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영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지난 18일 방영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 KBS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방영되는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후속 시간대 < 1박2일 >과 더불어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 중인 KBS 2TV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업계에 종사하는 사장님(리더)과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으면서 2년째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데, 최근 <사장님 귀>의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갑질' 논란이 빚어지는가 하면 먹방, 유튜브 도전 등 경로 이탈에 가까운 내용들이 방송의 중심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조회수 올리기 위한 뜨거운 기름에 손 넣기
 
 지난 18일 방영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지난 18일 방영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 KBS

 
<사장님 귀>의 고정 출연자 현주엽 전 농구감독은 지난 몇 달 사이 유튜버 입문을 위한 다양한 체험에 나서고 있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먹방'을 하기도 하고, '쿡방'에도 도전하는 등 다양한 그림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18일 방영분에선 정호영 셰프의 유튜브 촬영에 보조로 나서면서 이것저것 열심히 배우는 현 전 감독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데 해당 방송 장면에서 일부 자극적인 내용이 소개되면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이날 정 셰프는 은갈치 튀김을 위해 175도 이상 펄펄 끊는 기름에 반죽 묻은 손을 수시로 집어 넣으며 일명 '튀김 꽃' 만들기에 나선다. "이렇게 해야 조회수가 잘 올라간다"는 설명과 함께 이뤄진 진기한 시도는 MC 전현무와 김숙도 놀랄 만큼 제법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 셰프는 "형도 한번 해보라"라면서 조리 경력 자체가 전무한 현 전 감독에게 시도해볼 것을 권유한다. 다행히 큰 탈 없이 따라하기에 성공한 현주엽은 "이제 셰프 없이도 할 수 있다"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내비친다.  

이를 스튜디오에서 지켜본 송훈 셰프조차도 "1, 2초 차이로 손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면서 "아무나 따라해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전문가 도움 없이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라는 자막이 등장하긴 했지만 변변한 요리 조차 해본 적 없는 초보자에게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시도를 하게 유도하는 방송은 부적절해 보였다.

유튜브 조회수를 위해 위험한 행동을 보여주고 가르친다는 것 역시 공영방송의 가치와 맞지 않았으며, 이를 별다른 고민 없이 재미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건 말 그대로 제작진의 '안전 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알고 보니 먹방 예능... 사장님들 자아성찰은 어디로?​
 
 지난 18일 방영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지난 18일 방영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 KBS

 
지난 몇 달 사이 <사장님 귀>에선 크고 작은 변화가 발견됐다.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준 심영순 요리 연구가, 김소연 모델 기획사 대표, 양치승 관장 등을 대신해 송훈 셰프, 김기태 씨름 감독 등 새 인물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출연 분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여전히 먹방이다. 제주도 지점 오픈 준비를 위해 직원들과 지역 맛집을 직접 찾아 나서 비교 체험에 나선 송셰프의 방영분에선 고기부터 각종 빵까지 다양한 소재 음식들이 등장했다. 

​최근 씨름 인기에 힘입어 등장 중인 김기태 감독의 내용에서도 '1인 2닭' 정도는 기본이라는 씨름 선수들의 경이로운 먹방이 큰 비중을 두고 소개된다. 여기에 현주엽 전 감독 관련 내용 역시 소, 돼지고기에 장어, 각종 생선 요리에 샌드위치 등이 추가되면서 <사장님 귀>은 어느새 먹방 전문 예능으로 변신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사장님 귀>의 인기에 양념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 양치승 관장 및 트레이너들의 놀라운 '식욕'이었고 고정 혹은 동반 출연자들 상당수가 요식업계 종사자 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방송에선 지나칠 정도로 먹방에 치우친 내용이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는 점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한다.

조직의 수장 vs. 구성원들 이야기를 통해 재미를 만들어 왔던 <사장님 귀>가 먹방 예능으로 경로를 이탈하고 이 과정에서 자극적인 영상까지 등장하는 건 아이디어 고갈이라는 한계 상황 도달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시청자들이 애초 <사장님 귀>를 선택했던 이유는 먹방 때문이 아니었다. 원래 기획 취지였던 '사장님들의 자아성찰'이 하루 속히 시청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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