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집단 괴롭힘, 감금, 폭행, 불륜, 불법촬영까지.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자극적인 설정과 선정적인 연출로 비판 받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첫 방송된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인 '헤라팰리스'에 사는 주민들의 저열한 욕망을 그린다. 4회까지 방영된 현재 시청률 13.9%를 기록하며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순항 중이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듯 보인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 SBS

 
이 드라마에선 어른들도, 아이들도 거리낌 없이 악행을 저지른다. 오윤희(유진 분)는 딸 배로나(김현수 분)의 예고 합격을 위해 시의원 조상헌(변우민 분)의 집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다. 그 카메라엔 조상헌의 불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고, 오윤희는 이를 빌미로 조상헌을 협박한다. 또한 이규진(봉태규 분)은 자신의 아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민설아(조수민 분)의 추락 사망 사건을 덮고 시체 유기에 앞장 선다.

극 중에서 중학생들의 학교폭력 장면은 더욱 심각했다. 앞선 방송분에서 아이들은 민설아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도둑으로 몰고 집단 린치를 가하는가 하면, 수영장에 빠트리기도 한다. "세탁비에 보태쓰라"며 물에 지폐를 던지는 장면은 뉴스에 나오는 어른들의 '갑질' 사건을 그대로 모방한 것처럼 보였다. 이 외에도 드라마엔 감금, 살인, 고문, 불륜 등 갖가지 자극적인 설정과 연출들이 넘쳐난다. 논란이 이어지자 SBS는 4일 방송분부터 일부 회차를 '19세 이상 시청 관람가'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19금' 표방 드라마, 성공가도 달려"

<펜트하우스>는 앞서 <아내의 유혹> <내 딸 금사월> <황후의 품격> 등을 집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임신부 성폭행, 시멘트 생매장 등 충격적인 전개로 많은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으며,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주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황후의 품격>은 17.9%의 높은 시청률로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들을 압도했다. 1년 8개월여 만에 다시 안방극장에 복귀한 김순옥 작가가 이번에도 자극적인 소재들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 SBS

 
사실 김순옥 작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펜트하우스>뿐만 아니라 올해 방송된 여러 드라마에도 선정적인 장면들이 여과 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MBN 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에선 아내 심재경(김정은 분)이 외도 중인 남편 김윤철(최원영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납치 자작극을 벌이고, JTBC <우아한 친구들>에서는 여자 주인공 남정해(송윤아 분)가 주강산(이태환 분)에게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 및 불법촬영 피해를 당한 뒤 사진이 유출될까봐 전전긍긍 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2018년 방송된 JTBC 드라마 < SKY 캐슬 >이 케이블 역대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이후 부쩍 자극적인 설정의 드라마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입시 교육의 현실을 자극적으로 묘사한다는 측면에서 <펜트하우스> 역시 방송 전부터 < SKY 캐슬 >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설정, '19금' 드라마를 표방했던 작품들이 대부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방식으로는 시청률을 보장하기가 힘들어진 시대다. 그렇다 보니 방송사들이 가장 쉬우면서도 검증된 방식인 자극성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많은 비판을 받았던 <황후의 품격>에 이어, SBS가 또 한 번 김순옥 작가표 막장 드라마의 성공에 기대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하재근 평론가는 지금 같은 미디어 경쟁 시대에는 지상파에만 무거운 책임감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자극적인 설정의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경향은 과거에도 있었다. 시청률이 가장 중요한 방송사 입장은 이해하지만 방송사가 가진 공적 책임성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자극적이고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시청률만 쫓아가는 데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지상파라고 해서 다른 방송사보다 더 책임감 있어야 한다고 하기엔 이미 (미디어들간 영향력의) 평준화가 많이 진행됐다. 지상파이니까 어떻게 해야한다기 보다는, 방송의 영향력이 이미 너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이 널리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은 지상파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공적인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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