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부산아이파크와 수원삼성블루윙즈의 경기 모습.

지난 18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부산아이파크와 수원삼성블루윙즈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 2020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다음 시즌 1부리그 잔류와 2부리그 강등의 갈림길에 선 스플릿 라운드 그룹B(7위~12위)의 처절한 생존 경쟁이 축구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주 상무의 자동 강등(연고지 이전)이 확정된 상황에서 남은 2부리그행 티켓의 한 자리는 최하위팀의 몫이다.

이미 7위 강원FC(9승6무10패·승점 33), 8위 수원 삼성(7승7무11패), 9위 FC서울(8승4무13패·이상 승점 28)까지는 K리그1 잔류를 확정한 상태. 이제 강등을 향한 '폭탄돌리기'는 부산 아이파크(5승10무10패·승점 25), 성남FC(5승7무13패·승점 22), 인천 유나이티드(5승6무14패·승점 21)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이유 없는 위기는 없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도 있다. 세 팀 모두 절박한 상황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올해도 '강등당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팀들'이 그 자리에 있다고 할 만하다.

부산과 성남은 이미 강등의 쓴 맛을 본 경험이 있다. 특히 부산은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지난 2015년 'K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업구단 강등'이자 '리그 우승 경력이 있는 팀의 강등'이라는 불명예 진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난 17일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 FC와 FC 서울의 경기 모습.

지난 17일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 FC와 FC 서울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승강제 도입 초창기만 해도 강등된 팀들은 대전 시티즌(현 대전하나), 대구FC, 상주상무, 경남FC 등 모두 시민구단이나 군팀이었다. 더구나 하필 부산의 구단주는 다름 아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한국축구의 수장을 구단주로 두고 있는 '회장사'가 강등당하는 전례없는 사건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부산은 올해 1부리그로 복귀하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2부리그에서 악전고투하는 동안 몇 차례나 승강플레이오프에서 낙마하고 감독이 잇달아 교체되는가 하면, 2017년에는 고 조진호 감독이 시즌 중 갑자기 별세하는 가슴아픈 사건도 있었다. 부산은 3전 4기 끝에 지난해 경남과의 치열한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승리하며 극적으로 1부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복귀한 K리그1에서 불과 한 시즌 만에 또다시 강등당할 위기에 몰렸다. 지난 시즌 함께 승격한 광주FC가 파이널A 진출의 쾌거를 이룬 것과 대조된다. 부산으로서는 '최초의 기업구단 강등'이라는 역사를 개척한 데 이어, '최초로 두 번째 강등된 기업구단'이라는 오명까지 추가하게 된다면 이만저만한 불명예가 아니다. 지난해 부산의 승격을 이끌었던 조덕제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사임하면서 부산은 현재 이기형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K리그 최다 우승(7회로 전북 현대와 타이기록)을 자랑하는 성남은 지난 2016년 강등되었다가 2019년부터 K리그1로 복귀한 바 있다. 통일교를 모기업으로 하던 구단에서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면서 위상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통산 7번이나 1부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명문구단이 2부리그까지 추락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당시 많지 않았다. 

성남의 현재 상황을 보면 강등당했던 2016년과 묘하게 흐름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반기에는 한때 3위권까지 오르며 순항하는 듯했으나 여름부터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외국인 공격수 티아고의 이적으로 급격한 하락세에 접어들며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졌다. 설상가상 파이널라운드와 승강플레이오프(강원)에서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졸전 끝에 강등당했다. 당시 성남의 후반기 추락은 K리그 역사상 비슷한 사례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지난 16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인천유나이티드와 강원FC의 경기 모습

지난 16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인천유나이티드와 강원FC의 경기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남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시즌에도 초반 개막 4경기 무패행진을 달리며 김 감독이 이달의 감독상까지 수상하는 등 반짝 선전했으나 이후 고질적인 득점력 부족과 단조로운 전술이 간파당하며 추락을 피하지 못했다. 성남은 최근 5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다. 지난 강원전에서 과도한 판정항의로 퇴장당했던 김남일 감독은 서울전에 이어 26라운드 수원전까지도 벤치에 앉을 수 없다.

2018년 성남의 1부리그 승격과 잔류를 이끌며 팀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재건했다는 남기일 감독을 석연치 않게 떠나보내고 감독 경험이 전무한 '초보' 김남일 감독을 영입한 대가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남기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제주 유나이티드는 K리그2 1위를 달리며 1부리그 승격이 유력해진 반면, 성남은 4년 만에 다시 강등 위기에 몰려있어 두 팀이 자리를 바꾸는 아이러니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인천은 아직 2부리그로 강등된 경험이 한 번도 없다. 매년 강등권 경쟁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으며 '생존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올해는 개막 후 15경기 무승(5무10패)의 부진에 빠져 '이번에는 생존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임완섭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이후 8월 조성환 감독 부임하면서 최근 10경기에서 승점 16점 (5승1무4패)을 쌓아 생존 희망을 살렸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나 성장 없이 해마다 늘 하위권을 전전하며 마음을 졸이고 사령탑 교체를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하면서 그저 강등만 간신히 모면하는 패턴이 벌써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프로구단으로서 결코 자랑스러운 이력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한때 최하위를 탈출하는 듯했던 인천은 파이널라운드에서 수원과 강원에게 뼈아픈 연패를 당하며 다시 꼴찌로 추락했다. 최근 경기력 면에서는 그나마 강등 경쟁팀 중 가장 낫다고 하지만 승점 1점이 아쉬운 벼랑끝 상황에서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1부리그 잔류경쟁은 현재로선 부산이 그나마 가장 유리한 상황이다. 부산은 최하위 인천과 4점차이고, 다득점도 23골(성남 20골, 인천 22골)로 가장 앞서 있다. 남은 2경기 중 1경기만 이기거나 비기기만 해도 잔류를 확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은 2경기가 바로 강등경쟁팀인 인천(24일)-성남(31일)과의 경기다다. 2016년 성남의 강등 사례에서 보듯이 방심은 금물이다.

인천은 부산(24일)-서울(31일)을 상대한다. 무조건 잡아야할 부산전은 홈경기이고, 최종전 상대인 서울은 이미 잔류를 확정짓고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대비해야하는 상황이기에 인천전에 동기부여가 크지 않다는 게 변수가 될수 있다.

분위기상으로는 성남이 가장 불리하다. 최하위 인천에 불과 1점차로 앞서있지만 다음 상대가 박건하 감독 부임 이후 상승세를 타고있는 수원(23일)이고, 감독의 공백도 크다. 김남일 감독이 복귀하는 부산과의 31일 홈 최종전에서 1부리그 잔류의 운명이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여름에 합류한 이적생 나상호(6골)가 최다득점자일만큼 고질적인 빈공과 올시즌 홈에서 단 1승에 그치고 있는 안방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 한다면 성남은 4년 만의 강등 악몽을 재방송하게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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