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굴에서는 골대 불운을 세 차례나 겪으며 비겼지만 전주성에서는 그 불운을 넘어 전북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그 어렵다는 더블(K리그1, FA컵) 우승의 꿈을 이뤘다. 후반전에 공격형 미드필더 이승기가 터뜨린 결정적 중거리슛 두 개가 짜릿한 역전 우승 드라마를 만들어낸 것이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8일 오후 2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20 FA(축구협회)컵 결승 2차전 울산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이승기의 멀티 골 활약에 힘입어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 두 게임 합산 점수 3-2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5년 이후 15년만에 이 대회 우승의 영광을 누린 것이며 대회 통산 네 번째 우승 기록을 남겼다.

 
 8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동점 골을 넣은 전북 현대 이승기가 기뻐하고 있다.

8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동점 골을 넣은 전북 현대 이승기가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K리그1 챔피언' 전북, 새 역사를 쓰다

지난 수요일 저녁 울산 호랑이굴에서 두 팀은 1-1로 비겼고 일요일 전주성에서 다시 만났다. 2020년 국내에서 열리는 최고 권위 축구대회 대미를 장식하는 날, 먼저 웃은 팀은 어웨이 팀 울산이었다. 게임 시작 후 3분만에 좋은 위치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를 살려낸 것이다. 왼발잡이 풀백 홍철이 낮고 빠르게 감아올린 프리킥을 '골무원'으로 불리는 특급 골잡이 주니오가 헤더 슛으로 골을 노렸다. 첫 헤더 슛은 전북 골키퍼 송범근이 몸을 날려 막아냈지만 주니오의 왼발 인사이드 2차 슛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다. 

이렇게 1, 2차전을 이으며 어웨이 골이 하나씩 들어갔으니 진짜 결승전은 지금부터였다. 그런데 홈 팀 전북은 부상 악재를 겪었다. 14분에 발을 붙잡고 쓰러진 쿠니모토 대신 날개 공격수 무릴로가 들어갔다. 쿠니모토가 빠질 경우 기습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어시스트 패스 줄기가 끊기기 때문에 전북으로서는 더블 목표가 흐려질 수밖에 없었다. 

29분에는 손준호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오는 불운도 겪었다. 이렇게 울산이 1-0으로 앞선 상태에서 전반전이 끝났으니 라이벌 팀 안마당에서 울산의 준우승 한이 풀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후반전 전북 선수들의 집중력은 놀라웠다. 파이널 써드 지역을 에워싼 전북 특유의 공격적 포진이 울산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심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이승기가 놀라운 골 결정력을 자랑했다. 52분, 울산 수비수가 걷어낸 뜬 공을 잡은 이승기가 자신감 넘치는 오른발 대각선 슛을 성공시켰다. 수비수 등 여러 선수의 다리가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울산이 자랑하는 최고의 골키퍼 조현우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고 골문 왼쪽 구석에 정확히 꽂히는 공이었다. 

이에 울산 벤치에서는 이청용 대신 이동경을 들여보내 1차전처럼 게임 흐름을 뒤집고자 했지만 전북 수비수들이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이승기의 골이 하나 더 나왔다. 이번에는 왼발 중거리슛이었다. 71분, 조규성이 뒤로 내준 공을 받은 이승기가 첫 골보다 조금 더 먼 곳이었지만 자신감 넘치는 왼발 중거리슛을 꽂아넣었다. 발등에 묵직하게 실린 공은 골키퍼 조현우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내던졌지만 꼼짝없이 구석으로 들어가는 골이었다. 

준우승 한을 풀어버리기 위해서 1골을 반드시 따라붙어야 하는 울산에서는 75분에 윤빛가람 대신 이근호까지 들여보내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지만 끝내 전북의 골문을 더이상 열지 못했다. 78분에 오른쪽 측면에서 김태환이 왼발로 감아올린 크로스를 체격 조건 좋은 골잡이 비욘 존슨이 헤더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스치고 넘어가는 불운에 얼굴을 감싸쥐고 말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도 다 끝날 무렵 울산 수비수 불투이스와 전북 풀백 최철순이 거친 몸싸움을 펼치다가 나란히 퇴장당하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점수판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로써 전북 현대는 2000년, 2003년, 2005년에 이어 15년만에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K리그 원 4년 연속 우승 감격과 함께 '더블' 영광을 구단 역사관에 아로새겼다. 반면에 울산 현대는 15년만에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에 이어 이번에도 준우승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국내 축구 최고 레벨 대회는 이렇게 끝났지만 두 팀을 포함하여 수원 블루윙즈, FC 서울까지 참가하고 있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는 이달 하순부터 중립 지역에서 열린다.

2020 FA컵 결승 2차전 결과(8일 오후 2시, 전주성)
전북 현대 2-1 울산 현대 [득점 : 이승기(52분), 이승기(71분,도움-조규성) / 주니오(3분)]
1, 2차전 합산 1승 1무(3득점 2실점)로 전북 현대 우승

◇ FA컵 역대 우승 준우승 팀 목록
2020년 우승 전북 현대 / 준우승 울산 현대
2019년 우승 수원 블루윙즈 / 준우승 대전 코레일
2018년 우승 대구 FC / 준우승 울산 현대
2017년 우승 울산 현대 / 준우승 부산 아이파크
2016년 우승 수원 블루윙즈 / 준우승 FC 서울
2015년 우승 FC 서울 / 준우승 인천 유나이티드
2014년 우승 성남 FC / 준우승 FC 서울
2013년 우승 포항 스틸러스 / 준우승 전북 현대
2012년 우승 포항 스틸러스 / 준우승 경남 FC
2011년 우승 성남 일화 / 준우승 수원 블루윙즈
2010년 우승 수원 블루윙즈 / 준우승 부산 아이파크
2009년 우승 수원 블루윙즈 / 준우승 성남 일화
2008년 우승 포항 스틸러스 / 준우승 경남 FC
2007년 우승 전남 드래곤즈 / 준우승 포항 스틸러스
2006년 우승 전남 드래곤즈 / 준우승 수원 블루윙즈
2005년 우승 전북 현대 / 준우승 울산 미포조선
2004년 우승 부산 아이콘스 / 준우승 부천 SK
2003년 우승 전북 현대 / 준우승 전남 드래곤즈 
2002년 우승 수원 블루윙즈 / 준우승 포항 스틸러스
2001년 우승 대전 시티즌 / 준우승 포항 스틸러스
2000년 우승 전북 현대 / 준우승 성남 일화
1999년 우승 천안 일화 / 준우승 전북 현대
1998년 우승 안양 LG / 준우승 울산 현대 
1997년 우승 전남 드래곤즈 / 준우승 천안 일화
1996년 우승 포항 스틸러스 / 준우승 수원 블루윙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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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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