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FA 1년 계약을 맺고 한화에 잔류한 김태균

김태균 선수 ⓒ 한화 이글스


 
한화의 전설이자 KBO리그의 전설이 화려했던 날개를 접는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에서만 무려 20년(일본 활동 2년 제외) 동안 활약했던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이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김태균은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며 최근 구단에 현역 은퇴 의사를 밝혀 왔고 구단도 이를 존중해 그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2001년 한화에 입단한 김태균은 통산 역대 최다안타3위(2209안타), 최다루타 4위(3357루타), 통산 출루율 2위(.421), 통산 타율 5위(.320) 등 KBO리그에서 매우 화려한 족적을 남긴 슈퍼스타다. 한화 구단은 올 시즌 코로나19에 따른 제한적 관중 입장이 진행중인 관계로 김태균의 은퇴식은 올해가 아닌 내년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언제나 실력보다 저평가 받았던 '리빙 레전드' 

김태균은 2001년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245타석에서 20홈런을 쏘아 올리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1994년 김재현 이후 7년 만에 터진 고졸 신인 타자의 20홈런 기록이었고 작년 29홈런을 때린 강백호(kt 위즈)가 등장하기 전까지  순수 신인 타자가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만약 루키 시즌 풀타임으로 활약해 400타석 넘게 소화했다면 김태균의 기록은 훨씬 좋았을 것이다.

2년 차 징크스(타율 .255 7홈런34타점)에 빠졌던 2002년을 제외하면 김태균은 매년 3할을 넘나드는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장종훈의 뒤를 잇는 한화의 간판타자로 맹활약했다. 특히 2008 시즌에는 타율 .324 31홈런92타점을 기록하며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카림 가르시아(30개)를 제치고 생애 첫 홈런왕을 차지했다. 당시만 해도 김태균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중 한 명이었다.

2009 시즌이 끝나고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로 진출한 김태균은 일본진출 첫 해 타율 .268 21홈런 92타점을 기록하며 지바 롯데의 재팬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11년 손목부상 장기화와 일본 대지진에 따른 심리적 충격 등을 이유로 시즌 중간에 지바 롯데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당시 시즌 중간에 도망치듯 일본 생활을 마감한 김태균에 대한 여론도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일본에서 돌아오며 원소속팀 한화와 15억 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한 김태균은 한 번에 프로스포츠 최고 연봉의 주인공이 됐다. 김태균은 복귀 첫 해부터 타율 .363를 기록하며 생애 첫 타격왕에 올랐지만 최고연봉 선수임에도 홈런(16개)이 다소 적다는 이유로 야구팬들에게 썩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고 장효조(5년 연속) 이후 처음으로 탄생한 3년 연속 출루율 1위 기록도 한화의 부진한 성적에 묻히고 말았다.

사실 한화는 김태균을 제외하면 중심타선이 워낙 약한 팀이라 상대 투수들이 굳이 김태균에게 정면승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김태균은 KBO리그에서 활약한 20년 동안 통산 도루가 28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히려 누상에 내보내는 것이 수비하기 편할 수 있다. 그렇게 김태균은 지난 2016년 310출루와 2017년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능가하는 86경기 연속 출루라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지 못했다.

은퇴 시즌 77경기 결장, 마무리가 좋지 못했던 '전설'

지난 2012년 한국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연봉 15억 시대를 열었던 김태균은 2015시즌이 끝난 후 4년 84억 원에 한화와 재계약했다. 하지만 2017 시즌과 2018 시즌 부상에 따른 부진으로 김태균은 어느덧 리그에서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선수 중 한 명으로 전락했다. 2019 시즌이 끝나면 3번째 FA자격을 취득하는 만큼 이승엽이나 박용택(LG트윈스)처럼 명예롭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작년 시즌 활약이 매우 중요했다.

김태균은 작년 시즌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305 6홈런62타점을 기록했다. 38세 노장 타자의 성적으로는 상당히 준수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작년 시즌 김태균의 연봉은 16억 원이었고 김태균에게 주어진 미션은 한화의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었다. 3할 타율을 기록하며 베테랑의 자존심을 지켰음에도 김태균이 야구팬들로부터 한화 9위 추락의 원흉으로 낙인 찍힌 이유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생애 3번째 FA 자격을 얻은 김태균은 구단의 2년 계약 제시를 거절하고 1년 총액 10억 원(계약금 5억+연봉5억)에 단년 계약을 체결했다. 스스로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확실한 명예회복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다시 인정 받겠다는 굳은 결의가 담긴 계약이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그리던, 그리고 팬들이 원하던 성적을 재현하기에 김태균의 나이는 너무 많았다. 

김태균은 올 시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1군에서 단 67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도 타율 .219 2홈런 29타점으로 전혀 김태균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8월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사이 팀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자가격리 대상자에 포함되며 훈련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균이 은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올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LG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은 각 구장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때마다 해당 구단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통해 '미니 은퇴 투어'를 치르고 있다. 이에 비하면 박용택 못지않은, 어쩌면 그 이상으로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낸 김태균의 마지막은 상대적으로 초라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86경기 연속 출루, 한 시즌 310출루 등의 대기록을 가진 김태균이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는 야구팬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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