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가장 먼저 끝난 26라운드 결과가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다. 멋진 역전승을 거둔 성남 FC 당사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가슴 한쪽을 쓸어내릴 수 있었지만 이 게임 결과를 숨죽이며 기다리던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빅 버드의 주인 수원 블루윙즈는 이미 강등 걱정을 덜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팬들 앞에서 쓸쓸한 시즌 작별 인사를 건네야 했다. 

2부리그 강등 위기에 놓였던 성남 FC가 23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그룹 수원 블루윙즈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강등권에서 한 발짝 멀어졌다. 김남일 감독이 퇴장 징계로 벤치를 지키지 못하고 관중석에 앉았지만 성남 FC의 후반전 집중력은 놀라웠고 끝내 천금의 승점 3점을 따내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FC보다 4점 앞서나갔다.

나상호가 성남을 살려냈다

오랜만에 수원 빅 버드 관중석에 마스크를 착용한 홈팬들이 2583명이나 찾아왔다. K리그 일정으로는 이 게임이 시즌 마지막이기에 아쉬웠지만 홈 팀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멋진 골을 만들어 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 세례를 받았다. 

8분만에 벼락골이 터진 것이다. 오른쪽 옆줄 밖으로 나갈 것 같이 보이는 공을 수원 블루윙즈의 떠오르는 윙백 김태환이 아슬아슬하게 살려냈고 곧바로 날카로운 크로스가 성남 FC 골문 앞으로 올라갔다. 이 궤적을 기다렸다는 듯 골잡이 김건희가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 골을 터뜨린 것이다. 정말로 축구팬들이 기다리던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꼴찌와의 승점 차이가 1점이었기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성남 FC로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국가대표 멀티 플레이어 나상호 덕분에 실점 후 10분만에 따라붙을 수 있었다. 수원 블루윙즈 미드필더 박상혁의 백 패스 타이밍을 읽고 달려간 성남 FC의 희망 나상호가 그 공을 가로채 몰고 들어가다가 페널티 박스 밖에서 기습 중거리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수비수 헨리가 나상호 앞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반 박자 빠르게 결단을 내린 나상호의 자신감이 공 끝에까지 묵직하게 실렸다.

1-1 점수판의 긴장감이 후반전을 더 팽팽하게 잡아당길 때 감독 없는 성남 FC 벤치에서 중요한 선수 교체 지시를 내렸다. 오른쪽 윙백 이태희를 빼고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는 노련한 미드필더 서보민을 들여보낸 것이다. 그로부터 4분도 지나지 않아 성남 FC가 바라는 흐름이 연출됐다. 72분, 약간 길게 끝줄 방향으로 구르는 공을 향해 서보민이 슬라이딩 크로스를 시도했는데 이를 막기 위해 나란히 슬라이딩 태클을 감행한 양상민의 오른쪽 겨드랑이에 공이 걸렸다. 

핸드 볼 반칙 선언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한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이 작동되었고 김우성 주심은 온 필드 뷰를 통해 양상민의 핸드 볼 반칙,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먼저 나상호가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았지만 성공 자신감을 강하게 표현한 토미에게 역전골 운명이 넘어갔다.

토미는 수원 블루윙즈 골키퍼 양형모의 움직임을 빤히 바라보며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굴려넣었지만 페널티킥을 얻어냈던 서보민이 토미의 킥 순간보다 먼저 박스 안으로 뛰어든 것이 적발되어 페널티킥을 다시 차라는 주문이 나왔다. 여기서도 토미는 매우 침착한 태도로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가볍게 굴려넣었다. 먼저 찬 방향과 반대쪽을 선택한 토미의 강심장이 성남 FC를 수렁에서 건진 것이었다.

승점 4점 사이에 놓인 세 팀의 마지막 운명은?

점수판이 2-1로 뒤집히고도 거의 20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성남 FC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84분에 토미를 빼고 김현성을 들여보내며 상대적으로 높은 곳부터 빠르게 압박하여 수원 블루윙즈의 후방 빌드업을 괴롭히기로 한 것이다. 

그 사이 수원 블루윙즈는 후반전 교체 선수 염기훈이 중심에 서서 과감한 크로스와 전진 패스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이 지킨 성남 FC의 골문을 끝내 열지 못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도 거의 다 끝날 때 페널티 박스 반원 밖에서 얻은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오는 안타까운 순간, 그들은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워했다.

이로써 최근 다섯 게임을 내리 패하며 벼랑 끝에 내몰렸던 성남 FC가 기사회생했다. 1게임을 덜 뛴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FC보다 승점 4점이 많은 11위 자리를 지킨 것이다. 승점은 부산 아이파크와 똑같지만 득점수에서 1골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 게임에서 패한 수원 블루윙즈보다 그들의 승리를 마음 속으로 빌었던 인천 유나이티드 FC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두 게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 중 한 게임이라도 진다면 2부리그(K리그 2)로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성남 FC는 10월의 마지막 날 오후 3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만나는 게임이 끝이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4일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뛴다. 그리고 10월 마지막 날 FC 서울과의 어웨이 게임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뛰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가 펼치는 2020 K리그 1 우승 드라마도 놓칠 수 없지만 이렇게 '부산 아이파크-성남 FC-인천 유나이티드 FC' 세 팀이 얽혀 있는 10월의 마지막 축구 드라마가 축구팬들의 가슴을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2020 K리그 1 파이널 B그룹 결과(23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

수원 블루윙즈 1-2 성남 FC [득점 : 김건희(8분,도움-김태환) / 나상호(18분), 토미(76분,PK)]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김건희, 한석희(70분↔타가트)
AMF : 김민우, 박상혁(54분↔염기훈), 한석종, 고승범, 김태환
DF : 양상민, 헨리, 장호익
GK : 양형모

성남 FC 선수들
FW : 나상호, 토미(84분↔김현성)
AMF : 유인수, 박태준(54분↔홍시후), 이스칸데로프, 이태희(68분↔서보민)
DMF : 김동현
DF : 임승겸, 연제운, 마상훈
GK : 김영광 

2020 K리그 1 파이널 B그룹 현재 순위표
7 강원 FC 25게임 33점 9승 6무 10패 34득점 38실점 -4
8 수원 블루윙즈 26게임 28점 7승 7무 12패 25득점 29실점 -4
9 FC 서울 25게임 28점 8승 4무 13패 22득점 42실점 -20
10 부산 아이파크 25게임 25점 5승 10무 10패 23득점 34실점 -11
11 성남 FC 26게임 25점 6승 7무 13패 22득점 36실점 -14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25게임 21점 5승 6무 14패 22득점 34실점 -12

강등 위험 3팀의 남은 일정(왼쪽이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 - 부산 아이파크 [10월 24일(토) 오후 4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FC 서울 - 인천 유나이티드 FC [10월 31일(토)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
성남 FC - 부산 아이파크 [10월 31일(토) 오후 3시 탄천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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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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