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지난 1월 20일 한국 내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벌써 9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클럽, 교회, 집회 등에서 급격하게 확산되기도 하는 등 올 한해 우리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특히 익숙했던 일상의 존재는 한 순간에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 와중에도 일명 '마스크 빌런(악당)', '코로나 방역 빌런'이라 불리는 마스크 미착용자 및 각종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사람들이 시민들을 분노케 만들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시시콜콜한 사항에 대해 직접 발로 뛰어 궁금증을 해결해보는 KBS 웹 예능 <구라철>이 이번엔 코로나 '빌런'을 중심 주제로 삼아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수치심이 분노로 표출... "방역 저항이 애국?" 그릇된 심리도 지적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지난 16일자로 공개된 <구라철> 제27화에선 장근영 심리학 박사를 초빙해 방역 빌런의 심리, '코로나 19' 시대의 특징, 우리들의 자세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 관련 사항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일반 교양 프로그램이라면 분명 지루하고 따분할 수도 있는 내용을 웹 예능에 맞게 압축, 핵심만 요약하는 초스피드 구성으로 담아냈다. 진행자 김구라는 "마스크 쓰면 성질 내고 화내는 분들 있지 않냐?"라는 말로, 적반하장식으로 분노하고 때론 폭행도 일삼는 일부 중장년층의 심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한 장 박사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리가 잘못을 느낄 때 두 가지 감정이 있는데 죄책감과 수치심이다"라고 입을 연 그는 "내가 지적을 받으면 그 자체가 수치스러운거다. 그런데 내가 나잇값을 못했구나 라고 반응하기 보단 그냥 화가 나니까 유아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 마디로 수치심으로 인해 판단 능력이 퇴화한 것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되었다. "어르신들의 집회 참석, 동선 숨기기에 관해 엄청 비난을 퍼부으면서도 정작 자기는 한강 나가서 술 먹고 방역지침 어긴다"는 김구라의 지적에 대해 장 박사는 책임감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사실 우리가 책임감을 느끼려면 책임질 게 있어야 한다. 김구라나 저처럼 안정된 직업과 직장을 갖고 있는, 잃을게 많은 사람들은 책임있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청년들에겐 잃을 게 더이상 없다. 직장, 카페 등 이미 다 잃었다. 그들에게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고 요구하는 건 합리적인 요구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코로나 시대의 신드롬... 우울감, 가짜뉴스 범람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방송에서 김구라는 다소 민감하게 느낄만한 주제도 언급했다. 신문 칼럼을 예로 들면서 "코로나 정국 이런 것 때문에 신 경찰국가, 신 국가주의 등을 말하는 분들도 았다고 하더라"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이에 대한 장 박사의 답변 역시 명료했다.

"우리랑 아예 다른 세상에 사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 눈에는 나라가 공산화되기 직전 상황처럼 보이는 거다. 교회나 이런 게 적화 통일을 막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고 이들에겐 방역에 저항하는 게 사명감이고 애국인 것이다."

우리가 여태것 겪어보지 못한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두드러지는 신드롬에 대해서도 <구라철>은 정리에 나섰다. 제일 먼저 두드러지는 현상은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우울감이다. 일반적으론 우울증에 빠지면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곤 하는데 지금은 정반대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장박사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다보니 이로 인해 우울감이 생기고 있다. 화가 나도 화를 풀 곳조차 없다보니 결국 갈 곳 없는 분노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각종 논란의 중심에 등장하는 가짜뉴스 문제도 함께 거론되었다. "세상 일이 내가 예측한대로 돌아간다면 그런 말(뉴스)은 안 믿죠. 불안감이 생기면 내 판단이 옳은지 아닌지 자신감이 없어진다"라는 말과 더불어 "그걸(가짜뉴스) 듣다보면 다른 뉴스를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라며 사람들 심리의 약점을 파고드는 가짜뉴스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이에 대해 MC 김구라는 영화 <컨테이전>을 예로 언급하면서 불확실성의 시대를 악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려감을 표하기도 한다.

"포기할 건 포기해야..." 코로나 시대의 마음가짐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코로나 시대의 더 큰 문제는 제2의 IMF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직장이라는 개념도 이젠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미국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히 교수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사람들을 'The Remote', 'The Essential', 'The Unpaid', 'The Forgotten' 등 4가지 계층으로 분류한다. 

​먼저 The Remote는 원격 근로자를 뜻한다. 직장이 폐쇄되어도 재택 근무를 통해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 전문 기술 인력들에게 코로나 사태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이다. 반면 The Essential은 직장 자체가 위험한 필수 근로자들이다. 택배, 방역 등 직업을 잃지 않았지만 감염 위험 및 노동 강도가 높아진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

The Unpaid는 코로나 위기로 무급 휴직 신분 혹은 실업자가 된 노동자를 의미한다. 마지막 The Forgotten은 극빈 계층을 뜻한다. 이들은 예전부터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젠 아예 사회로부터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나눠진 분류는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코로나 시대, 과연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힘들수록 연대가 필요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고...", "참느냐 포기해야 하느냐의 문제인데 어떤 건 이제 포기해야 한다"라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이 말을 들은 김구라 역시 "서로에게 측은지심을 갖는 건 어떨까"라는 조심스런 말로서 짧지만 알찬 대담을 마무리 지었다. 

​TV나 인터넷 뉴스만  봐도 항상 코로나는 어김없이 등장하지만 이와 관련한 사회 현상, 심리 분석 등을 명확히 짚어낸 방송 프로그램은 의외로 찾아보기 힘든 편이다. 이를 감안하면 몇 분 안되는 웹 예능 프로그램 한편이 어지간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 이상의 역할을 담당한 셈이다. 단순히 원초적 웃음만 추구하는 것으로 인식되어온 유튜브 속 예능도 때론 알찬 정보 제공자가 될 수도 있음을 <구라철>이 증명해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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