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결승전이다.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가 오는 25일 울산문수구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1 2020 26라운드 '현대가 더비'에서 운명의 한판 승부를 펼친다. 울산과 전북은 승점 54점을 기록하고 있으나 다득점(울산 51골, 전북 43골)에 울산이 앞서며 1위에 올라있다. 전북은 역사상 최초의 K리그 4연패, 울산현대는 2005년 이후 15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울산과 전북은 올시즌 K리그에서 일찌감치 부동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두 팀 모두 FA컵에서도 나란히 결승에 올라 올시즌 최대 '더블(2관왕)'을 노리는 상황이다. 이번 맞대결과 K리그 우승 유무가 다가오는 FA컵 결승까지도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두 팀 모두 더욱 놓칠 수 없는 승부다.

다득점에 8골 앞선 울산은 전북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다음달 1일 열리는 광주와의 최종전(전북VS 대구)에서 이기면 자력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기에 조금은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울산은 지난 시즌도 최종전을 앞두고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던 기회에서 포항과의 최종전을 완패하며 전북에 다득점으로 역전우승을 허용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기에 안심할 수 없다. 울산은 지난 포항과의 파이널A 25라운드에서 또다시 0-4로 참패하며 지난 시즌의 데자뷔를 떠올리게 했다.

올시즌 전북과의 맞대결에서 두 번 모두 패했다는 것도 울산으로서는 반드시 설욕해야 할 부분이다. 울산은 올시즌 단 3패밖에 당하지 않았지만 그중 2패가 전북이었다. 올시즌 울산이 유일하게 한번도 이기지 못한 팀이기도 하다.

전력상으로는 울산이 전혀 밀릴 것이 없지만 유독 전북만 만나면 경기가 꼬였다. 지난 6월 열린 첫 번째 대결에서는 경기 초반 수비수 김기희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 끝에 0-2로 패했고, 9월 재대결에서도 주니오가 경기 종반 한골을 만회한 것을 빼면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 끝에 1-2로 또 무릎을 꿇었다. 단지 결과보다도 울산다운 경기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더 실망스러웠다.

이번에도 상황이 좋지 않다. 울산은 지난 주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 패배 때 레드카드를 받은 수비수 불투이스와 공격수 비욘 존슨이 전북전에서 모두 결장한다. 무릎부상에서 회복 중인 이청용도 최상의 컨디션을 장담하기 어렵다. 올시즌 전북을 한번도 이기지 못한다면 울산이 설사 운좋게 우승을 차지한다고 해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전북은 올시즌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적생과 외국인 선수들이 기존 선수들과 호흡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중하위권팀들에게 종종 덜미를 잡히는 등 기복심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우승 DNA가 있는 팀 답게 중요한 고비나 강팀과의 맞대결에서는 역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구스타보와 바로우를 영입하며 약점이던 골결정력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고, 초반 부진하던 김보경과 쿠니모토가 점점 살아나며 공수밸런스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전력누수가 많은 울산에 비하여 최상의 전력을 가동할 수 있다는 것도 마지막 맞대결을 앞두고 심리적으로 유리한 대목이다.

어쩌면 양팀의 운명을 가늠할 최대의 변수는 감독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김도훈 울산 감독과 조세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모두 뛰어난 팀성적에도 불구하고 팬들 사이에서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않은 편이다. 두 팀 모두 K리그 경쟁팀들을 압도하는 두터운 선수층과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감독들이 쉽게 성적을 내고 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김도훈 감독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부임 이후 2017년 FA컵 우승을 거머쥐기는 했지만, 최근 몇 년간 우수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K리그와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기대에 걸맞는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특히 김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 이해할수 없는 용병술과 위기관리 능력으로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대표적으로 2019년 ACL 16강전에서 우라와 레즈 원정을 2-1로 이기고도 홈에서 졸전 끝에 0-3으로 완패하며 탈락한 경기, 같은 해 리그 최종전에서는 포항에 패하며 전북에 역전우승을 허용한 경기, 올해 9월 전북과의 2번째 맞대결에서는 팀내 최고의 공격수인 주니오와 비욘 존슨을 모두 벤치로 돌리고 원톱에 박정인-원두재를 스리백의 리베로로 기용하는 변칙 전술을 구사했다가 졸전 끝에 완패한 경기,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바로 지난 라운드 포항전 참패 등이 대표적이다.

김도훈 감독은 전북전에 유난히 약했다. 2017년 울산 사령탑 부임 이후 최근 4시즌간 전북전 전적이 2승 4무 8패로 승률이 14.3%에 불과하다. 전북을 상대로 상대전적에서 앞서있던 울산은 김 감독 부임 이후 36승 26무 37패로 오히려 열세로 역전당했다. 이로 인하여 김도훈 감독에게는 '킹메이커''석도두훈''역전(패)의 명수'같은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따라붙었다. 더구나 올해를 끝으로 울산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김도훈 감독으로서는 FA컵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만일 이번에도 또다시 다잡은 정규리그 우승을 역전당하여 놓친다면 더 이상 지휘봉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모리아스 감독은 전북 역사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차지하고 있는 '최강희 전 감독의 그림자'를 넘어야 한다. 모라이스의 전북은 지난해 K리그 정상을 지키기는 했지만 화려한 '닥공'으로 대표되는 최강희 감독 시절과 비교하여 경기스타일이나 압도적인 면모가 많이 사라졌다는 아쉬움을 샀다.

모라이스 감독의 축구는 같은 포르투갈 출신인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과 비슷하게 높은 빌드업과 안정적으로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선호하지만, 동시에 느린 템포와 세밀한 부분 공격전술의 부재라는 치명적인 약점 또한 벤투호와 비슷하다. 전북이 강팀들보다도 오히려 수비라인을 내리고 밀집수비와 역습에 치중하는 약팀들을 상대로 더 고전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북은 올시즌 최대 트레블(3관왕)에 도전한다. K리그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는 최강희 감독도 한 시즌에 2개 이상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전북의 마지막 ACL 우승은 2015년, FA컵은 2005년으로 무려 15년전이다. 모라이스 감독이 경기력과 리더십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올시즌 전북에 역사상 최초의 4연패 기록과 함께 다관왕까지 안길 수 있다면 최강희 감독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결국 승자를 먼저 기억한다. 마지막에 웃는자가 진정한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도훈과 모라이스, 두 감독 중 누가 올해의 진정한 승자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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