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템파베이와 다저스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템파베이와 다저스 ⓒ 정강민


월드시리즈에 나아가는 길목은 누구에게든 호락호락하지 않다. 선별된 강팀들의 투타는 서로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안기며, 때로는 패하면 그대로 시즌이 끝나는 압박감을 겪고, 그런 상황에서 무려 9번의 경기를 이겨야 닿을 수 있는 무대이다. 그렇게 전력과 실력을 끌어내고, 행운과 변수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내며 승리를 차지해온 두 팀이 올해도 가려졌다.

아메리칸리그의 대표로 올라온 템파베이. 그들은 만년 언더독에서 최강자로, 그리고 이변의 희생양이 될뻔한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올해 많은 일들을 겪었다. 챔피언십시리즈 3승을 선점하며 많은 휴식기간을 가져갈 거라 생각했던 시리즈에서, 7차전이 필요한 상황까지 몰렸던 템파베이는 휴스턴의 맹렬한 추격을 간신히 따돌렸다.

맞은편도 이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확실한 매듭을 짓지 못한 그 찰나의 빈틈을 파고들어 1-3으로 몰린 시리즈가 뒤집혔다. 희생양 애틀랜타를 잡아먹은 8년차 왕조 LA다저스였다. 젊은 혈기의 타선을 맞아 고전하던 투수들과 신인의 패기 있는 피칭에 기선을 빼앗긴 야수들이 그 빈틈을 뚫고 만든 엄청난 반전이었다.

서부와 동부, 그리고 연봉총액 최상위와 최하위라는 아주 극명하게 갈라지는 특성을 가진 두 팀. 하지만 이들은 프리드먼이라는 연결고리를 공유한 사이이기도 하다. 멀면서도 가까운 이 두 팀은 이번 정규시즌 나란히 40승 고지를 점령하며 프리드먼 철학을 빛냈다. 그리고 진정한 최고를 가리기 위한 최고의 무대의 막을 올리려 한다.

# 템파베이 vs 다저스, WS의 중심에서 프리드먼을 말하다
 템파베이와 다저스의 주요 성적 비교

템파베이와 다저스의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템파베이가 진짜 팀이 된 시점은 2008시즌. 입사 5년차이자 단장 3년차 시즌을 맞이한 젊은 단장의 주도 하에 월드시리즈에 오르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월스트리트 투자가로 일하다 온 앤드류 프리드먼이었다. 그는 팀을 맡아 효율성을 추구하고 옥석을 골라내 질적으로 우수한 로스터를 구현, 가성비 극대화와 강한 전력을 동시에 잡았다.

그리고 프리드먼이 떠난 뒤에도, 이 기조를 잘 이어와 스몰마켓의 한계를 잘 극복해내고 있는 새 수뇌부의 지휘 하에 6년 간 5번의 80승과 2번의 90승 시즌, 그리고 한 번의 6할 승률 시즌을 보냈다. 작년 6년만의 가을야구 복귀무대로 예열을 한 그들은 이제 월드시리즈도 주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편, LA다저스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새로운 구단주를 맞이했지만, 강팀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고액연봉자들을 떠안으면서 적체된 연봉구조가 이들을 괴롭혔다. 청사진에 따른 결과물이지만 기존 수뇌부로는 이걸 해결하기엔 어려웠다고 판단한 구단주 그룹은 인수 3년차 시즌에 프리드먼에게 사장 직책을 안겨 프런트 수장에 앉혔다.

그 결과 2015년을 기점으로 하향곡선에 진입한 연봉총액은 2018시즌 마침내 사치세 기준 밑으로 내려왔다. 동시에 최정상급 팜을 가꾸고 먼시, 테일러, 플로로 같은 옥석 가리기를 통해 선별한 선수들로 뎁스를 강화하며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은 강한 전력을 일궈냈다. 현 시대 최고수준 슈퍼스타 무키 베츠 영입까지 성공해 그간 빅네임 영입에서 보인 소극적인 면도 지워낸 프리드먼 단장과 다저스는 이번 월드시리즈 트로피에 한층 더 공격적으로 도전한다.

월드시리즈 최초의 매치업 조합을 이루는 두 팀은 ELO 레이팅에서 1위와 3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눈에 띄는 부족함은 없다. 각자 강한 분야는 달랐고 취약점들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전력이다. 또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허점을 좀 더 드러낸 팀은 다저스였지만, 템파도 휴스턴의 기세에 말려들어 시리즈를 끊어내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불안신호를 노출하기도 했었다. 여느 때보다 더 많은 힘을 쏟고 온 상황에서 어느 팀의 여력이 더 남아있을지를 가려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선발 분석
 템파베이와 다저스의 선발진 비교

템파베이와 다저스의 선발진 비교 ⓒ 정강민


불과 3년 전만 해도 템파베이가 이 정도까지 올라오리라 예측하지 못했다. 당시 스넬이 전면에 등장했지만, 5선발이 갖춰지지 않아 불펜 이어던지기로 하루를 운영하려다 이를 살짝 변용해 선발과 두 번째 투수 자리를 바꾼 오프너 전략을 들고나왔고, 여기서 야브로나 지금은 없는 요니 치리노스 같은 투수들이 등장했다. 이후 찰리 모튼의 FA 영입과 글래스나우가 가세해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이젠 오프너를 가끔씩만 활용하면서도 다른 어떤 팀과 견줘도 만만치 않은 로테이션을 갖춘 템파베이지만, 퀵후크를 즐긴다. 더불어 선발투수에게 긴 이닝보다는 짧더라도 전력피칭을 통해 확실한 무실점 이닝을 원한다. 특히 7연전 형태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2-3-2 구조로 돌아오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선 그러한 특성이 더 빛날 것이라 생각된다. 

다저스의 선발투수들은 정규시즌 좋은 인상을 심어줬지만, 올해 상대전적이 없어 생소했던 애틀랜타의 강화된 타선을 맞아 힘겨운 싸움을 했다. 잘 가다가도 애매한 투수교체 타이밍에 빅이닝이 나오면서 경기들을 내줬었다. 더군다나 시리즈가 몰리면서, 더스틴 메이가 5, 7차전 오프너로 나오고 우리아스가 불펜에서 3이닝을 소화하는등 뷸러를 제외하면 템파베이보다 더했던 변칙으로 선발투수들을 운용했다. 당장 월드시리즈 2차전 선발도 마땅치가 않게 됐다.

악전고투를 펼치고 있는 다저스 선발진이지만 이젠 휴식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템파베이의 타선은 샌디에고나 애틀랜타보다는 약간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위안요소가 될 것이다. 이걸 잘 활용하여 시리즈 초반 선발 로테이션이 폭풍 같았던 챔피언십시리즈 여파를 수습하고 3차전을 맞는다면 다저스 선발 마운드의 베스트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불펜 분석
 템파베이와 다저스의 불펜진 비교

템파베이와 다저스의 불펜진 비교 ⓒ 정강민


선발보다 더 강한 불펜진은 템파베이가 굳이 선발에게 이닝이팅을 강요하지 않는 이유이다. 방송사 그래픽을 통해 '천수관음 불펜진'이라는 애칭까지 얻은 템파베이의 불펜진은 다양하고 강했다. 가능성을 보고 데려온 피터 페어뱅스, 빠르게 선점하는 전략으로 접근한 닉 앤더슨, 과감한 선택으로 메이저리그에 불러올린 라이언 톰슨 등 템파베이가 옥석을 추려내어 꾸린 뎁스의 불펜은 저렴+최강이라는 타이틀을 동시 석권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번 가을에도 웬만해선 그들을 잡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챔피언십시리즈가 7차전으로 이어지는 동안 생각지도 않았던 불펜의 불안신호가 이들을 엄습했다. 디에고 카스티요의 6차전 뼈아팠던 실점허용도 아픈 기억이지만, 특히 닉 앤더슨의 챔피언십 3경기 등판에 모두 실점이 있었다는 사실은 못내 찝찝하다. 여기에 강속구 투수가 아주 많은 불펜들의 공을 통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다저스 타선의 위력은 이들의 머리를 아프게 할 것이다. (불펜투수 97마일 이상 투구 상대 타율 전체 5위(.290) / 장타율 전체 3위(.511))

근래 최강의 전력의 템파베이 불펜진을 상대로 내셔널리그 소속으로 가장 견줄 수 있을만한 불펜이라면 다저스 불펜이 될 것이다. (다저스 불펜 fWAR ML 3위 / 이후 밀워키(7)-애틀랜타(9)-샌디에고(10) 순) 빅이닝 허용과정에서 기세가 오른 애틀랜타 타선을 잠재우는데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1차전 9회 4실점 / 승계주자 8실점) 그 외의 이닝에선 수비의 도움도 받으며 잘 막았다. 

이들에겐 역시 피로감이 문제가 될 것이다. 7연전 일정에다가 6, 7차전은 박빙 스코어로 펼쳐지면서 핵심계투인 트라이넨은 3연투, 잰슨과 그라테롤은 저 셋 중 2경기를 나왔다. 그러면서 한 게임은 오프너로 치뤄 벌크투수가 끼어들어간(플레밍 3이닝) 템파베이보다도 불펜 이닝 부담이 더 많았다. 휴식일도 하루 적었던 다저스 불펜이 이 문제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후반 싸움은 배로 힘겨워질 것이다.

# 타선 분석 
 템파베이와 다저스의 타선 비교

템파베이와 다저스의 타선 비교 ⓒ 정강민


템파베이의 타선은 이번 가을 투수진과 격차가 좀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물론 수비에서는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고, 아로사레나는 이번 가을 최고의 야수로 활약하고 있다. 불펜들이 점수 쟁탈전으로 몰고가지만 않는다면 템파베이의 승리 확률은 가을에 올라온 팀들 중 가장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챔피언십시리즈 7경기 연속 5득점 이하, 첫 5경기 29득점 이후 9경기 28득점은 빈곤한 득점력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다. 최지만이 아로사레나를 돕고는 있지만 매일 경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보니, 사실상 아로사레나 홀로 타선을 지탱해가는 모양새다. 이제라도 동료들이 공격에서도 짐을 나눠 다저스 화력에 대항할 필요가 있다.

반면 다저스 타선의 기세는 상당히 높다. 어려운 샌디에고, 젊은 도전자 애틀랜타의 도전을 모두 뿌리쳤다. 시거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지만 다른 타자들도 언제든 기대감을 갖게 했던 결과, 손꼽히는 애틀랜타의 투수진을 상대로도 기어이 출루를 뺏고 16홈런으로 맹폭격을 가했다. 2차전 8-0 상황에서의 7득점, 5차전 상대 방심을 틈탄 역전승, 7차전 집념의 신승으로 상대를 이겨내는 저력을 잘 보여줬다.

아로사레나와 확실한 주전이 없는 2루수를 제외하곤 모든 야수 포지션이 우위인 가운데, 다저스 타선은 선발과 불펜이 모두 열세로 평가받는 템파베이 투수진을 함락시켜야 한다. 다저스 못지않은 위력의 양키스 타선과 기세를 탔던 휴스턴 타선은 모두 템파베이의 투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점수 쟁탈전으로 몰아넣는데 실패했다. 템파베이 투수진을 이겨낸다면 다저스는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관전포인트

템파베이의 키워드는 사수가 될 것이다. 지금 흐름대로라면 홈런에 의존하던 템파베이 타선은 홈런 치기 더 불리한 큰 규격의 구장으로 이동한다. 그렇다면 여전히 이들에게 다득점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단 한 점의 리드조차 철저히 걸어잠그는 운용이 요구될 것으로 보이는데, 템파의 빗장야구가 다저스를 상대로 그 명성을 지켜낼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반면 다저스는 상대 마운드를 먼저 무너트릴 필요가 있다. 템파베이가 그린대로 게임을 잠그는 양상으로 펼쳐진다면 불리한 쪽은 다저스다. 그 전에 투수들에게 힘을 실어줄 리드가 필요하다. 물론 챔피언십시리즈 역전승이 2번 있었지만, 천하의 템파베이 투수진을 상대해 역전을 노리는 것은 그 애틀랜타 때보다도 더 어려운 난이도다. 템파베이의 게임 조립을 타선이 방해할 수 있을지가 다저스가 시리즈를 풀어가는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28개 팀이 집으로 돌아갔고, 정예선수로 가려진 약 60명의 선수만이 남아 마지막 7경기를 준비한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이들을 계승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발전시킨 것이 템파베이, 그리고 기존의 색을 입힌 뒤 빅마켓에 걸맞은 추가적인 덧입히기 작업을 진행한 결과물인 다저스가 각자 준비한 것을 내보인다. 프리드먼의 개량형과 발전형으로서 올해 각자의 소속리그의 최고임을 입증한 이들의 마지막 승부가 그 시작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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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포스트시즌 가을야구 월드시리즈 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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