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웰컴 투 X-월드>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한태의 감독(왼쪽)과 엄마 최미경 씨.

21일 <웰컴 투 X-월드>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한태의 감독(왼쪽)과 엄마 최미경 씨. ⓒ 시네마달

 
20년을 함께 산 할아버지가 엄마에게 따로 살자고 했다. 드디어 엄마가 자유로워진다는 생각에 반가웠다. 그런데 엄마의 반응은 좀 달랐다. 시아버지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웰컴 투 X-월드>는 12년 전 결혼생활이 끝났음에도 시아버지와 함께 사는 엄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큐멘터리다. 할아버지 한흥만(78)씨, 엄마 최미경(55)씨와 함께 사는 딸 한태의(27) 감독이 2016년 10월부터 직접 촬영해 2019년 7월에 완성했다.
 
한 감독은 21일 서울시 용산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평소 엄마가 신기하고 궁금했었다. 저랑 20년 넘게 함께 살았는데, 매일 엄마가 가족을 챙기고 희생할 때마다 '엄마는 왜 저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있어서 엄마를 알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엄마 최미경씨는 따로 살자는 시아버지의 제안에 열심히 부동산을 다니지만 살고 있던 구로동을 벗어나기 꺼린다. 한 감독은 '며느리로서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를 보며 답답해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모녀간의 관계를 넘어 가족을 이해하는 확장의 시선으로 넓혀 나간다.
     
시놉시스만 보면 무거운 이야기처럼 들리나 실제로는 재기발랄하고 곳곳에 유머가 담겨 있다.
 
한 감독은 "엄마가 결혼해서 시댁 식구들을 돌보고, 가족들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걸 보면서 결혼을 하면 여성의 삶은 끝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나만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찍고 나니 결혼 생활에 지금의 엄마를 만든 소중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엄마가 약하고 정이 많아서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내적으로 강하고 풍요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웰컴 투 X-월드>를 연출한 한태의 감독이 21일 언론시사회에서 "엄마가 내적으로 강하고 풍요로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웰컴 투 X-월드>를 연출한 한태의 감독이 21일 언론시사회에서 "엄마가 내적으로 강하고 풍요로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 시네마달


다큐멘터리에는 한 감독의 아버지가 12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연도 등장한다. 가족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한 감독은 "원래 제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고 (사고와 관련해) 감추기가 싫었던 마음이 있었다"며 "항상 이런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하고 싶다.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엄마 최미경씨는 "태의가 (다큐멘터리에서) 아빠가 돌아가신 부분 내레이션을 할 때 마음이 아팠다. (사고 당시) 태의가 초등학생이었고 아빠의 사랑을 받아야한다는 생각을 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성격이 밝았는데 사고 이후 더 밝아진 것 같다. 속 깊은 이야기를 하더라. 엄마에게 감추지 말고 다 보여주면 (힘든 게) 덜 할 텐데 감추려고 하는 것 같아서 아팠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차기작으로 극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제가 에세이 수업에서는 아빠의 이야기를 썼고 엄마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 했다"며 "다음에는 극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영화는 극적이고 영화에서만 마음껏 일어나도 되는 일을 쓰고 싶어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웰컴 투 X-월드>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새로운 시선상'을, 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는 대상(다큐멘터리 고양상)을 받았다. 오는 29일 개봉. 81분. 전체관람가.
웰컴투X월드 한태의 모녀 가족 시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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