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 부산아이파크의 경기 모습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 부산아이파크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1부 리그 생존을 향한 '흙수저'들의 집념은 무서웠다.

강등의 벼랑 끝까지 몰렸던 성남FC와 인천유나이티드가 나란히 기적적인 역전승으로 기사회생하며 '잔류 싸움'을 최종전까지 몰고가는데 성공했다. 부산 아이파크까지 포함해 이제 3팀은 오는 31일 동시에 열리는 최종전에서 최후의 운명을 가리게 된다.

올시즌 K리그1 연고지 이전으로 자동 강등이 확정된 상주 상무를 제외하고, 성적순으로 강등되는 팀은 최하위 한 팀뿐이다. 26라운드를 앞두고 3파전으로 압축된 잔류 경쟁은 부산이 승점 25점, 성남은 22점, 인천은 21점으로 최하위를 기록중이었다. 남은 경기에서 한 번만 비겨도 잔류를 확정할 수 있는 부산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성남은 최근 5연패의 부진 속에 김남일 감독의 퇴장 공백까지 겹치며 흐름이 가장 좋지 않았다. 인천은 26라운드에서 패하고 성남은 이길 경우 최종전과 상관 없이 강등이 확정되는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었다.

성남이 먼저 반전에 성공했다. 성남은 지난 23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5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성남은 전반 8분 만에 김건희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9분 뒤 나상호의 만회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팽팽하던 경기 흐름은 후반 31분 성남이 비디오 판독 끝에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갈라졌다. 키커로 나선 토미가 침착하게 성공시킨 페널티킥이 역전 결승골이 됐다.

이제 다급해진 쪽은 인천이었다. 부산-성남과의 승점차가 4점차까지 벌어진 인천은 이제 남은 2경기 중 한 번이라도 패하면 무조건 강등당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하필 26라운드 상대는 잔류 경쟁팀인 부산, 이날은 인천의 올시즌 홈 최종전이기도 했다. 인천은 43분 부산 이동준에게 선제 헤더골까지 허용하며 0-1로 뒤진 채로 전반을 마쳤다. 안방 홈팬들 앞에서 대망의 '첫 강등 지옥'이 코앞까지 다가오는 듯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인천의 극적인 '생존 DNA'는 여전히 죽지 않았다. 후반 29분 무고사가 올린 크로스를 교체투입 된 김대중이 정확한 헤더로 골망을 흔들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불과 1분 뒤에는 정동윤의 기습적인 왼발 슈팅이 수비 발에 맞고 굴절되며 부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행운의 역전골까지 터졌다. 인천 선수들은 남은 시간 부산의 파상공세를 온몸을 내던져 막아내며 귀중한 승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운명의 최종전을 앞두고 '경우의 수'가 한층 복잡해졌다. 일단 순위는 여전히 10위 부산-11위 성남-12위 인천 순으로 유지됐지만 승점차가 바짝 좁혀졌다. 부산과 성남이 같은 승점(25점)이 됐고, 인천이 24점을 기록하며 단 1점차로 추격해왔다. 승점이 같을 경우에는 다득점으로 순위를 가리는데 부산과 인천이 24골로 동률이고 성남은 22골로 뒤처져있다. 이제는 세 팀 모두 누가 더 유리하다고 장담하기 힘든 안개 정국인 셈이다. 오는 31일 열리는 최종전에서는 성남과 부산이 성남의 홈인 탄천구장에서 맞붙고 인천은 원정에서 FC서울을 상대한다.
 
 지난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블루윙즈와 성남FC의 경기 장면

지난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블루윙즈와 성남FC의 경기 장면 ⓒ 한국프로축구연맹

 
일단 세 팀 중 승리하는 팀은 무조건 잔류가 확정된다. 예를 들어 인천이 이길 경우 승점 27점이 되어 부산-성남전 결과(승패가 가려질 경우 승리팀 28점-패배팀 25점/무승부시 양팀 모두 26점)와 상관없이 자력으로 최하위를 탈출할 수 있다. 부산과 성남전에서 승패가 가려진다면 이기는 쪽은 잔류하지만, 패하는 쪽은 인천의 경기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반대로 인천이 패한다면 부산-성남은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모두 잔류하고 인천이 그대로 강등된다.

부산과 성남이 만일 무승부를 거둔다면? 이 경우에는 인천이 최종전에서 서울에게 비기거나 패하면 부산과 성남이 살아남지만, 인천이 이긴다면 다득점에서 부산에 2골 밀리는 성남이 무조건 탈락하게 된다.

가장 복잡해지는 시나리오는 부산-성남전에서 승패가 갈리고 인천이 무승부를 거두는 경우다. 부산-성남전 패배팀과 인천, 2팀의 승점이 25점으로 같아져서 다득점으로 최하위를 가리게 된다. 이 경우에는 최종전에서 얼마나 많은 골이 터지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부산과 인천이 다득점에서 성남에 앞서서 유리하지만, 성남이 만일 최종전에서 지더라도 3골 이상을 넣고(25골+) 인천이 무승부를 거두더라도 무득점에 그치는 상황(24골)이 벌어지면 다득점이 역전되어 인천이 강등당한다. 한편 인천이 1골 이상을 넣고 비기고, 부산이 성남에게 득점 없이 패한다면 이번엔 부산이 다득점에서 밀려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부산(2015년)과 성남(2016년)은 이미 과거에 한 차례씩 강등의 쓴 맛을 본 경험이 있다. 부산은 K리그 사상 최초로 '기업구단'이자 '우승 경력이 있는 팀'의 강등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한 바 있고, 올시즌은 무려 5년 만에 1부리그로 승격한 상황이었다. 성남은 K리그 최다우승(7회)경력을 자랑하는 팀의 강등이라는 점에서 역시 큰 이슈가 된바 있다. 인천은 매년 하위권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면서도 아직까지 2부리그로 강등당한 경험은 한 번도 없다. 세 팀 모두 승강 전쟁의 경험이 익숙한 만큼, 2부리그행이라는 비극은 다시 맛보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기도 하다.

부산은 여전히 비기기만 해도 잔류를 확정할 수 있어서 좀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느슨함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인천전 역전패로 절감했다. 기세를 타고 있는 성남과 인천에 비하여 오히려 다급해진 쪽은 쫓기는 부산이다. 더구나 성남과의 운명적인 최종전은 원정경기의 불리함까지 안고 싸워야한다.

성남은 판정항의로 퇴장당하며 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던 김남일 감독이 최종전에서 복귀한다. 여름에 합류했음에도 올시즌 7골로 팀내 최다골을 올리고 있는 나상호의 컨디션도 좋다. 하지만 베테랑 양동현이 부상으로 부산과의 최종전에도 출전이 어려워지며 가뜩이나 부족한 공격 옵션이 더 줄어든 것은 뼈아프다. 최종전이 홈경기지만 성남은 올시즌 안방에서 단 1승3무 9패에 그칠만큼 오히려 '안방 동네북 징크스'가 더 부담스럽다.

인천은 최종전에서 서울을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러야한다. 외나무다리 승부인 부산-성남에 비하면, 서울은 이미 1부리그 잔류를 확정짓고 ACL을 준비하는 상황이라 굳이 전력을 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인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시즌을 보낸 서울로서도 홈팬들 앞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경기인데다 라이벌 수원과의 순위(8-9위) 우열이 가려지지 않은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둬야할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인천이 믿는 구석은 무엇보다 5년째 매년 강등전쟁의 고비를 극적으로 이겨내고 살아남았다는 경험이 주는 '긍정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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