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극장 내 풍경.

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극장 내 풍경. ⓒ KT&G 상상마당


10년 넘게 서울 홍대 중심가를 지키며 독립예술영화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상상마당 시네마의 폐관 및 사업 철수 소식에 영화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26일부로 영업을 종료한 CJ CGV 7곳 지점 중 독립예술영화관인 아트하우스관이 포함된 지점이 2곳이나 돼 독립영화계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상상마당 시네마와 영화사업부는 KT&G 사회 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비롯해 <반짝이는 박수소리> <초인> <땐뽀걸즈> <이태원> 등 국내 독립예술영화의 상영 및 배급, 제작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특히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대단한 단편영화제', '이달의 배우전' 등의 행사를 매년 주최하며 독립영화발전에 공헌하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영화인들의 호소
 
27일 상상마당이 배급, 제작지원한 영화 감독 18명은 성명서를 통해 상상마당 시네마를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들 감독을 비롯한 여러 영화인들은 SNS에 '#상상마당시네마를지켜주세요'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관객과 일반 시민들에게 호소 중이었다.
 
이들의 행동 배경엔 모회사인 KT&G가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 및 운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사업 자체를 종료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지난 8월부터 홍대 상상마당 시네마는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하고 있었고, <이태원> 이후 배급작 또한 없는 상황이었다.
 
과거 상상마당이 배급한 영화를 제작한 한 감독은 <오마이뉴스>에 "극장 담당자로부터 영화 사업부가 없어질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상상마당 직원들이 직접 이를 외부에 알리는 걸 부담스러워해서 감독들이 나서기로 했다"고 성명서의 배경을 전했다.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 A씨 또한 "현재 직원들에게 해고 통보가 갔는지까지 차마 물어보진 못했지만 연락을 했을 때 영화 사업부가 없어질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얘길 들었다"며 "어떻게 대응할지 어려워하는 상태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A씨는 26일 SNS에 "지난 금요일 상상마당 시네마와 영화사업부 폐지 소식을 접했다. (좌석 수) 77석. 벌어봤자 요만큼인 객석수. 모두에게 편안한 영화보다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상상마당 시네마"라며 그간 해당 공간에서 이뤄진 여러 사업을 언급했다. A씨는 "십수 년을 독립예술영화와 보낸 극장이다. 모두에게 친숙한 이름이 아닐 수 있지만 그렇다고 덜 중요한 것도 아니다. (중략) 문화적 다양성과 공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라면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가치"라고 호소했다.
 
"영화 사업 접는 게 아닌 재정비"
 
 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극장 내 풍경.

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극장 내 풍경. ⓒ KT&G 상상마당

 
이 같은 분위기에 KT&G는 영화 사업 자체를 접는 게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KT&G 홍보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을 휴관해왔는데 이런 흐름에 극장을 재정비해 내년에 다시 열 계획이다. 보다 나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상상마당 영화사업부가 해 온) 제작지원 및 배급 또한 마찬가지로 재정비할 것"이라 답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미 상상마당 영화 사업 담당자들이 퇴사했거나 퇴사 절차를 밟고 있어 업무를 진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모회사 해명대로 재정비 중이라면 새로운 담당자를 배정하거나 후임자를 세워 인수인계를 받아야 하는데 담당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의견 또한 있었다.
 
이에 KT&G 관계자는 "(담당 인원 퇴사 및 재배치 문제 등은) 아직 여러 가지가 확정되지 않아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여러 단계에 있어서 나은 방향으로 가려다 보니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나는 걸 양해해주셨으면 한다. 다만 SNS에 올라온 시네마 운영 중단 등의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해당 사업부는 (독립예술영화에) 애정을 갖고 일을 진행해왔다. 언택트 상황에 놓였기에 이번 기회에 이후에 어찌할지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자로 대학로,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등촌, 연수역, 홍성, 대구아카데미, 광주 금남로 등 7개 지점의 영업을 중단한 CGV 측 또한 독립예술영화 상영 기회를 최대한 보전하겠다고 강조했다. 7개 지점 중 대학로와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인 아트하우스관이 특화된 곳이다. 특히 씨네라이브러리는 5개관이 모두 독립예술영화가 상영된 곳이라는 점에서 이들 영화의 상영 기회가 박탈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CGV 측은 27일 <오마이뉴스>에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운영은 중단했지만 인근에 있는 명동CGV 중 2개관을 아트하우스관으로 편성할 것이고 이벤트 또한 진행할 예정"이라며 "아트하우스관을 사랑하는 관객분들은 영화를 꼭 보고자 하는 분들인 만큼 그분들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 동료 독립영화인들 또한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인디스페이스 원승환 관장은 "특히 상상마당은 대학로의 하이퍼텍 나다, 종로의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의 씨네큐브 등 몇 개의 독립예술영화관만 있던 2007년께 젊은 사람들이 많은 홍대에 생기면서 독립예술영화 시장을 붐업 시킨 면이 있다"며 "제작지원, 상영 및 배급에 기여한 곳인데 이런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코로나19 상황으로 휴관을 길게 하다가 소리소문없이 접는다면 그 영향력과 성과에 비해 너무 초라한 결말이지 않나 싶다. 관객들이나 영화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 의견을 밝혔다.
 
독립예술영화 유통 환경 개선을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설립한 인디그라운드의 조영각 센터장 또한 "사업을 정말 접는 건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상상마당 시네마는 극장이 있는 배급사라는 장점을 이용해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며 "그간 사업을 진행해온 분들이 독립예술영화를 사랑했고, 그 바탕엔 KT&G의 지원이 있었다. 이렇게 시기가 어려운데 사업을 접어버리면 독립영화계도 큰 타격이고, 관객들 또한 거점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사업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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