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방영된 MBC '트로트의 민족'.  밴드 '경로이탈'은 독특한 편곡으로 첫회부터 확실하게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지난 23일 방영된 MBC '트로트의 민족'. 밴드 '경로이탈'은 독특한 편곡으로 첫회부터 확실하게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 MBC

 
또 트로트 오디션이다. 지난 추석 특별판으로 예열을 마친 MBC <트로트의 민족>이 23일 정식 방영에 돌입했다.

올해 TV 예능 최고 인기 상품 중 하나인 트로트는 각 방송국 마다 각종 트로트 소재 예능 신설 외에 때아닌 오디션 열풍을 몰고 왔다. 이에 MBC 역시 뒤늦게 <트로트의 민족>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런데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대성공 이후 너도 나도 오디션 형식의 예능을 내밀다 보니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 못잖게 피로감 또한 증폭되기 시작했다. 엇비슷한 구성의 프로그램들이 곳곳에서 등장하면서 차별화 측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더군다나 MBC는 그동안 <위대한 탄생>, <언더나인틴> 등 대형 가요 오디션을 여러차례 마련했지만 화제성이나 스타 발굴 측면에선 절대적 열세를 매번 드러냈다. 후발주자의 열세를 탈피할 수 있는 MBC가 팀 대항전과 오디션의 결합이란 무기를 들고 나왔다. 

첫회부터 열띤 경합​
 
 지난 23일 방영된 MBC '트로트의 민족'. 고교생 참가자 김소연은 빼어난 가창력으로 심사위원들로 부터 극찬을 받았다

지난 23일 방영된 MBC '트로트의 민족'. 고교생 참가자 김소연은 빼어난 가창력으로 심사위원들로 부터 극찬을 받았다 ⓒ MBC

 
지난 추석 특집에선 예심을 통해 선발된 각 지역별 대표팀들의 트로트 맞대결로 명절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단체 노래 대결 방식은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트로트 음악의 주소비층인 어르신들의 취향에 더할나위 없이 적합한 수단 중 하나다. 이를 통해 1위를 차지한 서울1팀은 탈락자 1명을 구제할 수 있는 골든티켓 1장을 선점하면서 본 방송에 앞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트로트의 민족> 첫 회에선 이번 프로그램 실력자들이 대거 모여 있는 서울 1팀 vs 경기도팀의 대결로 초반부터 열띤 경합을 벌였다. 특이한 건 시작부터 1대1 데스매치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각 도별로 한명씩의 선수를 내보내 맞대결을 펼쳐 패자는 바로 탈락의 쓴 맛을 보게 되는 독한 대결이다. 여기서 승리한 참가자가 많은 지역팀은 역시 골든티켓 1장을 확보하기 때문에 단체전이라해도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추석 경연 1위팀 답게 서울1팀은 첫 회부터 쟁쟁한 실력자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모은다. 고교생으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무대 경험조차 갖지 못했다는 초보자 김소연은 '나이야 가라'(김용임 원곡)을 웬만한 프로 가수 이상의 빼어난 가창력으로 소화해 모든 심사위원을 놀라게 만들었다.  

특히 각종 오디션 심사로 유명한 박칼린, 이은미 등 베테랑 음악인들조차 극찬할 만큼 김소연은 단 한 번의 무대만으로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었다. 배우 최민수가 발굴한 1호 가수 박민주의 경연 역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트로트 고전 '목포의 눈물'(이난영 원곡)을 구성진 목소리로 소화해내며 대선배 가수 진성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탄탄한 준비로 대역전극 노린다
 
 지난 23일 방영된 MBC '트로트의 민족'.  배우 최민수가 발굴한 가수 박민주는 선배 진성으로 부터 극찬을 받으며 첫 회 인상적인 경연을 펼쳤다.

지난 23일 방영된 MBC '트로트의 민족'. 배우 최민수가 발굴한 가수 박민주는 선배 진성으로 부터 극찬을 받으며 첫 회 인상적인 경연을 펼쳤다. ⓒ MBC

 
기존 트로트의 통념을 180도 바꾼 참가자들도 눈길을 모았다. 여타 경연 프로들이 솔로 참가자 중심으로 진행된 데 반해 <트로트의 민족>에선 듀엣, 보컬 그룹 뿐만 아니라 밴드 참가팀도 등장해 이색적인 무대를 마련했다.

'제3한강교'(혜은이 원곡)을 펑키 비트가 가미된 방식으로 풀어낸 '경로이탈'은 곡 중간 판소리와 태평소 솔로 연주를 가미하는 독특한 편곡으로 경기도팀과의 대결에서 완승, 역시 상위권 입상 가능성을 높였다. '합정역 5번출구'(유재석/유산슬 원곡)을 성악 버전으로 재해석한 박홍주는 원작자 박현우, 정경천 등으로부터 극찬을 받는다.

앞선 MBC표 오디션 예능이 대중들로부터 외면받았던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뒷북에 가까운 후발주자라는 점뿐만 아니라 치밀함과는 거리가 먼 어설픈 기획 등이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이번엔 단단히 각오하고 준비를 한 모양이다. 지상파 채널 특유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비록 1020 세대들의 관심을 끌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세대의 눈높이를 골고루 맞춰줄 수 있을 만큼의 내용들로 첫회가 채워졌다.  

​가급적 참가자들의 경연장 밖 생활 이야기는 최소화했지만 그만큼 참가자들의 대결에 시청자들이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다. 박칼린, 이은미 등 트로트와 무관한 심사위원들의 대거 등장에 대한 우려도 첫 회부터 확실하게 지워버렸다. 이들 음악인들은 예리한 지적과 심사평을 내놓으면서 나름의 차별성 확보에 큰 힘을 보탰다.
 
 지난 23일 방영된 MBC '트로트의 민족'.  12살 최연소 참가자 김민건은 어린 나이 답지 않게 원숙한 창법을 선보여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 23일 방영된 MBC '트로트의 민족'. 12살 최연소 참가자 김민건은 어린 나이 답지 않게 원숙한 창법을 선보여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 MBC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트로트의민족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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