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 시즌9>의 한 장면

<쇼미더머니 시즌9>의 한 장면 ⓒ 엠넷

 
엠넷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오래로 아홉 번째 시즌을 맞았다. <쇼미더머니>는 2012년 첫 시즌을 시작한 이후 시즌5의 우승자 비와이를 비롯하여 수많은 랩스타들을 배출했다. 각자의 경력을 갖춘 래퍼들을 모아 순위를 매기는 이 프로그램이 처음 등장했을 때, 비토 여론이 매우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즌 2와 3가 연이어 흥행하면서 <쇼미더머니>는 한국 힙합신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 중 하나가 되었다. <고등래퍼>가 보여주었듯, 많은 청소년이 자신의 꿈을 '랩스타'로 설정했다. 이 프로그램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래퍼들조차 프로듀서가 되어 참가자들에게 목걸이를 나눠주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시즌8은 시리즈 사상 가장 실패한 프로그램으로 여겨진다. '40크루'와 'BGM 크루'가 경쟁하는 시스템 역시 시청자들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했고, 다른 시즌과 달리 이렇다 할 히트곡도 배출되지 않았다(실제로 연간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린 곡이 없다). 래원, 머쉬베놈, 짱유 등의 신예가 배출되었다는 점은 수확이었으나, 의아한 팀 선정 방식으로 인해 '인맥 힙합'이라는 비난 여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부진한 성적표 앞에 <쇼미더머니9> 제작진의 고민은 깊어졌을 것이다. <쇼미더머니 9> 제작발표회 당시 권영찬 CP는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 중 가장 오래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에 프라이드를 갖고 있으며, 시청자의 권태 극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쇼미더머니 시즌9>의 한 장면

<쇼미더머니 시즌9>의 한 장면 ⓒ 엠넷

 
이번 시즌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래퍼 스윙스가 오디션 참가자로 나선 사건이다. 릴보이, 머쉬베놈, 디아크 등 화제의 재도전자들은 많았지만 스윙스의 무게감은 달랐다. 시즌 3, 그리고 바로 지난해 시즌 8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한 그가 시즌9에서는 다른 참가자와 함께 경쟁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전에 없던 흥미로운 요소일 것이다.

'펀치 라인 킹'으로 불리던 그는 시즌 2의 흥행을 이끌었다. 그 이후 '컨트롤' 디스전 등을 거치면서 한국 힙합신에서 가장 화제성 있는 인물 중 하나로 성장했다. IMJMWDP(인디고뮤직, 저스트뮤직, 위더플러그), 3개의 레이블을 이끄는 수장이 되면서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복면을 쓴 래퍼 콕스빌리와의 반목 역시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1차 예선에 등장한 스윙스는 자신에게 붙어 있는 두개의 수식어 '퇴물'과 '인맥 힙합'을 직접 반박하고자 했다. 실제로 힙합 팬들 사이에서는 스윙스의 랩 실력이 예전만 못 하다는 '퇴물론', 그리고 그가 <쇼미더머니8>의 불합리한 평가의 주범이라는 '인맥 힙합'이라는 여론이 일부 존재한다.

레이블의 대표 자리를 내려놓은 그가 이러한 여론에 대해 정면 돌파를 하기로 한 것. 그러나 이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는 <쇼미더머니 9> 제작진의 작법은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랩 순서가 바뀌는 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9>의 한 장면

<쇼미더머니 시즌9>의 한 장면 ⓒ 엠넷

 
시즌9의 첫 회에서는 콕스빌리가 스윙스를 도발하는 랩을 하자, 스윙스가 거기에 맞서 랩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실제 참가자들은 스윙스가 콕스빌리보다 먼저 랩을 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첫 회에서는 랩을 이어가던 스윙스가 후반부에 가사를 잊어버리는 듯한 모습이 그려졌다. 자막 역시 그가 가사를 잊어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2회에서 나타난 결과는 1회와 판이하게 달랐다. 스윙스는 실제로 가사를 잊지 않았으며, 1회에 등장한 랩은 편집으로 랩 마디의 순서를 뒤죽박죽 섞은 것이었다.

시즌2에서 팀 선정 배틀에 참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랩을 이어 가던 도중, 중간에 소리를 지르며 마이크를 집어 던지는 장면과 함께 2회가 마무리되었다. 예고편에서는 스윙스가 눈물을 흘리며 '실패였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부자연스러움의 연속이었다. 흐름상, 그의 랩 장면을 3회에서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의도가 보였다.

당사자인 스윙스는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1차 (예선) 도, 2차도 왜 자꾸 내 작품을 이렇게 난도질하느냐", "나를 예능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내 음악은 좀 있는 그대로 내보내달라"고 했다. 자신의 랩이 있는 그대로 전파를 타지 않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아예 음악의 내용과 뉘앙스를 바꿔 놓는 것이라면, 그것은 시청자를 속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은 누구를 위한 '악마의 편집'인가?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그것은 명백한 오판이다. 시청자들은 무엇이 '악마의 편집'인지 너무 잘 알고 있으며, 여기에 눈이 휘둥그레지던 시절도 지났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9> 제작진들은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하겠다. 시청률이 크게 높은 편은 아니었으나, 2018년 <쇼미더머니 777>의 팀대항전에 아티스트와 힙합 팬들이 모두 열광했다는 점을 기억해보자. 시청자들은 '랩'을 듣기를 원한다. 구태의연한 작법을 다시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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