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스턴건' 김동현이 후임 양성과 연예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현재 국내 격투팬들에게 가장 높은 인기와 신뢰를 얻고 있는 간판 파이터다. 실제로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이언 오르테가를 만나기 전까지 UFC 페더급 공식 랭킹 4위에 올라 있던 정찬성(현재는 5위)은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로부터 오르테가전 승리 시 타이틀전 직행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정찬성은 타이틀전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었던 오르테가전에서 만장일치 판정으로 패하면서 타이틀전으로 가는 길이 다시 멀어지고 말았다. 실제로 정찬성은 외손잡이 자세를 들고 나온 오르테가의 아웃복싱 전략에 막혀 특유의 난타전을 벌여 보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패했다. 5라운드 내내 유효타 숫자에서만 62-127로 2배 이상 뒤졌을 만큼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비록 정찬성은 아쉽게 패했지만 UFC는 오는 25일 진짜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세계 격투팬들에게 절대적인 관심을 모았던 무패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잠정 챔피언 저스틴 개이치의 라이트급 타이틀전이다. 그리고 하빕과 개이치가 메인이벤트에서 격돌하는 UFC254대회의 언더카드에는 '격투계의 강백호'로 불리는 한국의 라이트 헤비급 파이터 정다운도 샘 앨비를 상대로 옥타곤 3연승에 도전할 예정이다.
  
하빕-개이치, 2020년 UFC 최고의 흥행카드 격돌
 
 하빕(왼쪽)과 개이치의 라이트급 통합 타이틀전은 UFC에서도 올해 최고의 흥행 매치로 홍보하고 있다.

하빕(왼쪽)과 개이치의 라이트급 통합 타이틀전은 UFC에서도 올해 최고의 흥행 매치로 홍보하고 있다. ⓒ UFC

 
하빕은 2008년 프로 파이터로 데뷔해 중소단체에서 16연승을 거둔 후 2012년 1월 UFC에 입성했다. 하빕은 옥타곤에서도 6년 동안 정확히 10연승을 달리면서 라이트급 왕좌에 올랐다. 중간중간 부상이 잦았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하빕의 '챔피언 로드'는 완벽, 그 자체였다. 하빕은 챔피언 등극 후에도 코너 맥그리거와 더스틴 포이리에를 나란히 서브미션으로 제압하며 단 2차 방어 만에 극강의 챔피언 이미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개이치 역시 시작은 하빕 못지 않게 화려했다. 2011년8월 프로 격투가로 데뷔한 게이치는 UFC에 진출하기 전까지 17전 전승 14KO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남겼다. UFC 진출 후에도 화끈한 경기 스타일을 유지하던 개이치는 에디 알바레즈와 포이리에에게 연패를 당하며 주춤했지만 다시 제임스 빅과 에드손 바르보자, 도날드 세로니, 토니 퍼거슨을 4연속 KO로 제압하고 라이트급 잠정 챔피언에 올랐다.

챔피언 하빕은 무패의 전적이 말해주듯 격투기 데뷔 후 한 번도 자신의 계획에서 어긋난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 동체급 최강으로 불리는 파워를 앞세운 레슬링 압박으로 상대를 바닥에 눌러 놓는 것이 주특기지만 맥그리거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타격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개이치 역시 한 순간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았다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등으로 옥타곤 바닥을 청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반면에 개이치는 UFC 라이트급에서 의외성이 가장 강한 파이터로 꼽힌다. 알바레즈와 포이리에에게 연속 KO를 당할 때만 해도 그저 그런 라이트급의 '문지기'로 전락하는 듯 했던 게이치는 4연속 KO승으로 무섭게 반전하며 잠정 챔피언에 등극했다. 특히 하빕과의 맞대결이 5번이나 무산됐던 '진흙탕 싸움의 대가' 퍼거슨을 5라운드 KO로 제압하면서 기량은 물론이고 자신감마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하빕은 지난 7월 아버지이자 스승인 압둘마납이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다. 하빕은 개이치전 승리를 아버지의 영전에 바치겠다며 개이치를 질식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개이치 역시 "하빕도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 주겠다"며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분명한 사실은 하빕과 개이치의 라이트급 통합 타이틀전이 코로나19로 위축된 2020년 UFC의 최대 이벤트로 격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다운, 한국인 UFC 파이터 세대교체 신호탄 쏠까
 
 정다운(왼쪽)은 4연패에 빠져 있는 앨비를 제물로 옥타곤 3연승에 도전한다.

정다운(왼쪽)은 4연패에 빠져 있는 앨비를 제물로 옥타곤 3연승에 도전한다. ⓒ UFC

 
지난 2010년대 들어 UFC에 한국 선수 진출붐이 일어나면서 일본 무대에서 9전 전승 8KO1서브미션이라는 화려한 전적을 가진 '황소' 양동이가 옥타곤에 진출했다. 탈아시아급 파워를 앞세운 그라운드앤 파운딩으로 아시아 무대를 지배하던 양동이가 평소 체중 100kg를 상회하는 거구들이 즐비한 미들급에서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격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양동이가 자랑하던 '탈아시아급 파워'는 쟁쟁한 UFC 파이터들 앞에선 평범한 수준에 불과했다. 양동이는 UFC 진출 후 4경기에서 1승3패라는 아쉬운 전적을 남긴 채 2017년 2월 UFC와 계약을 해지했다. 그렇게 UFC 중량급에서 한국인 선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익숙해지던 작년 8월 척 리델과 존 존스, 다니엘 코미어 같은 쟁쟁한 거구들이 활약하던 라이트 헤비급에 한국인 파이터 정다운이 등장했다.

작년 8월 M,-1글로벌 챔피언 출신 하디스 이브라기모프를 상대로 극적인 서브미션 승리를 따낸 정다운은 12월 UFC 부산대회에서도 마이크 로드리게즈를 경기 시작 1분 만에 KO로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본격적으로 파이터 생활을 시작한지는 5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 발전 가능성이 높은 파이터로 정다운은 순식간에 한국 중량급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정다운은 지난 5월 베테랑 에드 허먼과 대결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사태로 대회가 연기됐고 8월에는 비자를 제 때 발급 받지 못해 대회 출전이 무산됐다. 결국 정다운은 오는 25일 샘 앨비를 상대로 옥타곤 3연승에 도전하게 됐다. 앨비는 48승33승14패의 전적을 가진 잔 뼈가 굵은 파이터지만 최근 4연패에 빠질 정도로 하락세를 겪고 있어 정다운에게는 아주 좋은 3연승 먹잇감이기도 하다.

한국 파이터들은 최근 김동현이 사실상 은퇴 상태고 정찬성마저 패했지만 '아이언 터틀' 박준용이 지난 18일 존 필립스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면서 2연승을 달렸다. 여기에 정다운마저 승리를 따내게 되면 한국인 UFC 파이터들은 중량급의 젊은 파이터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할 수 있다. 침체와 새로운 시대의 개막 사이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 있는 한국의 UFC 파이터들이 정다운의 3연승으로 인해 새 시대를 활짝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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