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캘러미티 제인> 스틸컷

영화 <캘러미티 제인> 스틸컷 ⓒ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22회 부천애니메이션페스티벌(10.23~27)' 개막작으로 선정된 <캘러미티 제인>은 BIAF를 통해 아시아 프리미엄(아시아 최초)으로 공개되었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전설이자 실존 인물인 '마사 제인'의 어린 시절을 성장 모험담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온갖 차별을 받아왔던 제인이 부당함에 맞서 스스로 자유를 쟁취하는 모습을 통해 대리 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 

1863년 미국, 12살 제인은 엄마를 잃고 아빠와 어린 동생 둘을 데리고 오리건으로 향하는 마차단에 합류한다.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마차 행렬에 합류했지만 아버지는 무리에 잘 섞이지 못한다. 게다가 딸이면 딸답게 행동하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인은 각종 사고를 저지르며 말썽꾼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강을 건너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해 아버지가 몸져눕게 된다. 그런 아버지 탓에 하루를 꼬박 소, 말, 이삿짐을 끌고 가야 하는 개척단의 여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영화 <캘러미티 제인> 스틸컷

영화 <캘러미티 제인> 스틸컷 ⓒ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인은 아픈 아버지 대신 마차를 끌려 하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누구도 고삐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뿌리 깊은 성차별은 다양한 형태로 제인 앞을 가로막는다. 먼저 제인은 치렁치렁하고 불편한 치마 대신 아버지의 바지를 수선하여 입는다. 하지만 바지를 입은 모습은 사람들의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 되고야 만다. 제인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편하고 활동적인 생활에 적합하도록 맞춰져 있지만 여성은 복장마저도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다. 왜 여성과 남성의 일이 나누어져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제인은 다른 여성처럼 땔감을 모으러 다니고 빨래하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시키는 일만 하는 것보다 능동적이고 도전적인 일이 훨씬 재미있었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도 곧잘 돕는다.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낸다. 말을 타고 마음껏 달리고 싶고 직접 마차도 몰고 싶다. 하지만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어린 여성이란 이유로 늘 소외된다.

말끝마다 "넌 여자라서 못해"라는 말을 듣고 자랐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남성보다 곧잘 위기를 모면한다. 제인은 한계를 증명이라도 하듯 가부장적 권위와 남성 우월주의에 정면으로 맞선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어깨너머로 말타기, 불 피우기, 올가미 매듭 묶기, 사냥, 야영 등 못 하는 게 없는 여걸(女傑)다운 풍모를 조금씩 쌓아간다.

그러다 제인은 우연히 샘슨 장교를 만나 운명의 전환점을 맞는다. 샘슨은 개척단이 잘못된 길을 왔다면 자신을 따라갈 것을 권유하며 믿음을 쌓지만 이내 개척단의 물건을 가지고 야반도주를 한다. 이 때문에 졸지에 샘슨과 한패로 몰린 제인은 위기에 처한다. 가족마저도 믿어주지 않자, 사라진 물건을 되찾고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샘슨을 찾아 무작정 떠난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우여곡절 끝에 우정을 나누고, 영리하고 용감한 기지를 발휘해 문제를 해결한다.
 
 영화 <캘러미티 제인> 스틸컷

영화 <캘러미티 제인> 스틸컷 ⓒ 부천국재애니메이션페스티벌

 
'CALAMITY(캘러미티)'란 불운, 재앙, 재난이란 뜻으로 제인이 거침없이 모험을 즐기는 과정에서 붙은 별명이다. 제인은 자신의 불운에 굴복하지 않고 행운으로 바꾸어 나가는 능동적인 여성상이다.

'레미 샤예' 감독은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탈피하고 실종된 할아버지를 찾아 북극으로 모험을 떠나는 여성 주인공을 모델로 한 <사샤의 북극 대모험>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번 작품 또한 진취적인 여성이 주인공인데 제인의 유년 시절을 컬러풀한 색채와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해 철학적인 동화로 재해석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자 19세기 주체적인 삶을 살아온 여성을 들여다볼 기회이다.

한편, '캘러미티 제인'에 관해선 애니메이션에 앞서 1953년 할리우드에서 이미 영화화된 바 있으며, 영화는 전설적인 총잡이 와일드 빌 히콕과의 우정과 사랑을 주제로 한다. 당시 유행하던 코믹 뮤지컬과 서부극의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제인을 연기한 도리스 데이는 이 영화로 큰 인기를 누렸다. 195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도리스 데이가 부른 'Secret Love'가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다. 19세기 서부 개척단의 상황도 빠짐없이 녹여냈다. 금맥을 찾아 전국을 떠돌던 골드러시의 분위기와 극명한 성차별, 광활한 미국 서부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컨트리 음악이 인상적이다.
캘러미티 제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