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스타 김태균이 은퇴 기자회견을 했던 날, 한화의 최하위가 확정됐다.

최원호 감독대행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때리고도 마운드의 붕괴로 4-10으로 패했다. 이날 경기 패배로 9위 SK 와이번스와의 승차가 5경기로 벌어진 한화는 잔여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창단 후 7번째, 10개구단 체제에서는 처음으로 최하위에 머무르게 됐다(43승3무93패).

이날 은퇴기자회견을 한 김태균은 일본에서의 2년을 제외하면 한화에서만 20년 동안 활약하며 타율 .320 2209안타 311홈런1358타점1024득점이라는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다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 김태균 역시 은퇴 시즌 급격한 성적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김태균과 동년배이면서도 여전히 건재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와 유한준(kt 위즈)의 활약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조선의 4번타자' 반납했지만 여전히 '부산의 4번타자'
 
 지난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 7회 말 무사 1루 롯데 이대호가 안타를 치고 있다.

지난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 7회 말 무사 1루 롯데 이대호가 안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7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5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간판타자 이대호와 4년 총액 150억 원이라는 아직도 깨지지 않은 역대 최대 규모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대호가 부산야구와 롯데에서 상징하는 부분이 워낙 큰 데다가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만큼 롯데 복귀 후에도 4년 정도는 충분히 전성기의 기량을 발휘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 타율 .320 34홈런111타점, 2018년 타율 .333 37홈런125타점을 기록한 이대호는 작년 시즌 타율 .285 16홈런88타점으로 급격한 성적하락을 경험했다. 물론 작년은 공인구의 변화로 인해 대부분의 거포형 타자들이 성적이 떨어진 '투고타저 시즌'이었지만 한국 나이로 38세가 된 이대호에게는 공인구 변화보다 많은 나이에서 부진의 원인을 찾았다. 그리고 이대호는 친구인 김태균처럼 '고비용 저효율' 선수라는 악명을 떠안기 시작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롯데와 맺었던 4년 150억 원 계약이 종료되는 이대호는 40대를 앞두고 구단으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위해서라도 올 시즌 성적이 매우 중요했다. 만약 올 시즌 성적이 더 떨어진다면 이대호는 '한 물 간 선수' 취급을 받을 게 분명한 것은 물론이고 구단에서도 간판타자로서의 대우를 받기가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올 시즌 활약을 통해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22일까지 올 시즌 롯데가 치른 137경기에 모두 출전한 이대호는 타율 .293 20홈런106타점 152안타를 기록하며 작년에 아쉽게 무산됐던 20홈런 100타점 시즌을 다시 만들었다. 9월까지 15홈런 86타점을 기록하던 이대호는 최근 5경기 3홈런을 포함해 10월에만 타율 .356 5홈런20타점을 적립하며 성적을 바짝 끌어 올리고 있다. 이제 이대호는 남은 경기 동안 3할 타율 재진입에 도전할 예정이다.

2017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대호는 이제 더 이상 리그 최고의 강타자는 아니다. 팀 내에서도 타율에서는 손아섭(.253), 홈런에서는 전준우(23개)에게 넘버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팀 내 타율 3위, 홈런 2위, 타점1위를 기록 중인 이대호는 여전히 당당한 '부산의 4번타자'다.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친구는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지만 아직 이대호에게 은퇴는 한참 이른 말이다.

히어로즈의 '언성 히어로' 마법사들의 레전드가 되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초 2사 만루 KT 유한준이 싹쓸이 적시타를 친 뒤 더그아웃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초 2사 만루 KT 유한준이 싹쓸이 적시타를 친 뒤 더그아웃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5년부터 1군에 참가한 kt는 박경수, 황재균 등 부족한 포지션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kt 최고의 영입은 단연 2015 시즌이 끝나고 4년 60억 원을 투자해 영입한 '소리 없는 강자' 유한준이었다. 유한준은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하던 2015 시즌 188안타로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하고도 박병호, 서건창 등 쟁쟁한 팀 동료들에 밀려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kt구단에서 유한준이 얼마나 '알짜배기'인지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유한준은 kt 이적 후 4년 동안 모두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매 시즌 3할 타율과 130개 이상의 안타, 두 자리 수 홈런, 6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하며 멜 로하스 주니어, 강백호와 함께 kt의 타선을 이끌었다. 물론 30대 중·후반 구간을 보내면서 수비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지명타자로 꾸준히 활약해 주는 것만 해도 kt에게는 더할 나위 없었다.

kt는 FA 계약기간 동안 최고의 활약을 해준 유한준에게 올 시즌을 앞두고 2년 총액20억 원(계약금 8억+연봉 연 5억+인센티브 2억)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불혹을 맞는 노장 선수에게 41세 시즌까지 고액연봉을 보장해 준다는 것은 그만큼 kt가 유한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NC 다이노스에서 SK 와이번스 출신의 이호준(NC 타격코치)을 레전드로 대우한 것처럼 kt도 유한준에게 같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유한준은 시즌 초반 내전근 파열 부상으로 고전하는 등 예년에 비해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한준은 114경기에서 타율 .281 10홈런 60타점에 득점권 타율 .310을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동갑내기 김주찬(KIA)이 올 시즌 1군에서 7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백업포수 이성우(LG트윈스)는 100타석도 서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올 시즌 40세가 된 유한준의 활약은 눈부신 수준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지은 2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멀티히트를 포함해 4타점2득점을 쓸어 담은 유한준은 내년에도 문상철 등 후배들의 급성장이 없을 경우 kt의 붙박이 지명타자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은퇴 시즌까지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는 이승엽 등 KBO리그 전체에서도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kt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 중 한 명인 유한준이 내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한다고는 아무도 함부로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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