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소스페소 '소스페소'는 '연기된' '이루어지지 않은'이라는 뜻이다.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커피. 그 커피 주인은 누구나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향한 배려이자, 한 줌 온기다.

▲ 카페 소스페소 '소스페소'는 '연기된' '이루어지지 않은'이라는 뜻이다.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커피. 그 커피 주인은 누구나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향한 배려이자, 한 줌 온기다. ⓒ 넷플릭스

 
최근에 커피에 관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았다. 커피에 관한 다큐라 하면 커피 종류나 원두, 만드는 법 등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카페 소스페소>는 음료로서 커피가 아닌 '사회적 공공재'로서 커피 기능과 효용을 이야기한다. '커피는 아주 개인적인 기호식품이잖아? 어떻게 사회적 공공재가 될 수 있지?'란 생각도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바뀐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카페 소스페소'라는 카페가 있다. 카페에 온 사람이 커피를 마신 후 나갈 때 두 잔 값을 내고 가면 다음에 오는 노숙자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그 돈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왜냐고? 모든 사람들에게는 커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커피를 마실 수 없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휴식과 여유, 안락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것과 같다. 타인에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선물함으로써 최소한 인간다움을 지켜준다는 것은 배려이며 온기이며 사회적 연대이기도 하다.   
최소한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커피 한 잔

이 다큐에는 '카페 소스페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밤에는 진한 화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게이, 수십 년 동안 줄곧 한 자리에 앉아 소설을 쓰는 소설가... 이들은 모두 커피로 이어진 인연들이다. 이들은 커피를 생산하고 커피를 소비하며 하루하루 삶을 이어간다. 커피가 이들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듯 평범해보이는 이 사람들도 모두 그 사회를 이루는 씨줄과 날줄들이다.
 
커피를 통해 새 삶을 찾은 사람도 있다. 교도소에서 억울하게 형을 산 존 카를로는 출소를 앞두고 바리스타 수업을 받는다. 출소 후 사회에 나가서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존 카를로와 같은 수감자들이나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제빵, 바리스타 등 일자리 교육을 돕는 곳이 있는데 바로 '스쿠니치 협회'다. 존 카를로도 스쿠니치 협회를 통해 커피를 만났다. 존 카를로와 스쿠니치협회에게 커피는 삶의 실존이며, 희망이고 인간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또 한 명의 주인공.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엘리자베스는 매일 아침 커피 포트에 커피를 담아 뉴욕 사무실 곳곳에 커피를 배달한다. 그녀가 들고다니는 '유니매틱'이라는 커피 포트는 엘리자베스에게 무척 특별하다. 자신의 아버지가 직접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때 늘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엘리자베스. 그 풍경 속에는 언제나 커피가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가족과 이야기하고 행복한 한때를 나누었던 엘리자베스에게 커피는 사랑이고 추억이고 그리움이다.
 
이 세 사람은 다큐멘터리 속에서 서로 만나거나 마주친 적도 없이 각각 별개로 소개된다. 하지만 다큐를 보는 동안 이들이 따로 놀지 않고 이어져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이유는 커피 때문이다. 커피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호품이면서 또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단단히 맺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술보다는 술자리가 좋아서 마신다'고. 아마 커피도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커피 자체보다는 커피 마시는 그 분위기와 여유가 좋아서 마신다고. 맛도 맛이지만 커피에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 관대하고 느긋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다.

커피 한 잔으로 맺어진 향기로운 연대

'카페 소스페소'를 보다보니, 예전에 전북 군산에도 '미리내 카페'라는 곳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미리내'란 '은하수'의 순 우리말이기도 하고, '미리 낸다'는 이중적인 뜻을 포함한 말이었다.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다음에 올 누군가를 위해 커피 또는 음료값을 미리 지불하면 다른 누군가가 커피를 마시고 또 다음 사람을 위해 커피값을 맡겨두는 곳이었다.
 
그 뿐 아니라 사람들이 남긴 거스름돈으로 주변의 사회취약계층이나 미혼모,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의 난방비나 미용, 반찬 값을 지원하는 활동도 했다. 2013년에 전북 지역에 처음 생겨서 화제가 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카페 소스페소와 비슷한 시스템이었다. 어쩌면 카페 소스페소보다 한발 더 나아간 연대이며 기부활동을 펼친 곳이었다. 문득 그 카페의 존재가 궁금해졌다.
 
누군가에게 5천 원을 주는 것과 커피 한 잔을 주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5천 원은 단순히 물리적인 화폐에 불과하지만 커피 한 잔을 사주는 것은 추억과 이야기를 선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극 중 엘리자베스가 인용했던 말이 커피 향의 여운처럼 오래 진하게 남는다.

"커피는 잔에 담긴 포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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