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프로에 지명된 선수들이 고교 마지막 전국대회 무대에서 '미리보는 프로야구'를 펼쳤다. 25일 오후 6시 30분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고교야구전국대회의 유신고와 덕수고 간 32강전에서였다. 이날 경기에선 프로 상위 라운드에 지명된 양팀 선수들이 격돌했다. 

덕수고는 키움에 1차 지명된 장재영이 5.1이닝을 책임지며 호투했고, 롯데와 극적 계약을 맺은 나승엽과 LG 입단이 예정된 김유민도 출전해 상위 타선을 도맡았다. 유신고 역시 NC 2차 1라운드에 지명된 김주원이 타선에, 한화 2차 1R에 오른 김기중이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다.

이날 경기는 프로 지명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등 경기는 막판까지 호각지세였다. 문제는 오심이었다. 경기 마지막 순간 나온 오심으로 인해 경기의 맥이 끊겼고, 한쪽에는 찝찝한 승리만, 반대쪽에는 분통터지는 패배만 안기고 말았다. 

장재영 호투, 유신고는 1학년의 '깜짝 호투' 
 
 이날 경기로 마지막 고교야구 투구를 마친 덕수고 장재영 선수.

이날 경기로 마지막 고교야구 투구를 마친 덕수고 장재영 선수. ⓒ 박장식

 
덕수고는 대회 첫 경기부터 장재영과 나승엽 등 3학년 선수들이 출전했다. 3학년 선수들이 '봉황대기에서 우승을 가져가고 싶다'며 자원한 덕분이었다. 그런만큼 장재영도 끝까지 호투를 펼쳤다. 첫 이닝에 연속 4구가 나오며 두 점을 내주었으나, 이후에는 무실점으로 팀의 초반 분위기를 책임졌다.

장재영은 5.1이닝동안 2실점, 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보였다. 이날 투구 중에는 시속 155km 스피드의 공이 잡히기도 해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장재영은 6회 말까지 105구의 투구 수를 가져간 뒤, 1학년 심준석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유신고에서도 깜짝 호투가 펼쳐졌다. 1학년 선수인 박시원이 다섯 이닝동안 호투한 것이다. 박시원 역시 1회 초 상대 박찬진의 적시타로 1점을 잃었지만, 2회부터 5회까지 4이닝동안 모든 타자를 상대로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 노히트로 틀어막았다. 

1학년 선수에게 타선이 꽉 막혀버린 덕수고는 박시원이 강판되자마자 다시 기회를 잡았다. 6회 초 새로 등판한 박영현을 상대로 주정환이 우측 담장을 넘겨버리는 동점 홈런을 때려냈다. 1학년 선수인 주정환은 고교 첫 번째 홈런을 가장 극적인 상황 때려내며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 되는 듯했다.

그러자 유신고도 달아났다. 유신고는 7회 말 심준석을 상대로 박치성이 볼넷, 백성윤이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내며 2사에 주자 두 명을 쌓았다. 이어서 타석에 선 이한이 내야를 완벽하게 가르는 적시타를 때려내 다시 한 점을 달아났다. 

"분명 홈 플레이트 찍었는데..." 마지막 순간 오심 
 
 25일 열린 봉황대기 고교야구전국대회 덕수고와 유신고의 경기 홈 태그 상황에서 덕수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항의하고 있다.

25일 열린 봉황대기 고교야구전국대회 덕수고와 유신고의 경기 홈 태그 상황에서 덕수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항의하고 있다. ⓒ 박장식

 
스코어 2-3 상황에서 맞은 9회 초, 벼랑 끝에 선 덕수고가 극적인 공격의 물꼬를 텄다. 선두타자 박찬진이 박영현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에 성공한 것이다. 바로 유신고에서도 박영현을 강판시키고 다음 타자 나승엽을 상대할 투수를 올렸다. 한화 이글스에서 2차 1라운드로 지명한 김기중이었다.

9회 초 극적으로 성사된 '미리보는 프로야구'였다. 나승엽은 그렇게 오른 김기중을 상대로 내야 우중간을 완벽히 뚫어내는 안타를 뽑았다. 나승엽은 중계 플레이가 3루로 향한 사이 2루를 뚫으며 단숨에 무사 2루와 3루를 만들어냈다. 서로의 고교 마지막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것이었다.

이어 심준석의 타석에서 대타 박상헌이 들어섰다. 박상헌은 초구부터 큼지막한 좌익수 플라이를 때려 희생 타점을 노렸다. 박찬진이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왔지만 홈에는 예상보다 빨리 공이 들어온 상황, 박찬진은 포수를 피해 홈 플레이트 끝을 손으로 찍으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내나 싶었다.

하지만 주심의 양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당황한 박찬진이 심판에게 어필하는 사이 포수가 박찬진을 태그했고, 아웃 카운트가 올라갔다. 정윤진 감독도 그라운드에 올라 주심에게 항의했다. 현장에 있던 덕수고 관계자는 "유튜브 중계를 다시 보았는데 분명 홈을 손으로 찍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대로 2아웃 3루 상태에서 경기가 속개되었고, 문현진이 삼진당하며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스코어 3-2로 유신고가 16강에 진출했지만, 두 학교 모두 찜찜함을 남기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고교 마지막 등판 장재영 "날씨같았던 3년이었어요"
 
 유신고의 막판을 책임졌던 김기중 선수.

유신고의 막판을 책임졌던 김기중 선수. ⓒ 박장식

 
경기가 끝나고 아쉬운 표정으로 나온 덕수고 장재영 선수는 이날 경기로 고교 3년의 등판을 모두 마쳤다. 이날 경기에 대해 "초반에 미스가 있어 실점을 낸 것이 아쉬웠지만, 그 이후가 괜찮았다"라며 "좋은 모습 보여서 팀이 이겼어야 했는데 져서 아쉬웠다. 오늘 경기를 통해 편안하게 던지는 방법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의 추억이 많이 남지 않았냐 묻자, "2학년 때 부상이 겹쳐 팀에 기여했던 부분이 크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팀이 전국대회 우승까지 할 수 있게 되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날씨같았던 투구를 했다. 좋았던 날도, 좋지 않았던 날도 많았다"며 "개인적으로는 흐린 날이 더 많지 않았나 싶었다"라고 술회했다.

이제 비시즌 기간을 앞둔 장재영에게 계획을 물었다. 그는 "살이 빠진 상태라, 벌크업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해서 프로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마지막 순간 승리를 가져간 유신고 김기중 선수는 "막판 안타를 맞았을 때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아웃을 잡은 덕분에 마음가짐을 편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고교 대회이니 이번 대회 잘 끝내겠다"는 김기중은 "팬들께서 기대해주신 만큼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유튜브가 있는데도... 비디오 판독 없다는 것 아쉬워"
 
 경기 막판 상황은 유튜브 중계에 남아 있었다.

경기 막판 상황은 유튜브 중계에 남아 있었다. ⓒ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아이들이 열심히 해 주어서 감사하고 고맙다. 장재영, 나승엽, 김유민 모두 인성과 마음가짐이 대단한 친구였다"며 끝까지 대회에 출전한 3학년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정 감독은 "다음달 열리는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에는 1학년과 2학년으로 재미있게 꾸려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판정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감독은 "마지막 박찬진 선수 홈 쇄도는 분명히 세이프가 맞았다"라며 "아쉽게 패배한 것이다보니 몇몇은 울기까지 했다. 중계 화면에는 세이프로 분명히 보였다고 위로를 해 주었다"고 말했다.

판독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번 방송 중계가 될 때에는 심판들이 방송 중계를 돌려보며 합의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유튜브로 중계되는 경기는 심판들이 비디오로 판독을 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 안타까워 했다. 정 감독은 "차후 대회부터는 유튜브로 중계가 되는 경기의 영상 판독을 꼭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의견을 밝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카메라의 성능이 좋지도 않고, 사각지대가 있어 아직은 유튜브 중계에 사용되는 카메라로 비디오 판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판정 문제에 있어서는 4심 합의를 늘리는 등 최대한 보강할 예정"이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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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스포츠와 여행까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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