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GS칼텍스에 이어 도로공사까지 꺾으며 개막 2연승을 내달렸다.

이도희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3,25-21,25-22)으로 승리했다. 지난 17일 GS칼텍스 KIXX와의 개막전 풀세트 승리에 이어 도로공사까지 연파한 현대건설은 여자부에서 가장 먼저 시즌 2승을 챙기며 초반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승점 5점).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헬렌 루소가 블로킹 5개를 포함해 40.91%의 성공률로 23득점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고 중앙과 왼쪽을 부지런히 오간 정지윤이 12득점, 양효진이 10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도희 감독은 개막전에 이어 도로공사전에서도 새로 영입한 이나연 세터 대신 김다인 세터를 주전으로 투입했다. 그리고 김다인 세터는 안정되면서도 과감한 토스로 현대건설의 새로운 '야전사령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어렵게 키운 이다영 세터의 허무한 FA이적
 
 현대건설은 이다영의 이적으로 세터 자리에 구멍이 뚫리자 트레이드를 통해 이나연을 영입했다.

현대건설은 이다영의 이적으로 세터 자리에 구멍이 뚫리자 트레이드를 통해 이나연을 영입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17년 이도희 감독이 현대건설에 부임했을 때 현대건설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현대건설에서 햇수로 10년 동안 활약하며 두 번의 챔프전 우승과 함께 4시즌 연속 세터상을 수상했던 염혜선 세터(KGC인삼공사)가 FA자격을 얻어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이제 팀 내 남아 있는 세터 자원은 올스타전에서만 돋보이던 미완의 유망주 이다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밖에 없었다.

현역 시절 호남정유의 무적시대를 이끌었던 명세터 출신 이도희 감독은 이다영을 주전 세터로 키우기 위한 집중 개인과외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다영은 2017-2018 시즌부터 2019-2020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세터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되며 리그 정상급 세터로 급성장했다. 이도희 감독이 현대건설 부임 후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이다영을 성장시킨 거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주전세터로 성장한 이다영은 지난 4월 계약기간 3년에 연봉 4억 원이라는 좋은 조건을 받고 '쌍둥이 언니' 이재영이 있는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사실 현대건설과 이도희 감독 입장에서는 어렵게 키운 이다영의 이적이 충분히 서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FA는 모든 프로스포츠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도로 선수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으로 이적한 이다영을 원망할 수는 없었다.

이다영의 현대건설 이적과 이효희 세터(도로공사 코치)의 은퇴로 V리그 여자부 세터 시장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다영 세터의 흥국생명 이적으로 자리를 잃은 조송화 세터가 기업은행과 계약했고 이효희 세터의 은퇴로 주전세터를 잃은 도로공사는 GS칼텍스와의 트레이드로 이고은 세터를 영입했다. 그리고 이다영 이적으로 직격탄을 맞은 현대건설도 이다영의 보상선수 신연경(기업은행)을 내주고 기업은행으로부터 이나연 세터를 데려 왔다.

실제로 이나연은 컵대회에서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모두 주전으로 출전하며 이다영 세터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메우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나연 세터는 GS칼텍스와의 조순위결정전과 흥국생명과의 준결승 경기에서 아직 새 팀에 적응이 덜 된 듯 기대했던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며 흔들렸다. 그로부터 한 달 보름 후, V리그가 개막했을 때 현대건설의 2020-2021 시즌 포문을 연 세터는 이나연 세터가 아닌 김다인 세터였다.

시즌 개막 후 2경기 연속 주전 세터로 활약
 
 김다인은 새로 영입한 이나연 대신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주전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김다인은 새로 영입한 이나연 대신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주전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된 171cm의 단신 세터 김다인은 170cm에 불과했던 이도희 감독의 현역시절을 연상케 하는 신체조건을 가졌다. 이도희 감독은 김다인을 이다영의 백업 세터로 키우겠다고 언급했지만 이다영은 건강하게 풀시즌을 소화했고 김다인은 프로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단 3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신예에게 가장 중요한 '실전'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던 셈이다.

그렇게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던 김다인은 작년 9월 이다영이 대표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컵대회를 통해 주전 기회를 얻었다. 김다인은 컵대회 5경기에서 세트당 11개가 넘는 세트(토스한 볼이 공격수의 득점으로 연결된 횟수)를 기록하며 현대건설을 통산 세 번째 컵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다영이 대표팀에서 복귀한 후 V리그에서 김다인의 신세(?)는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정된 기회에서도 꾸준히 기량을 연마하며 기회를 기다리던 김다인 세터는 이번 시즌 GS칼텍스와의 개막전 경기에서 주전 세터로 낙점 받았다. 다행히 현대건설은 양효진과 정지윤으로 이어지는 중앙 공격이 강하고 루소라는 확실한 주포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김다인이라도 경기를 풀어 나가기 한결 수월했다. 김다인은 개막전에서 침착한 경기운영을 통해 현대건설의 3-2 승리를 견인했다.

김다인은 개막전 상승세에 힘입어 23일 도로공사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도 주전 세터로 코트를 밟았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보일 수도 있던 외국인 선수 루소와의 호흡은 단연 발군이었다. 한층 자신감 넘치는 토스워크로 공격수들을 이끈 김다인은 서브득점도 3개를 기록하며 자신의 한 경기 최다 서브득점 신기록을 세웠다(참고로 김다인이 프로 데뷔 후 지난 세 시즌 동안 기록했던 서브득점은 단 2점이었다).

아무리 김다인이 최근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고 해도 김다인은 아직 V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경기는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여기에 GS칼텍스와 기업은행을 거치며 수 년 동안 주전으로 활약했던 이나연 세터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김다인 세터가 현대건설의 주전 세터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두 세터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팀을 이끌어 간다면 현대건설은 이다영 세터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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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김다인 이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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