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 SBS

 
김소연, 유진, 이지아, 신은경, 윤주희,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 등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 SBS 새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역시 '김순옥'일 것이다. 그가 누구인가. SBS <아내의 유혹>으로 단숨에 인기 작가로 발돋움한 뒤 최근 작품인 SBS <황후의 품격>까지 매 작품마다 시청자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던 '막장 드라마의 대가'가 아닌가. 

임성한, 문영남과 나란히 호명되는 이가 바로 김순옥이다. 그의 신작은 필경 화제가 되고 논란만큼 시청률도 보장될 테니 배우 입장에서 오히려 감사한 일일까. 아니나 다를까, <펜트하우스>는 첫회 시청률 9.2%(닐슨코리아 기준)로 단숨에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꿰찼다. 2회는 10.1%를 기록해 두 자릿수 시청률 진입에도 성공했다.

"네가 또 한 번 노래하겠다는 말 지껄이면 그땐 엄마가 네 앞에서 먼저 죽을거야. 엄마 죽고나면 그때 해, 노래. 그 전엔 절대 안돼, 알았어?" (오윤희)

내용은 역시 충격 그 자체이다. 매운 맛 3단계 수준으로 얼얼함이 남다르다. <펜트하우스>의 배경은 욕망의 상징인 100층짜리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헤라팰리스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심수련(이지아)는 엘리베이터에서 의문의 여성이 추락하는 걸 목격하고 비명을 내지른다. 드라마는 '2개월 전'으로 되돌아가서 심수련, 천서진(김소연), 오윤희(유진)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막장이란 막장은 총망라된 매운맛 드라마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 SBS

 
청아예고 입시를 앞두고 성악 실력은 고만고만하지만 부모의 막강한 재력을 등에 엎은 유제니(진지희)와 실력은 타고났지만 가난한 배로나(김현수)의 대립이 펼쳐졌다. 유제니는 엄마 강마리(신은경)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배로나의 엄마 오윤희는 딸이 성악하는 걸 반대했다. 공부 잘하는 좋은 머리를 왜 썩히냐며 역정을 냈다. 배로나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엄마를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오윤희는 왜 그토록 딸이 성악을 하는 걸 반대했던 걸까. 곧이어 밝혀진 오윤희의 과거는 이러했다. 오윤희는 딸이 그토록 들어가고 싶어하는 청아예고에서 성악과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전도유망한 학생이었다. 명문 음대에 입할할 수 있는 프리패스권으로 통했던 청아예술제 트로피를 놓고 청아재단 이사장의 딸 천서진과 경쟁을 벌였지만, 부정하게 1위를 차지한 천서진과 다툼을 벌이게 됐다. 

그 과정에서 천서진이 휘두른 트로피에 목이 찔렸고, 오윤희는 천서진에 대한 열등감으로 자해를 한 학생이 되어 있었다. 오윤희는 성악계를 떠나 억척스러운 삶을 살았고, 천서진은 유명한 소프라노가 돼 예고 입시를 담당하는 고액 과외를 하며 '헤라클럽' 여왕벌의 화려한 삶을 살았다. 이후 도망치듯 살아왔던 오윤희가 자신이 잊고 있었던 욕망과 마주하는 계기는 딸 배로나였다. 

"나 이제 아무데도 도망 안 가. 넌 죽었다 깨어나도 날 못 이겨. 가짜 1등 천서진. 도둑년." (오윤희)

배로나의 노래를 들고 질투에 사로잡힌 유제니는 로나가 자신의 보온병에 약을 탔다는 자작극을 벌였다. 학교로 찾아온 강마리는 다짜고짜 배로나의 머리채부터 잡았고, 뒤늦게 도착한 윤희는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돈과 권력을 이길 수 없다는 과거의 경험 때문이었다. 배로나는 무릎꿇고 사과하라는 엄마의 말을 무시한 채 천서진을 찾아가 레슨을 부탁했고, 딸을 찾으러 갔던 오윤희는 천서진과 재회하게 된다. 

얼마 뒤 열린 학폭위에서 교장을 위시한 위원들이 일방적으로 로나를 범죄자로 몰아가자 오윤희는 과거의 자신이 받았던 핍박을 떠올리게 된다. 드디어 각성한 오윤희는 책상 위를 달려 교장의 얼굴을 걷어찼다. 그리고 딸의 손을 잡고 복도를 뛰면서 활짝 웃는다. 목의 상처를 가리고 있던 스카프도 벗어던졌다. 그대로 천서진을 찾아간 오윤희는 청아예술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도둑년"이라 일갈했다. 

핏빛 복수를 위한 단편적인 소재들만 가득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 SBS

 
<펜트하우스>는 오윤희와 천서진의 갈등이 자녀 세대로 고스란히 반복되는 구조를 통해 금수저와 흙수저의 격차를 이야기한다. 또 헤라팰리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른바 '상류사회'의 천박함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헤라 클럽에 속한 주단태(엄기준)는 부동산을 통해 돈을 긁어모으는데, 변호사 이규진(봉태규), 외과 과장 하윤철(윤종훈)은 투자 명목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다. 

이야기는 투박하지만, 그 안의 메시지는 뚜렷한 셈이다. 물론 천서진과 주단태의 불륜 등 막장 요소도 빠지지 않는다. 각각 남편과 아내가 함께 있는 공간에서 몰래 키스를 나누는 파격이라니! 그러고보니 <펜트하우스>에는 부동산, 입시, 부의 편중 등 사회적 문제에 욕망, 질투, 불륜, 복수, 폭력 등 막장을 표현할 수 있는 요소는 모두 들어있는 셈이다. 

2회에서는 오윤희의 선언에 화가 난 천서진이 딸 하은별(최예빈)에게 청아예고에 수석으로 들어가아 한다며 닦달하고, 배로나가 레슨을 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한편, 주단태와 천서진은 은밀한 밀회를 즐겼는데, 그 둘을 발견하고 몰래 촬영한 수학 과외 선생님 민설아(조수민)의 모습도 담겼다. 앞서 심수련이 엘리베이터에서 본 추락하는 여성이 바로 민설아였다. 

천서진과 오윤희의 해묵은 갈등이 자녀들의 입시 문제로 본격화되는 가운데 다른 인물들도 점차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오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소재와 요소, 갈등들이 포함돼 있지만, 전체적으로 깊이는 부족하다. 교육 문제를 다루기는 하지만 현상의 일부분을 자극적으로 조명할 뿐이다. 부동산 문제도 다를 게 없어보인다. 모두 핏빛 복수극을 위한 단편적 소재에 지나지 않는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 SBS

 
더군다나 전체적인 설정과 분위기가 JTBC < SKY 캐슬 >과 지나치게 닮아있다. 또, 다채로운 욕망을 지닌 여성들을 다룬다지만, 그 욕망은 평면적이기만 하다. 어차피 작품성은 기대할 수 없고, 개연성이 배제된 막장 드라마가 줄 수 있는 건 자극적인 장면들로 채워지는 충격과 경악, 그리고 (수없이 밀려드는 고구마와) 단순하기 짝이 없는 권선징악이라는 카타르시스뿐이다. 

막장 드라마의 가장 큰 특성이라고 하면 욕 하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는 것이다. 자극적이기만 한 <펜트하우스>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면 기회는 지금뿐이다. 만약 당신이 <펜트하우스>를, 등장 인물들을 욕하고 있다면 이미 늦은 셈이다. 억지스러운 설정과 과장된 대사, 권선징악은 너무 독한 맛이라 다음 주에도 당신은 홀린듯 <펜트하우스>를 찾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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