민해지는 아이들의 자기 보호가 '역차별'로 등장하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큐는 약자를 도와주는 정책이 역차별 처럼 느껴져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와 함께 앞으로 변화는 더 가속화 될 것이며 남녀의 지위와 역할에 있어서도 빠른 변화가 예상된다고 이야기한다. 지나간 세대의 관성에 기대어서는 '도태'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역차별 논쟁'으로 귀결되는 다큐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 ⓒ kbs1

 
지성과 지성을 연결하겠다는 다큐의 취지답게 싱글맘 김나영의 아들 키우기 고민으로 시작한 다큐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현실을 비교하는가 싶더니, 결국 우리 사회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남자'를 중심으로 한 역차별 논쟁으로 귀결된다.

'김나영의 아들 키우기 고민' 프로그램인 줄 알았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다. 최근 다큐들이 장르와 주제의 결합을 시도하며 새로운 모색을 하는 가운데,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 역시 육아 고민을 젠더 갈등으로 끌어가며 주제의 확장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 다큐가 내세운 것처럼 단정짓지 않고, 정의내리지 않고, 요약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취지에 걸맞았을까. 이십대 남자들의 의견도 내세우고, 여러 학자들의 입장을 들어보았지만, 결국 다큐가 강조하고자 했던 건 이 시대 이십대 남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역차별 주장 아니었을까. 그런데, 그 역차별 주장에 대한 설득이 설득력을 가질까?

앞으로 모색되고 있는 새로운 다큐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과연 이 시대 다큐가 당면한 과제는 새로운 형식일까, 새로운 담론일까. 첫 방송을 마친 <시리즈 지식 다큐멘터리 링크>의 과제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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