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발렌시아)의 창의성이 빛났다. 엘체전에서 환상적인 왼발 스루패스로 도움을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강인은 24일 오전(한국시간) 스페인 엘체의 에스타티오 마누엘 마르티네스 발레로에서 열린 2020-21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7라운드 엘체 원정 경기에서 후반 29분 리그 3호 도움을 올렸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엘체에 1-2로 패하며 이강인의 활약상은 빛이 바랬다.
 
이로써 발렌시아는 2승 1무 4패(승점 7)로 13위에 머물렀다. 엘체는 3승 1무 1패(승점 10)로 5위로 뛰어올랐다.
 
 
 발렌시아 이강인이 6일 스페인 2부 리그 카르타헤나를 상대로 치른 프리시즌 친선경기에 선발로 나서 멀티골을 뽑아내며 발렌시아를 3-1 승리로 이끌었다. 사진은 이강인의 경기 모습

발렌시아 이강인. ⓒ 발렌시아 홈페이지 캡처

 
교체 투입된 이강인, 후반 발렌시아 공격 진두지휘
 
이날 발렌시아의 하비 그라시아 감독은 이강인을 벤치에 대기하도록 했다. 4-4-2 포메이션에서 하우메 도메네크가 골문을 지켰고, 포백은 토니 라토-무크타르 디아카비-가브리엘 파울리스타-티에리 코헤이아로 구성됐다. 미드필드는 호세 가야-다니엘 바스-카를로스 솔레르-유누스 무사, 최전방은 곤살로 게데스-케빈 가메이로가 나섰다.
 
발렌시아의 전반 공격은 매우 무기력했다. 중원에서 경기를 원활하게 풀어줄 플레이메이커 부재를 노출했다. 미드필드와 최전방 투톱 사이의 공간이 넓게 형성됐고, 이러한 간극을 메우지 못했다. 패스 미스도 많았다. 승격팀 엘체를 상대로 허리에서 주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발렌시아는 엘체에게 2골을 헌납했다. 전반 18분, 호산의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내준데 이어 전반 36분 피델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발렌시아는 첫 슈팅은 전반 40분 솔레르의 프리킥이었을만큼 답답했다. 발렌시아는 전반전 동안 슈팅 1개에 머무르며, 0-2로 뒤진 채 마감했다.
 
발렌시아는 후반에도 이렇다 할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후반 13분 센터백 디아카비의 부상으로 우고 가야몬이 교체 투입됐다.
 
그라시아 감독은 후반 23분에서야 공격진에 변화를 꾀했다. 최전방 공격수 게데스, 왼쪽 윙어 가야를 빼고, 이강인과 마누 바예호를 넣었다.
 
이강인의 가세로 경기 흐름은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가메이로와 함께 최전방 투톱에 포진한 이강인은 2선으로 자주 내려오며 공을 소유하고, 패스를 뿌려주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도맡았다. 이강인의 볼배급이 원활해지면서 팀 공격은 틀이 잡혀갔고,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었다.
 
이강인은 후반 25분 중원에서 횡패스를 시도해 파울리스타의 중거리 슈팅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후반 29분 이강인의 진가가 나타났다. 중앙 공간에서 수비수 2명 사이로 환상적인 스루 패스를 찔러줬고, 쇄도하던 라토가 왼발슛으로 마무리지었다. 이강인의 시즌 3호 도움.
 
이후에도 이강인은 발렌시아의 공격을 주도했다. 후반 31분 두 차례 감각적인 힐 패스를 선보였고, 33분 페널티 아크에서 시도한 프리킥 슈팅은 골문 위로 다소 높았다.
 
후반 35분에는 상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공을 지켜냈으며, 세트 피스 상황에서는 모두 이강인이 처리했다. 발렌시아는 경기 종료까지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끝내 동점을 만들지 못하며 패했다.
 
이강인, 22분 뛰고 높은 평점…선발에 어울리는 이유 증명
 
이강인은 올 시즌 라 리가 레반테와의 개막전에서 선발 출전해 2도움을 올리며,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2라운드 셀타비고전에서도 선발 기회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이후 롤러코스터를 탔다. 3라운드 우에스카전 교체, 4라운드 소시에다드전 선발, 5라운드 베티스전 교체로 출전했다. 급기야 6라운드 비야레알전에서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올 시즌 6경기 동안 이강인은 겨우 226분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팀의 540분 가운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지난 21일 스페인 현지 언론 '데포르테 발렌시아노'는 "이강인의 결장은 매우 이상하다. 발렌시아는 리빌딩을 진행 중이고 이강인은 새로운 역할을 원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하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발렌시아는 2022년까지 계약되어 있는 이강인과 재계약(계약 연장)을 원하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이강인은 확실한 출전 시간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이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시즌 개막 이전부터 보인 바 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 중심으로 유스 출신 선수 위주의 리빌딩을 약속했다. 그러나 6라운드 비야레알전 결장으로 이강인의 재계약 불발 가능성이 더욱 점화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강인의 적은 출전 시간과 관련해 발렌시아 팀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발렌시아는 베티스, 비야레알을 상대로 완패했다. 탁월한 테크닉과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선수는 실질적으로 이강인이 유일한데, 그라시아 감독은 이강인을 철저하게 외면했다. 발렌시아는 지난 2경기에서 공격 창의성 부족을 드러냈다.
 
이번 엘체전에서도 이강인은 벤치에서 시작했다. 경기가 답답하게 흘러가자 후반 23분 이강인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강인의 가세로 경기 흐름은 180도로 바뀌었다. 후반 29분 이강인의 스루패스는 왜 자신이 선발이 어울리는지를 증명한 장면이었다.
 
이날 이강인은 22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지만 볼 터치 24회, 3개의 키패스(슈팅 직전 패스 유도), 패스성공률 94%를 기록할 만큼 발렌시아 공격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1선과 2선을 넘나들며 다양한 패스를 시도하면서 팀 공격은 한층 활기를 띠었다. 앞서 졸전을 거듭한 발렌시아는 후반 중반부터 완전히 경기를 주도했다.
 
축구통계전문업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이강인에게 평점 7.0을 부여했다. 이는 오른쪽 풀백 코헤이아(7.8)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이다.

발렌시아 공격진 가운데 이강인은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투톱 가메이로(6.0), 게데스(6.1), 왼쪽 윙어 가야(6.1)는 이강인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이날 1도움을 추가한 이강인은 라리가 도움 순위 부문에서 단독 1위에 올라섰다. 빅리그에서 아시아 선수가 가장 많은 도움을 기록한 것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엘체전 활약으로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분기점을 마련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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