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요가 선생

미국에 '비크람 요가'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요가비법의 창시자(아니, 창시했다고 주장한 사람, 비크람 초우두리) 이름이 요가명칭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비크람은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지 않으며, 비크람 요가라는 이름도 '핫요가'로 바뀌었다. 2016년 미국 LA법정이 그를 '악의적이고 억압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인 범죄자'로 판결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를 범죄자로 판정한 LA법정은 비크람에게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선고했다. 그러나, 비크람은 1달러도 납부하지 않았다. 그는 비행기를 타고 훌쩍 미국을 떠났다. 비크람은 미국 법정의 판결을 보란듯이 조롱하였는데, 미국은 웬일인지 4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사후조치 없이 가만히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크람이 형법상 중범죄(성폭력)를 저질렀다는 고발이 최소 6건이나 있었는데 몇 년이 지나도록 미국의 경찰&검찰&법정은 여전히 그를 어쩌지 못하고 가만히 있다.

지금 비크람은, 평상시 자신의 고국 인도에서 편안히 요가를 가르치며 지낸다. 때때로 미국만 빼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대규모 요가 교실을 열어 절찬리에 강습을 진행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은 요가 선생 비크람에 얽힌, 이상하고 수상쩍은 사연들을 엮은 작품이다. 러닝타임은 1시간 26분이다.
 
비크람 요가교실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스크린샷

▲ 비크람 요가교실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스크린샷 ⓒ 넷플릭스

 
 
아버지 같은 사람

비크람은 자신의 첫 번째 미국인 학생이 엘비스 프레슬리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번째 학생은 닉슨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나중에 이는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LA법정에서 사기죄로 민사판결이 나기 전까지 방송이나 잡지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비크람 요가 수강생들의 명단은 화려하기 그지 없다. 조지 해리슨, 셜리 맥클레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프랭크 시내트라, 퀸시 존스, 셜리 탬플 등···. 그의 요가 강습소는 가히 할리우드 스타들의 총집합소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2016년 LA법정 판결이 없었더라면, 그가 한 말 중 많은 부분이 '믿거나 말거나' 류에 속한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챌 수 없었을 것이다.

 
비크람의 거짓말 혹은 착각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스크린샷.

▲ 비크람의 거짓말 혹은 착각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스크린샷. ⓒ 넷플릭스

 

게다가 비크람 요가는 비크람이 창시하지도 않았다. 그 사실을 입증해줄 증인이 현재 인도에 버젓이 생존하고 있다. 이를 모두 알고 있는 인도의 한 여성 저널리스트는 비크람이 현실을 부풀리고 있음을 스스로도 모를 정도로 '부풀리는 게 일상인 사람'이라 이야기하며 웃는다.
   
그러나, 2016년 이전 비크람 요가 수업을 받은 수강생들 대부분은 비크람을 비웃기는커녕 그의 말에서 권위만을 접수하였다. 어떤 이는 비크람이 하라는 대로 했더니 아팠던 관절이 씻은 듯이 낫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다며 비크람을 극진히 존경한다. 또 다른 이는 비크람 요가를 배워 현재 요가 선생으로 활동할 만큼 건강해진 자신을 보여주면서 비크람을 아버지 같은 분으로 신뢰한다고 고백한다.

심지어 비크람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경험한 여성들마저도 비슷한 고백을 한다. 비크람이 위대한 아버지 같은 분이었기 때문에 한 여성은 성추행 직후 그에게 "안녕히 주무세요(Good night, boss)"라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들 중 한 여성은 향후 요가 전문강사로 요가 교실을 개업하고 싶어(비크람의 승인 필수) 그의 불의한 요구를 적합하게 거부하지 못했다.

 
피해여성 인터뷰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스크린샷.

▲ 피해여성 인터뷰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스크린샷. ⓒ 넷플릭스

 

아버지 같은 분, 내게 은혜를 베푼 혹은 베풀 분, 요가 교실 공식 승인권자, 그런 분이 명백한 범죄행동을 갑자기 보일 때 인간은 즉시 곧바로 적합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비크람>을 보고 있노라면, 그게 말처럼 간단치 않다는 사실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게 된다. 용감하게 인터뷰에 응한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며 '그때 제대로 저항했었어야지, 바보같이···'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범죄수사는 성실성과 진실성으로 하는 것

앞뒤 사정을 살펴보면 비크람은 범죄자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아마도 그는 사기범뿐 아니라 성범죄자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아직 그 고발 건으로 제판을 받기 전이라 무죄추정원칙을 적용해야 하니, 우리는 '단정적 표현(비크람은 성범죄자다!)'을 쓰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최소 여섯 명이나 되는 피해여성들이 이구동성으로 피해를 정확하게 주장하는 목소리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는 요가를 실습하는 공공장소에서 여성비하 발언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다. 녹화된 요가 수업 비디오 안에서 그의 음성이 또렷이 들려온다. 변호사의 조사를 받을 때도 비크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여성의 성기를 직접 비웃고 조롱하는 발언을 일삼는다(사진에서 하얗게 지운 부분). 여성을 깔보는 단어를 너무 자주 정색하고 발언해서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변호사에게 답변하는 비크람(하얗게 지운 부분은 여성의 성기 비하표현)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스크린샷

▲ 변호사에게 답변하는 비크람(하얗게 지운 부분은 여성의 성기 비하표현)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스크린샷 ⓒ 넷플릭스

 

그가 여성의 성(sexuality)에 대하여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추론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리고, 피해여성들이 (돈을 노린다든가 기타 다른 것을 노려서) 거짓을 꾸며댄다는 근거는 희박하다.

비크람의 경우 사실관계 확인을 하는 족족 그가 태연히 거짓을 꾸며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심증이 더 힘을 얻는다. 그렇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그를 붙잡아 수사를 해본 다음이 아니니 그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확신하며, 그가 유죄라고 임의로 확정할 순 없다. 그래서, LA의 경찰과 검찰이 비크람을 체포하는 데에 조금 성의를 더 기울이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생긴다.

때로 어떤 다큐멘터리를 보면, 경찰이나 검찰 같은 수사당국보다 해당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수사를 더 깊고 충실하게 진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다큐멘터리도 그렇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으면, 피해여성들이 피해사건 당시에 비크람을 적합하게 대하지 못한 것만큼이나, 수사당국도 비크람을 적합하게 대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가만 보면 범죄수사의 기본요건이란, 공식직함에 의거하는 것도 아니고 업무능력에 기인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성실성과 진실성 면에서 범죄수사의 치밀함과 적합성이 형성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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