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동안 '무임승차'를 하려는 식당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간혹(보다는 자주)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백종원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기만 기다렸다. 숟가락을 들고 입안에 떠먹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심지어 뻔뻔하게 레시피를 요구할 때도 있었다. 시청자들은 천금 같은 기회가 그런 사장님들을 위해 쓰인다는 데 분노했다. 

그럴 때마다 백종원은 착각하면 안 된다며 이 프로그램은 떠먹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버럭 했다. 노력 없으면 솔루션도 없다! 그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내세웠던 기조였다. 물론 항상 잘 지켜지진 않았다. 어느 정도의 훈계가 끝난 후에는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주곤 했다. 도리가 없었다. 방송에 출연한 이상, 이미 한 배를 탄 이상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일단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맛있냐, 없냐 물어보기도 좀 그런 거 아닐까요, 이거?"

지난 28일, 동작구 상도동 세 번째 이야기가 펼쳐졌다. 가장 눈길이 간 건 아무래도 '하와이언 주먹밥집'이었다. 애초에 백종원은 남편 사장님의 접객 태도를 문제삼으며, 손님을 쫓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재료 보관을 비롯해 위생 상태도 엉망이었다. 오픈 주방은 오히려 독이 됐다. 그 상황을 눈으로 목도한 백종원은 시식을 거부하기도 했다.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음식은 어땠을까. 앞서 지적됐던 문제들을 생각하면 큰 기대를 하기 힘들었다. 실제로도 실망스러웠다. 먼저 조리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주먹밥 1인분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총 12분 17초였다. 백종원은 제육덮밥에 비유하며 재료가 많지 않은 주먹밥은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만드는 게 맞지만, 지금처럼 재료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거릴면 아무런 장점이 없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맛도 평범했다. 매칠청과 참기름, 깨로 양념한 밥에 햄과 계란 지단을 넣고 파슬리를 뿌린 게 전부였는데, 직접 담근 매실청을 넣은 것 말곤 특별할 게 없었다. 백종원은 편의점 주먹밥과 다른 게 무엇인지, 10분 이상 기다려서 먹을 가치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같은 값이면 김밥을 먹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종원은 오픈 주방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메뉴를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이 메뉴가 왜 없지 하는 건 이유가 있더라고요. 같은 메뉴라도 상권에 따라 통할 수도 있고 안 통할 수도 있어요." 

2주 동안 사장님 부부는 하와이언 주먹밥 3종과 두부 버거, 게맛살유부초밥, 두부면 팟타이 등 6종의 신메뉴를 준비했다. 하지만 노력과는 별개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두부 버거와 두부면 팟타이는 생소한 메뉴에 낯선 조합이라 상권과 맞지 않았다. 재료를 추가한 하와이언 주먹밥은 오히려 김밥에 가까워져 애초의 색깔을 잃어버렸다. 단가와 품만 많이 들어간 셈이다. 

남편 사장님의 위생 관념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정리와 청소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지만 조리도구를 만진 손으로 재료를 집는 등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였다. 불맛을 입히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화구의 불도 안쪽 것만 켠 상태라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동년배인 남편 사장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던 김성주의 마음도 타들어 갔다.  

"두 분은 음식에 재능이 없어요."

마음을 단단히 먹은 백종원은 하와이언 주먹밥집 사장님들이 음식에 재능이 없다고 결정타를 날렸다. 사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건 일반 가정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식당이라면 맛에 더해 조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재료 보관 등 치밀한 계산이 필요했다. 미리 계산을 하고 맞지 않는 메뉴는 과감히 버려야 하는데 사장님 부부는 그저 의욕만 앞섰다. 계산 없이 만드는 건 아마추어에 불과했다. 

요리 초보인 사장님 부부에게 필요한 건 부족한 기술을 성실함으로 채울 수 있는 메뉴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배달 여부를 떠나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를 찾아야 했다. 모든 조건을 고려하면 단순한 메뉴가 효과적이었다. 결국 백종원은 '숟가락'을 꺼내 들었다. 라면 같은 걸 해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만들기 쉬운 인스턴트 라면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보자는 뜻이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하와이언 주먹밥집은 백종원의 레시피를 받아 라면집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예고편을 보면 그조차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당장 날선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또 떠먹여줘야 하냐는 것이다. 부정적인 뉘앙스의 기사들도 쏟아졌다. 가뜩이나 나쁘게 비춰졌던 남편 사장님의 이미지도 한몫했다. 

그런데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요식업은 자영업 중에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고, 따라서 이런 식당은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하와이언 주먹밥집처럼 음식에 소질이 없어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식당을 차려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왜 없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난만 하는 게 최선일까. 화를 내기보다 안타까워해야 하는 일 아닐까.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라 코시나(La Cocina)'는 저소득층, 여성, 이민자 등의 요식업 사업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초보 사업가들이 자신만의 식당 콘셉트를 찾고, 메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공동 주방을 제공해 요리 연습을 할 수 있게 하고, 교육과 마케팅 등 전문적인 영역에 있어서도 도움을 준다. 라 코시나 출신 식당들 대다수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이런 시스템이 전무하다. 사실상 '맨땅에 헤딩하기'가 아닌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거나 지원을 받을 길이 드물다. 물론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사회적 차원의 고민도 동반되어야 한다. 당장 이런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 빈틈을 애써 채우고 있다. 가끔 떠먹여준다 싶을 사례가 있더라도 비난보다 응원이 필요한 건 그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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