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제가 휘청거린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찾아오는 손님은 없고 매출이 급감해 월세도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뉴스 화면을 채운 지 오래다. 

지난 1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조물주 위 건물주'편을 통해 월세로 고통을 겪는 자영업자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제 2의 백종원'으로 불리는 일도씨패밀리 김일도씨의 이야기는 건물주 횡포에 죄인 취급당하는 자영업자들의 애환을 잘 보여줬다. 

지난 2018년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 입주한 김일도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건물주 측은 임대료를 기존의 2배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며 죄인처럼 읍소했지만 돌아온 이야기는 임대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사실상 쫓아낼 수밖에 없다는 통보였다. 

취재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4일 '조물주 위 건물주' 편을 취재한 김지경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김지경 MBC 기자

김지경 MBC 기자 ⓒ MBC

 
"정부 대책, 선언적인 정책에 그쳐"

- 1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조물주 위 건물주'편 취재하셨잖아요. 건물주와 임차인의 이야기예요. 
"지금 가장 중요한 이슈가 코로나19이고 이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 중 자영업자가 많잖아요. 저도 솔직히 월급쟁이라서 잘 체감하지 못하지만 주변에 보면 자영업자들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인터뷰 섭외가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고 시작했거든요. 통화를 하다 보니 눈앞에 닥친 일이 힘들어서 일단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까 인터뷰를 못해주겠다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당장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읍소를 하거나 정 안되면 폐업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건물주와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니까요. 인터뷰조차 못 하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란 걸 더 느끼면서 꼭 (보도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취재 전후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정부에서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내놨잖아요. 임차인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생겼지만, 정말로 임대료를 깎기 위해서는 소송을 해야 하더라고요. 선언적인 정책에 그친 거죠. 지자체에 있는 분쟁조정위원회도 늘리겠다고 하는데 임대인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 모든 절차가 끝나버리고요. 정부가 훨씬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취재는 어디서부터 시작했나요. 
"일도씨패밀리의 김일도 대표가 일도씨닭갈비로 겪은 일을 SNS상에 올린 걸 봤었거든요. 그 직후에 전화해 봤어요. 그래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를 들었는데, 듣다 보니 정말 심각하더라고요. 사업에 성공한 사람도 임차인-임대인 구조에서는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서울 파이낸스 빌딩에 입주한 '일도씨닭갈비' 이야기 말씀이시죠?
"어쨌든 김일도 대표는 돈 때문에 정말 거리에 나앉게 되거나 그런 상황은 아닌 거잖아요. 그래서 '이런 사례를 다뤄도 되나'란 생각을 했었는데 듣다 보니 이런 성공한 사업가도 임대인과의 관계에서 이런 일을 겪는다면 다른 일반적인 자영업자들 상황은 도대체 어떨까 하는 맥락에서 다뤄볼 수 있겠더라고요. 실제 김일도 대표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나도 이러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나는 생각이 들어서, 장사를 못하고 서울 파이낸스센터에서 쫓겨나는 일이 있더라도 문제제기를 공개적으로 해야겠다'고 말이죠."

- 방송 내용을 보면 '일도씨닭갈비'는 처음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와 5년 임대료 계약을 했어요. 그런데 계약서 조항에 보면 임대인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계약서가 50페이지가 넘는데요. 이 내용이 들어가 있어요. 건물 주인은 싱가포르 투자청이고, 관리회사은 영국계 국제적인 부동산 회사 세빌스예요. 계약서 9조 항목에 보면 임대인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요. 임대인이 적절하다고 봤을 때 임대료를 조정한다는 건, 임대인이 원하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거잖아요.

김일도 대표한테 이게 계약서에 들어가 있는 게 사실인데 실제로 걱정을 안 했냐고 물어봤어요. 전혀 안 했다고 하더라고요. 김일도 대표는 다른 곳에도 식당 20곳 직영하고 십 년 간 많은 계약을 하고 장사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요. 그런데 방송에도 나오지만 처음에 파이낸스 센터에 입주할 때 다른 가게의 3분의 1 정도 임대료만 내고 입주했잖아요. 그 이유는 '앵커 테넌트'라고 하는데, 즉 손님들을 끌어와서 다른 매장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우수 임차인으로서 대우받은 것이죠." 

- 김일도 대표 입장에선 의아하단 생각이 들 수도 있겠네요. 그럼 건물주 입장은 뭔가요?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을 듣고 싶어서 싱가포르 투자청에도 전화를 수십 번 하고 연락처도 남겼지만 결국 담당자와 통화를 못 했어요. 세빌스 쪽과는 홍보팀을 통해 문서로만 질문과 답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세빌스 공식 답변은 주변 시세에 맞춰서 가격을 올렸다는 거예요. 그럼 왜 싸게 줬다가 지금 올리는 거냐고 물었지만 이에 대해 정확하게 답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임대료 내려 수백만 원씩 빚 지는 상황"

- 방송에 보면 '최소보장 임대료'도 심각한 문제 같은데요.
"진짜 심각하죠. '최소보장 임대료'는 월 매출액의 몇 퍼센트와 건물주가 정한 최소보장임대료 중에서 더 높은 액수를 내는 식이에요. 코로나19 때문에 수익이 심각하게 떨어졌는데 계약서 상에 정한 최소보장임대료를 무조건 내야 하니 임대료를 내기 위해서 수백만 원 씩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겁니다."

- 최소보장 임대료를 법에서 정할 순 없나요?
"백화점의 경우 매출의 몇 퍼센트를 낸다고 계약을 맺고 그 퍼센트에 대해서 신고도 하게 되어있다고 하는데 스타필드, 코엑스 대형 마트 등 복합쇼핑몰의 최소보장 임대료 계약은 아직도 우후죽순처럼 나타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관련 규정이 없다 보니 임대인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최소보장임대료 계약을 맺는거죠. 임차인들은 호소할 곳도 없는 거고요."

- 앞서 잠깐 말씀하셨는데, 임대차보호법은 무용지물인 것 같아요.
"최근에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대료 인하 폭을 가지고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두타몰의 경우를 방송에서 소개해 드렸는데요. 두타몰은 외국인 비중이 높은 상권인데 하늘길이 막혀서 매출이 80~90%는 줄었으니 임대료도 최소한 절반은 줄여 달라고 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두타몰이 아예 임대료를 안 깎아준 건 아니거든요. 지금 30% 인하에 20%는 유예, 그러니까 상황이 좋아지면 나중에 받겠다는 입장인데 이렇게 양쪽의 입장이 서로 다른 거예요. 하지만 정부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인들은 지자체 분쟁조정위원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임대인이 거부하면 모든 절차가 끝나게 되는 거예요. 또 코로나19를 이유로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이 이번 법 개정으로 생기긴 했는데, 그냥 '권한이 있다'는 선언적인 조항에 그치고 있어요.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결국 소송으로 가야 해결이 됩니다. 진짜 상황이 어려운 평범한 소상공인들은 어떻게 소송까지 진행하겠어요? 정부가 임대료 인하 폭이나 방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 결국 자영업자의 몰락은 건물주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요?
"요즘은 사채업자들도 독촉을 하지 않고 '힘내세요' 하고 전화를 끊는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다들 장사가 안되다 보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폐업을 해서 아예 돈을 못 받을까 봐 그런다고 하더라고요. 건물주들도 걱정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렸습니다. 폐업하고 나가도 다시 들어올 임차인도 마땅치 않고, 은행 이자도 내야하고 생활비도 벌어야 하는 생활형 임대인들도 있죠. 자영업 폐업, 공실률 이런 수치들을 보면 상황이 정말 심각하죠. 

미국은 이런 변화가 더 빨리 찾아왔습니다. 2백 년 전통의 가장 오래된 백화점들이 다 줄줄이 쓰러지고, 대형 마트가 망하고 나간 자리를 아마존이 물류센터로 쓰려고 사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건, '코로나19로 더 심각해지긴 했지만, 자영업자의 종말, 소비업의 종말은 이미 그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는 거예요. 농담처럼 '조물주 위에 건물주다' 말하기도 하고, 또 '은퇴 이후에 건물주가 되어서 거기서 나오는 임대료로 생활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데,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난다고 봐야 합니다. 공실도 계속 심각해지고 임대료도 내려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어요."

- 자영업자분들 인터뷰 많이 하셨는데, 다들 반응이 어떤가요.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취재하기 전까지 잘 몰랐는데, 폐업을 하는 것도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동안 밀려있던 임대료도 내야 하고 공과금에 직원들 퇴직금까지 정산해야 하다 보니 목돈이 또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버티다가 빚만 늘어나게 되는 거죠. 폐업이라도 좀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또 업종 전환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고 했는데 너무 설익고 부족한 대책들이었어요. 실제 도움을 받기에는 법이 너무 멀리에 있었습니다. 빨리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임차인들을 도와주는 대책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소매업의 종말, 자영업자의 종말이라는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시키는 더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는 자영업자의 비율이 특히 더 높죠. 이를 그대로 두면 결국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겁니다."

- 혹시 방송에 못 내보낸 사례가 있을까요?
"커피공방 박철우 대표의 사례가 좀 안타까웠어요. 너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인터뷰를 한 바로 그날 커피 공방 매장에서 큰 규모는 아니지만 불까지 났어요. 왜 열심히 사는 사람한테 이런 일까지 벌어지나, 제가 너무 속상할 지경이었습니다. 박철우 대표는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매일 청와대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을 찾아 귤과 커피를 대접하고 있거든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좀 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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