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플렉스-은이네 회사>의 한 장면

MBC <다큐플렉스-은이네 회사>의 한 장면 ⓒ MBC


최근 매주 목요일 밤, MBC가 색다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11년간 지속됐던 다큐멘터리 < MBC 스페셜 >에 다양한 시도를 접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MBC <다큐플렉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다큐멘터리와 '플렉스'(flex: 자신을 과시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인터넷유행어)의 합성어로, 우리가 익히 봐왔던 정통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강연, 아카이브, 가상현실(VR) 등을 접목시켜 색다른 방향의 다큐 프로 제작을 모색하고 있다.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2> 등 인기 예능프로그램과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악조건에도 <다큐플렉스>는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좋은 예가 2007년 선풍적인 사랑을 받았던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를 재조명해보는 <청춘 다큐 다시 스물-커피프린스>였다. 그때를 아직도 기억하는 드라마 팬들에겐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좋은 기획으로 박수를 받았다.

<다큐플렉스>가 이번엔 시트콤 형식을 빌어 다큐의 변주를 시도했다. 그 대상은 개그우먼 송은이가 이끄는 콘텐츠 기업 '비보(VIVO)'를 중심으로 2주에 걸쳐 방영한 <은이네 회사>다. 

여성 예능인의 창업... 스스로 판을 만든 모범 사례
 
 MBC <다큐플렉스-은이네 회사>의 한 장면

MBC <다큐플렉스-은이네 회사>의 한 장면 ⓒ MBC


잘 알려진 것처럼 비보는 송은이, 김숙을 중심으로 꾸려진 콘텐츠제작회사다. 2015년 즈음 텔레비전 방송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던 두 명의 개그우먼 선후배는 "남이 불러주기를 기다리지말고 우리가 직접 해보자"는 발상으로 지인 사무실 한 공간을 빌려 팟캐스트 방송 <비밀보장>을 시작했다. 콘텐츠랩 비보의 시작이었다. (회사명 비보 역시 '비밀보장'에서 따왔다.)

참신한 코너와 톡톡 튀는 말솜씨를 자랑했던 ​<비밀보장>은 조금씩 시청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역으로 방송사의 제안을 받아 라디오국(SBS 러브FM <언니네 라디오>)에 입성했다.

먹방과 고민풀이 토크쇼를 결합한 올리브tv <밥블레스유>를 제작하기도 하고, 후배 개그우먼들과 함께한 걸그룹 셀럽파이브를 성공시키는 등 비보는 점점 영역을 확장해나가기 시작했다. 직원 5명으로 출발했던 비보는 이젠 30여 명이 함께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부턴 신봉선, 김신영, 안영미 등 후배 예능인들을 불러모아 소속사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요즘, 비보는 말 그대로 연예 방송 콘텐츠 스타트업의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다. 큰 규모의 외부 투자 없이도 구성원들이 만드는 활기찬 분위기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비밀보장> 열혈 청취자들(일명 '땡땡이')에게 좋은 언니, 닮고 싶은 선배로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자칭 '팬츠 CEO'(바지사장) 송은이에겐 여전히 고민, 어려움이 있었다.

피할 수 없었던 코로나 여파... "그래도 내 방식대로!"
 
 MBC <다큐플렉스-은이네 회사>의 한 장면

MBC <다큐플렉스-은이네 회사>의 한 장면 ⓒ MBC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2월 말 비보는 이틀에 걸쳐 수천 명의 '땡땡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4주년 생일잔치(콘서트)를 풍성하게 개최해야 했다. 4년 전 김숙의 집에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팟캐스트 청취자 30명을 초대했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판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들이 닥친 '코로나 19'의 위협에 결국 송은이 사장은 아쉬움을 뒤로 한채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하루 3000만 원 이상에 달하는 대관료도 돌려 받을 수 없었기에, 심각한 재정 타격을 입어야 했다.

​이때 직원들과의 긴급 회의를 통해 송은이 사장과 김숙 이사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비록 관객은 없지만 온라인 (유튜브) 중계로 행사 강행에 돌입한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예매한 사람들의 이름을 전부 인쇄해 객석에 붙이는 밤샘 작업도 진행한다. 비록 경제적 손실은 입었지만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송은이와 비보는 구독자들에겐 믿을 수 있는 언니이자 회사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다.  

​지난 29일 방영된 <다큐플렉스-은이네 회사> 2회에서 송은이 사장은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처음 회사를 시작했을땐 늘 통장을 봤다. 다음달 월급이 있나 하면서. 그러다 조금씩 성장하면서 3개월치, 6개월치가 있구나 안심하면서도 긴장하면서 회사를 운영해왔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젠 어떻게 해야 구독자와 조회수를 늘릴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하지만 "남들이 가는 길 똑같이 가면 재미 없지 않냐?"고 반문한다. 자의로 어려운 길을 선택한 송은이 사장의 방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MBC <다큐플렉스-은이네 회사>의 한 장면

MBC <다큐플렉스-은이네 회사>의 한 장면 ⓒ MBC


MBC와 비보가 공동으로 제작한 <은이네 회사>는 시트콤에 다큐를 접목한 포맷이라고 방영 전부터 강조했다. 일단 2회 방송분은 시청자들에겐 예능 못지않은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할 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는 알찬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송은이 및 등장인물들이 지닌 이야기의 힘 덕분이다. <다큐플렉스>의 편집이나 흐름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 우리가 흔히 다큐멘터리 하면 '어렵다,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으로 바라보게 하는 거리감을 없애줬다는 측면에선 <은이네 회사>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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