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6위 KIA타이거즈가 LG 트윈스에게 4-8로 패하면서 5위 두산 베어스의 포스트시즌 매직넘버가 모두 지워졌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달 넘게 시즌을 늦게 시작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무관중으로 치렀던 2020 시즌도 정규리그 일정을 거의 마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5팀이 모두 결정된 것이다. 크고 작은 순위의 변화는 있었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SK 와이번스가 빠지고 kt 위즈가 들어간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작년 두산에게 상대전적에서 뒤져 아쉽게 정규리그 1위를 놓친 SK는 올해 믿기 힘든 추락을 경험했다. 한용덕 감독이 중도 사퇴한 한화 이글스 역시 원년의 삼미 슈퍼스타즈가 기록했던 18연패 타이기록을 세우는 굴욕 속에 10개 구단 체제에서 첫 꼴찌를 기록하게 됐다. 시즌 내내 '2약'으로 분류됐던 두 팀은 내년 시즌에도 큰 반전을 만들지 못한다면 재도약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시즌 중·후반까지 치열한 순위경쟁을 이어갔던 KIA와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의 상황은 다르다. 올 시즌을 통해 희망과 아쉬움을 동시에 발견했던 중·하위권의 세 팀은 내년 시즌 도약을 위해 기대를 걸어 볼 만한 차세대 핵심 선수들을 발굴했다. 올 시즌을 통해 잠재력을 터트린 이 선수들은 내년 시즌에도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소속팀을 더 높은 순위로 이끌 수 있을까.

[KIA 최원준] 이창진 부상 틈 타 리드오프로 맹활약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프로야구 LG 트윈스 대 KIA 타이거즈의 경기.4회초 2사 만루에서 KIA 최원준이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주루 코치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프로야구 LG 트윈스 대 KIA 타이거즈의 경기.4회초 2사 만루에서 KIA 최원준이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주루 코치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이 개막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최원준은 KIA의 주요 전력에 포함되지 못한 '계륵' 같은 선수였다. 내·외야를 넘나들 수 있는 멀티 능력과 빠른 발은 쓰임새가 많지만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충분한 기회를 부여 받았음에도 자신만의 확실한 포지션을 찾지 못했을 만큼 한계도 뚜렷했다. 실제로 작년 시즌을 타율 .198의 부진한 성적으로 끝낸 후에는 군입대를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KIA가 작년 시즌이 끝나고 최원준을 군대에 보냈다면 올 시즌 리드오프 문제로 큰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최원준은 부상으로 이탈한 이창진의 자리를 메우는 역할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창진은 복귀 후 한 달 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1군에서 말소됐고 결국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최원준에게는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실제로 최원준은 이창진 부상 이탈 후 본격적으로 KIA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하며 눈부신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긴 힘들지만 최원준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즌이다. 특히 최원준은 9월 .374, 10월 .358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주전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후반기 체력저하로 인한 부진 따위는 최원준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26일 현재 119경기에 출전한 최원준은 타율 .321 110안타 2홈런 33타점 72득점 12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정확성과 주력을 인정 받은 최원준이 서울고 시절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장타 잠재력만 조금 더 향상된다면 구자욱(삼성 라이온즈) 같은 유형의 호타준족형 타자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제 최원준의 입대시기는 조금 다른 의미로 KIA구단의 큰 고민거리가 됐다.

[롯데 김원중] 은퇴한 손승락 자리 메운 초보 마무리
 
 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 9회 초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투구하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 9회 초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는 지난 겨울 두 번째 FA자격을 얻은 마무리 투수 손승락과의 협상에 실패했다. 롯데와의 협상이 결렬된 손승락은 그대로 은퇴를 선언했고 롯데는 마무리 자리에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로 통산 271세이브를 기록한 레전드 마무리를 잃었다. 그리고 롯데에 새로 부임한 허문회 감독은 올 시즌을 이끌 새 마무리 투수로 프로 9년 차 우완 김원중을 낙점했다.

김원중은 조원우 감독 시절이던 2017년부터 차세대 에이스로 키우던 선발 자원이다. 하지만 좋은 구위를 가졌음에도 이닝마다 기복이 심하고 주자가 나가면 흔들리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3년 동안 20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작년 시즌 중반부터 불펜투수로 나서 괜찮은 성적을 보이긴 했지만 마무리 경험은 전혀 없고 당연히 통산 세이브도 '0'이었다.

하지만 많은 우려 속에 단행한 김원중의 마무리 변신은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작년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하재훈(SK 와이번스), 고우석(LG 트윈스), 문경찬(NC 다이노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김원중은 4승 4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4.08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물론 리그에서 가장 많았던 8개의 블론세이브는 줄여 나가야 하지만 마무리로서 풀시즌을 소화했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붙박이 마무리 투수를 가져 본 기억이 많지 않은 팀이다. 롯데가 2016 시즌을 앞두고 손승락에게 4년 6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이유도 30년 넘게 이어온 '마무리 부재'를 씻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성공적인 마무리 데뷔 시즌을 치른 김원중에 대한 롯데팬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과연 192cm의 훤칠한 체구를 가진 롯데의 미남투수는 거인군단의 붙박이 마무리로 정착할 수 있을까.

[삼성 김동엽] 이적 두 번째 시즌 명예회복 성공

지난 2018년 12월 KBO리그 최초의 삼각 트레이드가 단행됐을 때 포수 이지영(키움 히어로즈)을 내준 삼성은 전혀 나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2017 시즌이 끝나고 FA 포수 강민호를 영입하면서 기존의 주전포수였던 이지영은 일종의 '잉여전력'이 됐기 때문에 이지영에 대한 반대급부로 2018년 SK에서 27홈런 76타점을 기록했던 거포 김동엽이 온다면 삼성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였다.

하지만 김동엽은 삼성 유니폼을 입은 첫 해 60경기에서 타율 .215 6홈런 25타점으로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마침 작년 시즌엔 이지영이 키움을 한국시리즈로 이끄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고 SK로 이적한 고종욱도 타율 .323 159안타 3홈런 56타점 76득점 31도루로 맹활약했다. 따라서 김동엽을 얻은 삼성이 삼각트레이드의 유일한 패자처럼 보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김동엽은 올 시즌의 대활약을 통해 트레이드에 대한 평가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올 시즌 113경기에 출전한 김동엽은 타율 .315 128안타 20홈런 74타점을 기록하며 외국인 선수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던 삼성 타선을 이끌었다. 실제로 김동엽은 올 시즌 삼성에서 타율, 홈런 1위, 타점은 구자욱(78개)에 이어 2위, 최다안타는 박해민(140개),구자욱(136개)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3번부터 6번까지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했던 김동엽의 올 시즌 '옥에 티'는 33경기 출전에 불과했던 외야수비다. 만약 김동엽이 삼성 시절의 최형우나 두산의 김재환처럼 좌익수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올해의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가치 있는 타자로 거듭날 수 있다. 그 때가 되면 삼성도 대부분의 야구팬들로부터 삼각트레이드의 '최종승자'로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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