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이 글에는 영화 <소리도 없이>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소리도 없이> 포스터

영화 <소리도 없이> 포스터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판단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긴 시간 만났던 관계가 아니라면 대부분 상대방의 외모와 이미지, 느낌으로 판단하게 된다. 상대방의 외모가 호감이 가는지, 행동은 내가 받아들이기에 이상하지 않은지 같은 판단 요소를 종합하여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추정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방과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피해야 할지를 결정한다.  

그래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첫 이미지는 꽤 중요하다. 첫인상은 내가 상대방과 어떤 식으로 소통해야 할지,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지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처음 만들어진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대방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이미지가 주는 정보는 매우 적어서 그것이 상대방의 진짜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가변적이고 정확하지 않다. 또한 그 이미지 자체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첫 인상에 대한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영화 <소리도 없이>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컷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소리도 없이>는 그런 방식으로 형성되는 사람의 이미지 대한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은 평소에는 포터 트럭을 이용해 달걀장사를 하고, 일과가 마무리되면 범죄조직에서 발생한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태인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창복은 그런 태인을 고용하여 같이 작업을 해 나간다.  

그들이 등장하는 첫 장면은 관객들에게 그들에 대한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시장에서 달걀을 팔고 있는 태인과 창복의 모습은 여느 평범한 달걀 장수와 다를 바가 없다. 선한 이미지로 달걀을 사는 아주머니들과 흥정을 하고 서비스로 몇 개를 더 넣어주는 그들의 모습은 마냥 선해 보인다. 영화는 그런 주인공들의 첫 모습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관객은 그 이미지를 주인공들의 실제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영화 전반에 걸쳐 보이는 그들에게서 악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창복은 그나마 자신이 취할 것을 취할 줄 아는 인물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지시가 오면 그것에 반박하고 설득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태인은 말을 못 하기 때문에 그런 노력조차 할 수 없다. 아마 영화에 나오는 성인 중에서는 가장 약자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길거리에 나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 남은 달걀을 몇 개 쥐어주는 그의 모습은 한없이 선해 보인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정리가 되지 않아 엉망이지만 좁은 집에 피곤한 몸을 누이는 그의 모습은 동정심을 느끼게 한다. 

선한 이미지와 대척점에 서 있는 그들의 시체 처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하는 일은 시체를 청소해 주는 일이다. 범죄조직에서 사람을 죽인 이후 투입되는 태인과 창복은 살인의 흔적을 지우고 시체를 야산에 묻는 방식으로 달걀 장사 이외의 돈을 번다. 그렇다면 그들이 하는 건 나쁜 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는 것일까.

그들이 직접적인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정리만 해주는 것이니 그렇게 나쁜 이미지로 바라보지 않을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관객은 이미 영화 처음부터 태인과 창복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그 이미지의 힘은 영화 안에서 꽤 강력하게 작용한다.

범죄조직은 그들에게 한 사람을 잠시 맡아 데리고 있다가 다시 데려다주면 된다는 요구를 하는데 태인과 창복이 맡아야 할 인물은 11살짜리 초희(문승아)라는 아이다. 창복은 그 일을 받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그 일을 맡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납치극을 수행해야 하는 순간부터 영화는 말을 할 수 없는 태인의 시선을 주욱 따라간다. 태인의 집에 맡겨지는 초희와 태인의 동생을 함께 등장시켜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말을 못 하는 존재이자, 여동생을 챙기는 태인의 모습은 그에 대한 선입견을 더욱 강화시킨다. 그들이 납치된 초희를 챙기려고 하고, 초희 또한 그들과 최대한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것이 납치된 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생판 남인 이들이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듯한 이야기로 착각하게 만든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컷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소리도 없이>는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전복시켜 의외성을 붙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특정 이미지를 보여준 후, 얼마 뒤에 이와 정반대의 장면을 보여 당혹감을 준다. 예를 들어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남자를 매우 악독하고 강한 이미지로 보여준다. 관객은 당연히 그 인물이 굉장히 사악하고 나쁜 인물이라는 보고 이것이 영화 내내 유지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우두머리는 몇 십분 후 다른 우두머리에게 살해당하고 시체로 등장한다. 무척 강해 보인 인물이었지만 그렇게까지 힘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영화 속 납치범을 아이가 노는 공간에서 등장시키거나, 술 취해 헤롱대는 아저씨가 사실은 경찰이었다거나, 초희가 무서운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등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이런 이미지의 전복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의 두 주인공 태인과 창복에 대한 이미지도 모호해진다. 영화 중반 창복이 납치된 초희의 아버지가 주는 돈다발을 받으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돈다발을 받아 든 창복은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을 향한 시선을 보고는 공포에 질린다. 그가 가진 죄책감과 불안감이 주변 인물 모두를 자신의 돈을 노리는 인물로 생각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도 창복처럼 특정 상황에서는 자신이 보고자 하는 대로 주변의 이미지를 왜곡하여 바라보기도 할 것이다.  

보고 있는 이미지가 맞는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 

영화는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우리가 지금 바라보는 이미지가 과연 맞는 것인지 계속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초희의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볼 때 더욱 그런 의구심을 던져준다. 그렇다면 영화를 본 관객은 태인과 창복을 어떤 이미지로 바라봐야 할까. 그 시선은 왜곡된 것이 아닐까?

<소리도 없이>는 기본적으로 범죄물이지만 블랙코미디와 드라마적 요소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등장했던 내용을 곱씹으며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이다.

범죄물의 서사가 약하고, 각 장르가 고르게 섞여 자칫 호불호가 갈릴 영화이지만 예측 불가능한 작품을 좋아하고 영화가 끝난 이후 내용을 곱씹어 보는 것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반가울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 속 태인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과 초희를 연기한 배우 문승아의 연기가 관객의 시선을 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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