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마타 만다라> 스틸컷

<미나마타 만다라> 스틸컷 ⓒ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하라 카즈오는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파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는 작품에 전쟁 세대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는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이 전쟁 중 있었던 사건의 책임자를 찾아나서는 <천황의 군대는 진군한다>나 센난 지역의 석면 피해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이 그렇다. 이번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그의 신작 <미나마타 만다라>는 1940년대 일본을 휩쓴 미나마타병을 다룬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를 이룬 국가다. 유럽 열강들처럼 제국주의의 야욕을 지녔던 그들은 유럽이 겪는 문제 역시 똑같이 겪었다. 그 중 하나가 환경 문제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미나마타시 인근의 공장에서 바다로 메틸 수은을 방류했다. 이 수은은 조개 및 어류에 그대로 축적됐고 이를 섭취한 사람들은 수은 중독에 시달린다. 그게 바로 미나마타병이다. 국내에서도 1970년대 화학산업단지가 밀집된 여수시와 울산광역시에서 발병 사례가 있었다.
 
하라 카즈오 감독은 미나마타병을 '인간성을 파괴하는 병'이라 설명한다. 이 병은 뇌에 영향을 끼쳐 감각신경을 손상시킨다. 감각신경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감을 만드는 기관이다. 이 기관이 파괴되면 인간이 누려야 하는 문화나 예술의 즐거움을 맛볼 수 없다. 살아는 있지만 살아있는 게 아닌 것이다. <미나마타 만다라>는 미나마타병에 걸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경실험과 뇌 해부 실험 결과와 2세대 환자(부모님이 수은 중독인 경우) 인터뷰 등을 통해 그 심각성을 고발한다.
  
 <미나마타 만다라> 스틸컷

<미나마타 만다라> 스틸컷 ⓒ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하라 카즈오 감독은 이 작품을 15년에 걸쳐 촬영하고 완성했다. 그 이유는 일본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미나마타병과 감각신경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수많은 의사들이 그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사비로 연구하기에 이른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 보상받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소송이 진행됐고 그동안 많은 비용이 들었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소송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있다. 일본 정부는 인과관계를 밝혀내더라도 배상 대상을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로 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메틸 수은 유출과 감각신경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된다 하더라도 그 보상을 받는 건 수십년 동안 소송을 지속한 이들뿐이다. 감독이 만난 피해자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카메라는 무조건적인 동정과 연민으로만 이들을 바라보지 않는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1세대에 이어 수은 중독의 영향으로 태어난 2세대에 이르기까지, 50년 넘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지쳐간다. 누군가는 낙담하는가 하면 포기할 생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 어둠 속에서 생명력을 발견하는 건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힘이라 할 수 있다.
 
피해자들이 여전히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 함께 모여 노래를 하는 장면 등은 꺼지지 않는 생명의 등불을 의미한다. 그림이나 영화를 온전하게 즐길 수 없음에도 공주 캐릭터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나 노래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은 휴머니즘의 가치를 강조하며 감정적인 힘을 더한다.

한편 피해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004년 최종 승소했고, 미나마타병 50주년인 2006년 4월 희생자 314명의 이름이 새겨진 위령비도 세웠다.
  
 <미나마타 만다라> 스틸컷

<미나마타 만다라> 스틸컷 ⓒ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 일본 사회의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이달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 보도했다. 일본 내에서도 해양오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변국인 우리나라 역시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지나면, 전 세계 바다로 방사능 오염수가 확산될 것이다.
 
미나마타시 앞바다는 미나마타병 사건 이후 만(灣) 전체를 쇠사슬로 봉쇄했다. 최초 발생으로부터 50년이 지난 2006년, 그들은 별다른 조사 없이 오염 상태가 충분히 저감되었다 판단하고 통제를 풀어버렸다. 미나마타병, 이타이이타이병 등 환경오염으로 인해 다양한 질병의 문제를 겪어온 일본 정부는 여전히 안일한 태도로 자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를 위험으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미나마타 만다라>의 러닝타임은 무려 372분이다. 하지만 50년 넘는 세월을 고통 속에서 보낸 피해자들과 15년을 촬영에 힘을 쓴 하라 카즈오 감독의 노고를 생각하면 이는 오히려 짧게 느껴진다. 이 작품을 통해 일본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고 방사능 오염수 확산을 막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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