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명박 취임' 이후 30대를 시작했다. 그 해 여름, '이명박 정부' 경찰이 광화문 앞에서 세차게 쏟아냈던 '물대포의 기억'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듯싶다. 이른바 '명박산성'이 광화문 사거리를 막아서기 직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앞 도로를 점령한 시민들이 밤새도록 해방구를 만들었던 기억 역시도 말이다.

이후 펼쳐진 '이명박근혜 시대'에 오롯이 30대를 보냈다. <PD 수첩> 사태 이후를 취재했고, 4대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시나리오의 초반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종편 출범을 지켜봐야 했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고통의 연속이자 한국사회가 망가져 가는 꼴을 고스란히 목격해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된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된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 유성호

 
MB의 시대정신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한 MB가 바꿔놓은 시대정신은 혹독했다. 권위주의와 법만능주의가 만연했다. '미네르바 사태'가 대표적이다. <슈퍼스타K>로 대변되는 '무한 경쟁'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뉴타운'과 '재개발'로 상징되는 자본과 개인의 욕망이 긍정됐다. 문화예술계에까지 대기업과 자본의 질주가 횡행했다. 검찰과 국정원이 얽힌 '논두렁 시계' 보도에 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선택은 많은 국민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국정원과 기무사가 댓글 공작을 벌인 끝에, MB 정권은 박근혜 정권으로 계승됐다. 그 결과는 국정농단 사태였다. 그리하여 2016년 가을, 촛불이 광화문광장을 뒤덮은 이후 '다스는 누구겁니까?'란 질문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국민들의 힘과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2017년 4월 처음 기소된 이후 MB는 구속 기간보다 형집행정지 기간이 더 길었다. MB의 권력과 권세가 반영된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도, MB에게 '해피엔딩'은 없었다. 29일 대법원 2심이 선고한 징역 17년형과 벌금 130억, 추징금 57억8천 만원 형량을 확정했다. 총 16개 혐의 중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애초부터 기소가 잘못됐다는 질타도 적지 않다. 자원 외교 및 4대강 관련 의혹은 물론이요, 개인 비자금과 관련된 의혹은 규명된 것이 없다는 질타였다. MB의 범죄혐의를 밝히기 위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란 목소리가 드높은 건 그래서다.

재론할 여지없이, MB 정부 시절은 언론과 방송의 암흑기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MBC < PD 수첩 >과 KBS 정연주 사장은 검찰의 '묻지마 기소'로 고초를 겪어야 했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MB 시절 수많은 '독립 시사 다큐'들이 전성기를 맞은 것도 필연일테다. 

그래서 꺼내 봤다. MB가 주인공이거나 작품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운 작품들을. MB와 싸워나간 문화예술인들의 '투쟁의 기록'이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추억하고 싶을 이들이 얼마나 되겠냐만, 향후 17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MB의 기억'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가 없었으면 보지 못했을 영화들
 
 다큐멘터리 <MB의 추억> 한 장면.

다큐멘터리 한 장면. ⓒ 김재환

 
포문을 연 것은 한 해 전 <트루맛쇼>로 화제를 일으켰던 김재환 감독이었다. 19대 대선 직전이던 2012년 10월 극장 개봉한 다큐멘터리 < MB의 추억 >(2012)은 MB를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영화였다. 배우 안석환이 나레이션을 맡은 이 작품은 'MB의 5년'을 정산하는 '코믹 다큐'임을 강조했다.

맞다. 보는 것만으로도 '웃픈'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블랙 코미디였으니까. 같은 시기 개봉한 <맥코리아> 또한 MB 시대의 수상한 이면을 그렸다. 2002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던 해외 자산운용회사 맥쿼리와 MB 정부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론스타' 사태를 극화한 정지영 감독의 <블랙머니>(2019)의 선조격인 작품이었다.
 
 영화 <두개의 문> 한 장면.

영화 <두개의 문> 한 장면. ⓒ 시네마 달

 
용산참사의 진실을 파헤친 2부작 다큐 <두개의 문>(2011)과 <공동정범>(2018)의 '최종 악당' 역시 MB 일수밖에 없었다. 재판 기록을 중심으로 그날의 참상을 파헤친 1편 <두개의 문>과 살아남은 이들의 아픔을 폭넓게 조명한 <공동정범>은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에 있어 빛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MB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용산참사에 대해 사과나 유감을 표명한 적이 없다.

2015년 개봉한 윤계상, 유해진, 김의성 주연의 <소수의견>은 용산참사를 소재로 한 최초의 장편 상업 영화다. 법정 스릴러란 장르를 빌려 용산참사의 아픔을,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섞인 그날의 아이러니를 변호사의 시선으로 조망했다. MB가 직접 등장하진 않지만, 용산 철거민들을 기소한 검사들이 반드시 봐야 할 영화이기도 하다.

MBC 해직 언론인 출신인 최승호 전 MBC 사장이 <뉴스타파> 재직 시절 연출한 <공범자들>(2017)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처절하게 무너진 공영방송의 잔혹사라 할 수 있다. MB가 카메오로 출연하는 이 작품은 < PD수첩 > 사태를 필두로 두 차례의 장기간 파업을 거친 MBC가 MB 정부 시절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이른바 '언론부역자'들이 어떻게 활약(?)했는지를 낱낱이 기록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앞에 선 최승호 감독이 "언론이 제대로 질문을 못하면 나라가 망해요"라고 일갈하는 장면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공범자들>을 공식초청한 2017년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측은 "10년의 세월 동안 완전히 달라져버린 한국 공영방송의 지난 시간과 그 주범들을 자료화면과 관련 인터뷰를 통해 고발하는 강렬한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한 바 있다.
 
 영화 <저수지 게임> 한 장면.

영화 <저수지 게임> 한 장면. ⓒ ㈜스마일이엔티

 
<저수지 게임>은 전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MB 비자금 추적기'다. 2017년 9월 개봉했으니, '다스는 누구겁니까?'란 질문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이전 'MB 비자금'을 수면 위로 올린 공로를 인정해 줄 만한 작품이다. 개봉 전 출간된 주진우 기자의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와 시너지를 일으키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제작하고 12년 간 한반도 대운하부터 4대강 문제를 끈질기게 추적한 <삽질>(2019)은 MB 정권의 '4대강 사기'를 다각도로 파헤친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다. '4대강이 홍수를 막는다'는 가짜뉴스를 아직도 진실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MB의 수감 이후에도 꼭 한 번 봐야 할 다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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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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