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래학자가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코로나 이후 라이브 콘서트는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공연을 보는 것에서 삶의 행복을 찾는 나에게 있어, 그 학자의 말은 몹시 잔인하게 느껴졌다. 올해 첫 번째 대면 뮤직 페스티벌로 기대되었던, '2020 그랜드민트 페스티벌(10월 24일~25일)'도 최근 취소되었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어떻게 해야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실시간 스트리밍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16일~17일,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비대면 형식으로 열렸다.

넬과 자우림, 부활 등 베테랑 밴드들이 관중 없는 무대에서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난생 처음 해 보는 '비대면 페스티벌'에 아티스트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밴드 새소년과 래퍼 비와이는 어느 카메라를 보면 되느냐며 헤매기도 했다. '비대면 시대'가 만든 웃지 못할 풍경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완전히 멈춰 있었던 대면 공연이 약간의 움직임을 시작했다. 밴드 혁오는 인터파크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3일간의 단독 콘서트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방법: 사랑으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10월 17~18일, 24~25일에 걸쳐 서울숲에서 열리는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의 경우 무선 헤드폰을 끼고 앉아 보는 공연이 진행된다. 코로나 시대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시도는 모두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아티스트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방방 뛰고, 노래하고 싶어 하는 '활동파 관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37년 차 밴드의 '풍선 콘서트'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의 콘서트는 모든 참여자가 플라스틱 풍선에 들어간 상태에서 이뤄졌다.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의 콘서트는 모든 참여자가 플라스틱 풍선에 들어간 상태에서 이뤄졌다. ⓒ 웨인 코인(Waye Coynne)의 인스타그램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꽤 재미있는 선례를 만든 뮤지션이 있다. 바로 미국의 베테랑 인디 록 밴드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다. 지난 10월 12일, 플레이밍 립스는 오클라호마 주에서 독특한 방식의 콘서트를 열었다. 바로 '풍선 콘서트'다.
 
플레이밍 립스의 멤버들은 특별 제작된 플라스틱 풍선 속에 들어가 공연을 했고, 관객들도 각자 자신의 플라스틱 풍선을 배정받아 그 안에서 공연을 즐겼다. 관객들은 코로나 감염에 대한 걱정 없이 노래하고 춤출 수 있었다.

플레이밍 립스의 공연에서 풍선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플레이밍 립스가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등 크고 작은 공연에 나설 때, 대표곡 'Race For The Prize'를 부를 때 수많은 풍선들이 관중석 위를 수놓았던 것은 음악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장면이다. 그러나 아티스트 뿐 아니라 관객들이 풍선 속으로 들어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 2013년 총 두 번의 내한 공연을 했으나 아직 이들의 인지도는 낮다. 그러나 플레이밍 립스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디 록 밴드 중 하나다. 리더 웨인 코인을 중심으로 1983년에 결성된 이 밴드는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는 음악적 실험을 통해 '힙스터들의 아이콘' 중 하나로 손꼽힌다. 'Do You Realize??'는 롤링스톤 선정 '2000년대 최고의 노래' 31위에 선정되었다. 이 시대의 '공룡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나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역시 플레이밍 립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뮤지션이다.
 
그들이 늘 공연에 있어 뻔한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공연은 '플레이밍 립스 다운' 일이었다. 리더 웨인 코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19 유행 초기부터 이 아이디어를 구상했다"라고 밝혔다. 성공적인 '풍선 콘서트'를 마친 플레이밍 립스는 내년 초부터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해서 공연을 봐야겠냐며 혀를 차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영상 속에서 행복해하는 아티스트와 관객들의 모습을 보라. 누군가에게 있어 공연은 단순히 여가 활동의 일부이겠으나, 누군가에게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삶의 조각이다. 그 조각을 되찾을 수 있는 시도라면, 어떻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위기의 시대 가운데에서도, 즐거움을 되찾기 위한 인간의 창의성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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