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2020시즌이 어느덧 막바지로 향하면서 올 한해 리그를 빛낸 개인 타이틀의 주인공들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27일 '하나원큐 대상 시상식'에 오를 K리그1과 K리그2의 최우수감독상, MVP, 영플레이어상, 베스트11 후보 등을 선정하여 발표했다.

연맹은 기술위원-해설자 등 올 시즌 K리그 현장에서 많은 경기를 지켜본 축구 전문가들로 후보선정위원회를 구성했고 각 구단이 제출한 부문별 후보 명단을 바탕으로 개인기록과 활약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 부문별로 4배수(4-4-2 포메이션 기준)의 후보를 선정했다. 여기에 각 구단 감독(30%), 주장(30%), 미디어(40%) 투표를 합산하여 총점으로 최종 수상자를 가리게 된다. 수상자는 다음달 5일(K리그)과 9일(K리그2)에 걸쳐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지난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모터스와 광주FC의 경기. 전북 손준호 선수가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지난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현대모터스와 광주FC의 경기. 손준호 선수가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올해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MVP 경쟁이다. 손준호(전북)를 비롯하여 주니오(울산)-세징야(대구)-일류첸코(포항)가 경쟁한다. 국내 미드필더 1명과 외국인 공격수 3명(K리그 득점 1~3위)이 경합하는 독특한 구도다.

1983년 이후 총 37명의 역대 MVP 중 가장 많은 31명이 우승팀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팀성적 프리미엄'이 개인 수상에서도 크게 반영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시즌 K리그1 우승이 전북과 울산의 양강 구도로 압축된 가운데, 최종전을 앞두고 전북이 울산에 승점 3점차이로 앞서서 우승에 근접해 있다는 것은 손준호에게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승팀=MVP 공식이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1999년 안정환(부산 아이파크)을 시작으로 2010년 김은중(제주), 2013년 김신욱(울산)처럼 준우승팀에서 MVP가 배출되기도 했다. 최근 2년 동안에는 2018년 말컹(경남), 2019년 김보경(울산)까지 모두 준우승팀에서 MVP가 나왔다. 심지어 2016년에는 8위팀이었던 광주FC의 정조국이 깜짝 MVP의 주인공으로 등극하기도 했는데, 이는 K리그에서 최초의 하위스플릿(7-12위) 출신 MVP이자 국내 프로스포츠 역사를 통틀어도 가장 낮은 순위의 팀에서 최우수선수를 배출한 사례로 남아있다.

개인기록은 주니오가 단연 압도적이다. '골무원'이라는 별명답게 주니오는 올 시즌 26경기에서 무려 25골(2도움)을 터뜨렸다. 득점랭킹 공동 2위인 세징야-일류첸코(이상 18골)보다 7골이나 앞서 있어 사실상 득점왕과 최다 공격포인트를 예약했다.

K리그 역사상 득점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쥔 사례는 2003년 김도훈(당시 성남)-2009년 이동국(전북)-2012년 데얀(당시 서울)-2016년 정조국(당시 광주)까지 4명뿐이다. 이중 정조국을 제외하면 나머지 3명은 그해 MVP-득점왕에 이어 팀 우승까지 거머쥐는 '트레블'을 달성한 바 있다. 외국인 선수가 MVP가 된 사례는 역대 4명이다. 2004년 나드손(수원)을 시작으로 2007년 따바레즈(포항)-2012년 데얀(서울)- 2018년 말컹(경남)이 각각 영광을 안았고 이들 모두 공격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니오에게 '옥에 티'라면 큰 경기에서의 임팩트가 아쉽다는 점이다. 누적 기록은 누구보다 화려하지만 중요한 경기나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구해내는 활약상은 오히려 세징야나 일류첸코보다도 뒤진다. 울산의 올시즌 우승 경쟁에 치명타가 된 4패(전북 3패, 포항 1패)를 당했던 경기에서 주니오는 PK로만 고작 1골(9월 15일 전북전)을 넣는데 그치며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올시즌 울산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경우가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주니오의 골퍼레이드가 주로 약팀을 상대로 했을 때 이뤄졌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동국 선수

이동국 선수 ⓒ 한국프로축구연맹

 
유일한 국내 후보인 손준호는 K리그 역사상 보기드문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 MVP'에 도전한다. 손준호는 올시즌 24경기에 출전하여 2골 5도움을 기록했다. 공격포인트를 쌓을 기회가 드문 골키퍼와 수비수를 제외한 필드플레이어로는 1998년 고종수(당시 수원 삼성, 20경기 3골 4도움) 이후 개인기록만 놓고보면 가장 초라하다.

그동안 MVP는 수비적인 역할의 선수들에게는 불리했던 것이 사실이다. 포지션별로 보면 역대 MVP 37명 중 거의 절반에 이르는 18명이 공격수였고, 미드필더가 13명, 수비수가 5명, 골키퍼가 1명이다. 특히 최근 11년간은 공격수 출신이 무려 9명이나 MVP를 독식할만큼 강세를 보였다. 미드필더 수상자였던 2017년 이재성(당시 전북 8골10도움)-2019년 김보경(13골9도움)도 공격적인 성향이 돋보이는 선수들이었다. 손준호처럼 수비형 미드필더로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손준호의 진정한 가치는 눈에 보이는 기록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손준호는 중원 전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전천후 '육각형' 미드필더로 꼽힌다. 2017시즌엔 포항 소속으로 K리그1 도움상을 수상할만큼 원래 공격적인 능력도 갖추고 있다. 전북에서는 올시즌 팀사정에 따라 3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잡았고, 특유의 패스와 경기운영은 물론 수비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며 올시즌 전북의 전력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프로축구연맹이 집계한 선수별 개인기록 데이터에 따르면 손준호는 이번 시즌 프리킥(132개)과 지상볼 경합 성공(71회), 패스 차단(163회)에서 모두 1위에 올랐고 전체 패스 횟수에선 2위(1천519개)에 오르며 공수 양면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손준호가 올시즌 유력한 MVP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축구에서 눈에 보이는 공격포인트만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그 가치를 인정받을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장면이다.

한편으로 또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토종 공격수들의 기근 현상은 MVP와 베스트11 경쟁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올해도 K리그1 득점 상위 1-5위를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했다. 국내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넘긴 것은 한교원(전북, 11골)과 송민규(포항, 10골) 단 2명뿐이다. 이들도 엄밀히 말해 2선 공격수에 가깝지,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이밖에 김지현(강원, 8골2도움)과 나상호(성남, 7골), 이동준(부산, 4골 4도움) 등 젊은 선수들이 분전했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K리그 최다득점-최다 MVP(4회) 수상에 빛나는 이동국 이후로 그 뒤를 이을만한 '대형 스트라이커'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K리그의 고민이다. 이동국은 전성기도 화려했지만, 10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2009-2018)을 기록할 만큼 '꾸준함'에서 더 빛나는 선수였다. 최근 이동국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의 후계자로 거론될만한 선수는 아직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손흥민-황의조-김신욱-황희찬 등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들이 대부분 해외로 진출하고, 전형적인 정통 스트라이커 유형의 유망주들은 갈수록 드물어지면서 자연히 K리그 팀들이 갈수록 외국인 선수들에게 최전방을 의존하는 상황이 심해지고 있다. '포스트 이동국'급 공격수를 발굴해내는 것은 K리그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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